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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수제맥주 맛 보려고 15일을 참았다 [홍IT인간]

정재홍 기자

입력 2021-03-26 17:52   수정 2021-03-2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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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맥주와는 다른 경험
    주는 가정용 수제맥주 기기
    15일 걸려 만든 맥주맛은
    199만원에 살 가치 있을까
    ※ 해당 리뷰 제작을 위해 LG전자로부터 기기를 대여받았음을 밝힙니다.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LG전자가 가정용 수제맥주 기기를 처음으로 공개했을 때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뷰티기기 LG프라엘을 출시했을 때처럼 굴지의 가전업체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죠. 수제맥주 기기가 개인 소비자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제품이기도 했습니다. 국내법상 주류 제조 면허가 없는 기업은 시음행사를 하지 못해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미디어데이를 개최하는 등 장애물도 많았습니다. 이후에 규제샌드박스로 시음행사는 가능해졌습니다.


    지난해 399만원이던 가격을 199만원으로 대폭 낮춘 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대중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생활이 늘면서 제품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도 증가했습니다. LG전자에 따르면 신제품이 출시된 지난해 7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4배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판매량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동네 편의점에서도 쉽게 여러 종류의 수입산 맥주를 구할 수 있고 수제맥주를 배달하기도 편한 환경입니다. 제품은 최대 5리터(5천cc) 밖에 저장되지 않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데는 종류에 따라 2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LG홈브루 구매할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 몇 번의 `귀찮음`만 참는다면 어렵지 않아

    제품의 크기는 세로길이가 488mm, 가로폭이 543mm 정도입니다. 무게는 19.7kg 수준으로 꽤 무겁습니다. 본체 정면 기준 오른쪽엔 최대 5L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고가 있습니다. 가운데는 효모와 과일향 캡슐을 넣는 공간이, 왼쪽에는 맥아밀추출물을 등 맥주원료를 넣는 원통이 마련돼 있습니다. 전면부엔 조그만 LCD 화면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터치가 아니라 다이얼로 조작하는 방식입니다. 전체적인 제품은 스테인리스 재질이어서 고급스럽습니다. 물통과, 캡슐 넣는 공간 등은 플라스틱 처리돼있어 미적으로 아쉬운 요소입니다.

    LG홈브루의 가장 큰 장점은 맥주 원료 투입부터 제조까지 모두 한 과정에서 처리가 된다는 겁니다. 실제 홈브루를 통해 맥주를 제조해봤는데요. 물통에 2L의 물을 채워 제품을 세척하는 과정부터 시작됩니다. 상온 15~25도 정도의 물에서만 세척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물 온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냉수를 넣으면 세척이 실행되지 않습니다. 넣은 물은 가열돼 제품 살균에 사용되는데요. 세척을 위해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총 3번 물을 넣어야 하는 점이 번거롭지만 나머지 발효-탄산화-숙성 과정은 모두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 "다르긴 하네요"…보름 참고 먹어본 맥주 어떨까

    LG홈브루는 현재 총 5종류의 맥주(필스너, 페일에일, 스타우트, 위트, IPA)를 취급합니다. LG전자는 영국 몬톤스 사와 협업해 맥주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맥주는 종류에 따라 최소 9일(위트)에서 최대 33일(필스너)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 가운데 IPA를 제조해봤는데 맥주가 완성되기까지 15일이 소요됐습니다. 다른 LG전자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LG씽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현재 맥주 제조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건 제조 속도를 나타내는 퍼센티지가 일정하게 오르지 않는다는 건데요. 1~2%p 밖에 수치가 오르지 않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느날엔 10%p 가까이 오르기도 합니다. 언제 완성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따라서 날짜를 정확히 정해놓고 이용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로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 없이 기기 자체에서 온도를 설정해(4도 또는 6도) 보관할 수 있어 여유가 있을 때 만들어 먹기 좋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맥주 맛에선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맥주 제조 후 회사에서 약 서른 명 가까운 사람들(기자들)에게 맛을 보게 한 결과(방역수칙을 준수해 개인별로 시음) `기성 IPA 제품과는 다른 맛`이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쓴 맛과 과일향이 강한 기성 제품에 비해 쓴 맛은 덜하며 단 맛이 조금 강한 느낌입니다. 탄산도 제법 느껴지지만 목넘김은 부드러운 편입니다. 좋게 말하면 부드러운 맛, 나쁘게 말하면 밍밍한 맛입니다. 평소 맥주에 관심이 많은 시음자의 평가에 따르면 "IPA인데 `레드 에일`맛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가정용 수제맥주 기계가 대중화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매달 몇 만원 수준으로 렌탈도 가능하지만 매일 먹는 정수기와는 다른 개념의 상품이죠. 용량이 최대 5L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금방 동나는 양이라는 것도 한계입니다. 이벤트 형식으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수제맥주를 맛 볼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둔다면 매력적인 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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