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은 금물"…배재훈호가 풀어야 할 '숙제' [이슈플러스]

박승완 기자

입력 2021-04-06 17:20   수정 2021-04-06 17:20

    '10년 만의 흑자'의 역설
    컨테이너박스 확보로 가동률↑
    초대형선 비용 절감 제한적
    벌크선 확대 등 수익 다각화
    반환점 도착한 '해운 재건'
    <앵커>

    HMM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들어봅니다, 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파산 위기까지 갔다가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이라.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된 모양인데, 업계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취재 과정에서 HMM을 비롯한 해운 관계자 뿐 아니라, 물류나 항만에 이르기까지 많은 전문가들을 접했는데요.

    전반적으로 웃고 있긴 했습니다.

    <앵커>

    `웃고 있긴 했다.`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드는군요? 10년 만의 실적인데 말이죠.

    <기자>

    역설적이게도 10년 만의 실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좋은 기업이라면 안정적인 매출과 꾸준한 성장률을 갖고 있어야 하죠.

    물론 해운업이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반도체처럼 사이클을 타는 업종에 속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장기간, 치명적으로 이어진 침체 끝에 거둔 실적이라 마냥 웃지는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결국 앞으로 10년은 또 모른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기자>

    맞습니다, 사실 이번 성과 역시 외부 요인이 큽니다.

    앞선 리포트에서도 확인했듯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해상운임이 치솟았고,

    반대로 해운기업의 매출 원가에 해당하는 기름값은 낮아졌죠.

    여기에 정부가 `해운 재건 계획`으로 투입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때맞춰 활약을 시작한 덕분이었죠.

    <앵커>

    그렇다면, 이런 분위기를 계속 가져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볼까요?

    <기자>

    네, 여러 가지 항목이 있겠지만, 1년 임기의 배재훈 사장 체제하에서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것들 위주로 꼽아봤는데요.

    먼저 컨테이너 박스 확보가 필요합니다.

    사업보고서 따르면 지난해 HMM의 컨테이너 선박 가동률은 74.5%에 불과했는데요.

    이는 전체 네 척 중 한 척은 놀았다는 뜻입니다.

    <앵커>

    배 부족해서 추가 투입 했다는 소식을 많이 접한 것 같은데 의외입니다.

    <기자>

    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컨테이너 박스 부족입니다.

    우선 해운 물동량 늘면서 운송에 필요한 박스 수요가 늘었고요,

    이러한 가운데 항만에서 물건을 내리는 하역 절차가 길어지면서 박스 회수율도 떨어지며 박스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결국 박스 때문에 수익을 더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의미군요.

    <기자>

    게다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업체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컨테이너 박스 가격마저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이에 국내에 컨테이너박스 제조 업체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해양진흥공사에 확인해보니 "당장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게 아니라, 박스 확보를 위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 합니다.

    <앵커>

    배가 부족하다, 컨테이너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반년 넘게 들리는 듯한데.

    왜 이렇게 해결이 안 되는 겁니까?

    <기자>

    항구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항구에선 배가 접근을 하지 못해 평균 7일가량을 인근 바다 위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초대형선의 효과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앵커>

    초대형 선이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나를 수 있을 텐데. 효율적이지 않다고요?

    <기자>

    세계적인 해운 조사업체죠, 영국 드류리(Drewry)가 관련 연구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선박이 8천 TEU에서 1만 5천 TEU로 커지면 비용 절감 효과가 25%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항만 터미널에서의 비용이 20%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전체 비용 효과는 5% 수준에 불과하고, 심지어 배가 더욱 커지면 이 폭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령 택배로 비유하자면 차가 너무 커서 도로나 주차장이 소화를 못하는 셈인 겁니다.

    <앵커>

    크기와 비용 절감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이군요.

    <기자>

    네 때문에, HMM은 이미 보유한 초대형 선박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앞으로는 중소형 선박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응혁 / 부산항만공사 팀장 : "최근의 선박 발주 현황도 보면, 8천~1만 5천TEU 사이의 중형급 선박들의 발주가 두드러집니다. 현대상선(HMM)도 여러 노선에 다발적으로 뛸 수 있는 1만 TEU에서 1만 5천 TEU 사이의 선박을 발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일종의 포트폴리오 확대로 봐도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나아가 사업 전반을 다각화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HMM은 컨테이너선 사업의 매출 비중이 90% 수준인데요.

    컨테이너 운임이 조정을 받거나, 수요가 줄면 90%에 달하는 부분이 흔들린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오늘도 컨테이너 관련된 이야기만 했네요.

    해운기업 사업 분야에는 벌크도 있지 않습니까? 곡물이나 석유, 철 뭐 이런 것들 나르는?

    <기자>

    네, HMM의 전신이죠, 현대상선은 과거 벌크 사업 비중이 40%까지 됐었는데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구조조정을 위해 해당 선단을 매각한 바 있습니다.

    <앵커>

    한편으론 컨테이너 수익 좋으면 이걸 더 확대해도 되지 않나 싶은데요.

    벌크선은 장점이 있습니까?

    <기자>

    벌크선 계약은 1년 단위로 맺어지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5년이나 10년 등 장기간으로 이뤄집니다.

    앞서 해운업이 경기변동에 민감하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이렇게 긴 계약을 확보해 두면 혹여 비수기가 와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어 유리합니다.

    <앵커>

    앞서 구조조정을 하면서 벌크선 사업부를 매각했다고 했잖아요.

    이 분야를 다시 키울 수가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실제로 지난 2월이었죠. HMM은 GS칼텍스와 10년간의 원유 장기 운송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HMM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벌크선 사업 확대 꾸준히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보유 중인 벌크선이 적고, 벌크선 계약이 워낙 장기적으로 맺어져서, 기회가 자주 오지 않다 보니, 당장의 성과는 어려울 듯 보입니다.

    <앵커>

    정부의 해운 재건이 이제 반환점에 왔습니다. 평가는 어떤가요?

    <기자>

    `100m 앞서가던 글로벌 해운사를 조금 따라잡았다`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성과가 체질 개선 덕분인지, 또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를 두고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HMM의 부활이 연관 산업의 활기와 연결된다는 겁니다, 대표적 업종이 조선업이죠.

    무엇보다 국적 선사 덕분에 국내 수출 기업들이 활로를 확보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죠.

    안팎의 노력 덕분에 새로운 기회를 맞은 HMM이 이 기세를 이어가는 데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수고했습니다, 박승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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