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파일 조각이 783억원, 방귀소리 50만원…갈데까지 간 코인 광풍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3-26 17:53   수정 2021-03-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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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체인 활용 NFT 열풍
    JPG 디지털작품이 수십 억
    트위터·테슬라도 주목한 시장
    "허상에 투자" 불법성 우려도


    = 지난 달 크리스티 경매에 이색 작품이 거액에 팔려 나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란 이름의 300MB 크기 JPG 이미지 파일은 실물 없이 경매에 등장해 무려 6,930만 달러, 우리 돈 783억 원에 낙찰받았습니다. 트럼프 등 유명 인사를 희화한 작품들을 하나로 모은 `파일 조각`이 예술품으로 팔린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달 7일 잭 도시가 경매로 부친 최초의 트윗 "just setting up my twttr"는 무려 32억 원, 장난삼아 만들었던 고양이(Nyan Cat) GIF 이미지는 6억 5천만 원에 팔렸습니다. 모두 실물이 아니라 오픈소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화한 대체불가토큰(Non Fungible Token), NFT 덕분입니다. 마치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거래가 늘어난 블록체인 기술, NFT. 왜 투자 열풍이 일고 있는 걸까요?

    ● `복붙`해도 원본 가려냅니다…상식 깨뜨린 `디지털 인증서`
    노트북,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한 디지털, 온라인 세계에서는 복사-붙이기로 어떤 데이터든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원본과 사본의 경계를 가르기 힘든 게 그동안의 통용되던 상식인데, 이걸 깨뜨린 기술이 바로 대체불가토큰 NFT입니다. NFT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통용되는 블록체인 중 하나인 ERC-721 방식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암호화폐입니다. 디지털 이미지, 음원에 마치 바코드를 붙이듯 소유주, 거래기록 등을 남길 수 있어 `원본 인증서`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복사도 가능하지만 원본은 딱 1개 뿐이기에 희소성있는 자산으로 팔리는 겁니다. 개인 암호화폐 지갑이 있다면 거래소에 이 지갑을 통해 마치 이메일 첨부하듯 작품을 등록하면 해당 거래소 또는 경매소를 거쳐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최초의 트윗이 경매에 팔릴 수 있던 겁니다. 같은 방식으로 누구나 NFT로 암호화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빈 루스 칼럼니스트가 쓴 `블록체인으로 이 칼럼을 구매하세요`란 지면을 이미지로 만들어 NFT 경매에 부쳤는데 56만 달러, 약 6억 원에 낙찰받아 화제가 됐습니다.

    ● 재미로 시작해 예술품 수집 기술로 발전
    NFT는 등장 초기엔 인터넷 밈(meme)에 이름을 새기듯 재미삼아 쓰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비트코인 열풍이 불어닥친 2017년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되며 본격적인 거래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무렵 인기를 끈 디지털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는 고양이를 조합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독특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데 이걸 높은 값에 거래할 수 있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마치 포켓몬 카드를 수집하듯 인기 농구선수의 경기 영상 하이라이트, 희귀 자료를 카드 패키지로 수집하는 게임도 인기입니다. NBA 탑샷이란 이름의 거래 사이트는 패키지 마다 어떤 희귀 영상이 담길지 예측하기 어려우니 수집하고 재판매하려는 팬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장면은 2억원이 넘는 값에 재판매됐고, NFT 거래가 늘어 누적 3천억원 가까운 시장으로 커졌습니다.

    NFT 자산 시장은 팬데믹 이후 넘쳐난 유동성으로 인해 비트코인 등 여타 암화화폐처럼 거래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업계 추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거래 중인 NFT 자산은 2018년 4,096만 달러이던 것이 작년 3억 3,803만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미술계 구글이라는 아트시(Artsy)의 CEO 마이크 스테이브(Mike Steib)는 CNN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자산가들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NFT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 "자금 세탁에 노출…언제든 사라질 허상"
    블록체인을 이용한 디지털 암호화 상품을 온라인에서 거래할 수 있다보니 소장용 아이톨 콘서트 티켓, 게임 속 아이템에도 이 기술을 활용해 수익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 익명성으로 인해 NFT가 불법적인 거래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인 사이퍼트레이스는 "일부 대체불가토큰은 거래 가능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금세탁 혹은 테러자금으로 유용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운용 산업계 의견을 포함해 디파이(De-Fi), NFT로 규제를 넓힐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NFT가 실제 저작권자와 무관하게 디지털 소유권으로 무단 등록하거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 NFT로 만든 10년치 방귀소리 음원을 약 50만 원에 판매해 이 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고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죠. 이 음원을 등록한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는 "실체가 없는 자산에 가치는 두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NFT가 반짝 유행이 될지, 예술품 수집의 대중적인 수단이 될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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