"경영진 나가라"…시끌시끌 바이오 주총

홍헌표 기자

입력 2021-03-24 17:31   수정 2021-03-24 17:31

    <앵커>
    제약·바이오 업계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큰 상황입니다.

    당장 이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성장기업부 홍헌표 기자 나와있습니다.

    홍 기자, 이번 주총에서 이슈가 있는 바이오기업들, 어디가 있죠?

    <기자>
    3월은 대부분 상장사들의 주총이 열립니다. 바이오 기업도 예외는 아닌데요, 여느 때와는 달리 몇몇 기업들이 시끌시끌한 이슈가 있습니다.

    먼저 코오롱생명과학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는 성분조작 논란으로 2019년 제품이 퇴출됐습니다.

    최근 몇 년간 일어난 바이오업계 사고 중에 가장 큰 사건이었는데요

    당시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의 대표가 이우석 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였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 대표를 겸직으로 맡았습니다.

    현재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25일 주주총회에서는 이우석 대표의 재선임 안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의 위기에 놓여있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주가가 한 때 19만 원을 넘었는데 지금은 1/1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을 그대로 대표이사에 재선임한다는 것이 큰 충격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는 이우석 대표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고, 특히 구속 중이어서 대표이사 선임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선임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큰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주총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헬릭스미스와 씨젠이 대표적인데, 헬릭스미스는 과도한 유상증자 때문에 논란이 됐었잖아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헬릭스미스는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서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입니다.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를 개발 중인 회사입니다.

    한 때는 신약 개발의 기대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떠오르는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잦은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2019년에는 엔젠시스 미국 임상에서 약물 혼용사고가 벌어지면서 임상이 지연됐습니다.

    여기에 2019년 당시 유상증자를 2년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말을 바꿔 1년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연이은 악재로 헬릭스미스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고점 대비 1/8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또 유상증자와 관련해 공시를 하는 과정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사실도 드러났죠.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자 소액주주들이 위임장을 모아서 행동에 나섰습니다.

    현재 대표인 김선영, 유승신 대표는 연구만 맡고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라는 겁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헬릭스미스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했고, 유승신 대표는 사내이사를 사임키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김선영 대표는 엔젠시스 연구 총괄로 물러나지만 여전히 사내이사는 유지하기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서 어떤 의견을 낼 지는 지켜봐야합니다.


    <앵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된거군요. 전문경영인으로 교체를 했다.

    투자자들의 공분이 좀 가라앉았을지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씨젠의 경우는 어떤 게 문제죠?

    <기자>
    씨젠은 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진단키트 기업인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펜데믹 속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8배, 영업이익은 28배나 증가했습니다.

    주가는 코로나19 전보다는 상당히 많이 올랐지만 고점대비 1/3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주가관리에 소홀하다고 느끼고 위임장을 모으고 시위를 하는 등 단체행동에 들어갔습니다.

    경영진은 부랴부랴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정책을 내놨습니다.

    여전히 소액주주들은 이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코스피 이전상장이나 무상증자, 액면분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투자자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씨젠이 진단키트 이후 먹거리를 제시할 수 있는지도 관건입니다. 26일 주총인데,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라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는데,

    왜 이런 문제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거죠?

    <기자>
    바이오기업은 기대감을 가지고 상장과 투자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출은 거의없는데 연구개발만 하다보니 영업손실을 지속적으로 기록합니다. 하지만 "신약개발이나 기술수출 하나만 성공하면 대박이 날 것이다"라는 기대감은 굉장히 크죠.

    이렇게 실체가 없고, 성공 가능성을 바탕으로 기술특례 상장된 회사라면 더 연구개발에 충실해야합니다.

    이번에 짚어 본 바이오기업의 문제는 경영진들의 책임있는 의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엄연히 주식회사인데, 마치 내 회사인 것처럼 마음대로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

    또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바이넥스나 비보존제약, 인보사 사태의 주범인 코오롱생명과학 등은 불법을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동안 문제는 경영진이 일으키고 피해는 개인투자자가 보고, 책임은 아무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본 사람은 많은데 법적으로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은 소비자들의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성분조작과 같은 사례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처벌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 같은 것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기자>
    기업 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건 감사가 해야할 역할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업의 감사위원이 정말 엄격한 감사로서의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습니다.

    모든 기업이 삼성처럼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감사는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지금까지는 주총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이사 중에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최대주주의 영향력 안에 있는 이사들 중에 감사가 선임됐습니다.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이 경우에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아도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됐습니다.

    재계에서는 반발했던 이 제도가 과연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제도도 제도입니다만, 이번 상황을 보면 확실히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주들 스스로도 좀 더 각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기자>
    상장사들은 개인회사가 아니라 주식회사입니다.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이 정말 많이 늘었고, 본인이 투자한 회사에 대해 공부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면서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바이오기업들은 전체 주주 숫자 중에서 소액주주의 비율이 80%가 넘고, 주식보유 비중은 70%를 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불법이나 부도덕한 행위가 발생하면 소액주주가 연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경영권 분쟁이 있는 대기업들도 상황이 급할 때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기위해 노력하지 않습니까?

    결국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성장기업부 홍헌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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