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에도 건재…금, 이번엔 금값할까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5-08 08:00  

금 가격 올해 14% 하락 후 반등
비트코인 강세에 '간접 영향'
재닛 옐런 한 마디에 출렁
연준 테이퍼링, 최대 변수로


기원전부터 인류에게 특별한 금속, 가치저장 수단으로 여겨져온 자산인 금이 되살아났습니다. 지난해 8월 온스당 2,070달러에서 올해 온스당 1,684달러까지 떨어졌던 금값이 석 달 만에 1,820달러선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금값은 이번 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경기 과열 발언에 급락했다가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다는 해명에 곧바로 가격을 되찾을 만큼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습니다. 인플레 불안감이 부쩍커진 올해, 금이 다시 금값하는 시대가 찾아온 걸까요?

● 국채금리 따라 출렁…단기 반등 배경은

금 가격은 크게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귀금속 수요, 금ETF 투자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전 세계에 유통 중인 금은 채광과 재활용을 더해 연간 3,700만톤, 금액으로 2,600억 달러 어치(한화 291조원)에 달합니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금 주얼리 수요가 전년비 52% 늘고, 중앙은행의 금 보유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위험 헷지 수단으로 각광받던 `금 ETF` 투자수요는 그렇지 못합니다. 금ETF 자금 유출은 작년 4분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해 1분기에만 177톤, 약 95조 달러 어치나 빠져나갔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자금 유출은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집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 8월 0.5%대에서 3월말 1.77% 수준까지 올랐는데, 그 사이 금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겁니다. 이로 인해 연초까지 금값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던 겁니다.

금값이 오른 최근 한 달간 움직임은 그 반대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까지 1.56%로 다시 하향 안정 추세에 있습니다. 3월말 온스당 1,680달러선까지 하락했던 금값은 금리 안정과 달러화 약세 효과로 1,800달러선을 넘어섰습니다.

(7일 현재 국제 금/은 시세, 출처:Goldprice.org)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값의 움직임은 금리와 뚜렷한 역방향의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세계 경기가 불안할 때 언제든 환전하기 쉬운 `안전자산` 금값은 강세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상황이 뒤바뀝니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은 이자도 없는 금 대신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 투자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테이퍼링 이후 금값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기 회복에 접어든 올해 이러한 경향을 더욱 두드러집니다. 글로벌투자은행 맥쿼리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한 금값이 온스당 1,550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당초 온스당 3천달러로 봤던 금 전망을 번복한 상태입니다. 물론 반대의 의견도 있습니다. 블랙록의 에비 햄브로 애널리스트는 올해 금 시장 전망에 대해 중국 등 신흥 시장 실물 수요가 늘고 채굴량이 줄어 장기적으로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 위협받는 `안전자산`…투자수요 흡수한 비트코인

안전 자산이던 금의 자리는 작년 하반기 이후 두드러진 암호화폐 가격 급등으로 또 한 번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월 1BTC당 2만9천달러 정도이던 것이 한때 6만4천달러, 123%나 뛰었고,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이더리움 가격은 유럽투자은행의 디지털 채권 발행 영향으로 737달러이던 것이 3,400달러, 무려 5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금값이 하락하던 시기에 암호화폐 가격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 겁니다.

JP모건이 비트코인 펀드 출시 계획을 내놓고, 페이팔, 넥슨 일본법인 등 기업들이 실제 투자에 뛰어들며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이 가격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금과 비교해 최대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된 비트코인 가격이 보다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2017년 이후 보여준 극심한 변동성과 완전히 익명으로 거래되는 형태, 각국 중앙은행의 규제 움직임으로 인해 금이 갖고 있는 `안전자산`의 지위를 인정받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투자 그루들의 평가도 비판적이죠. 지난 2일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을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도 반하는 빌어먹을 개발품"이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또 낙관론자로 여겨졌던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행보도 비트코인의 안착 가능성에 의문을 남깁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회사 차원에서 2조원대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밝혀 암호화폐 열풍을 이끌었지만, 올해 1분기 보유 암호화폐의 10%, 우리 돈으로 약 1,100억 원 규모 매도한 사실을 공개해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투자수요 이상의 기능, 즉 안전자산의 자리를 대체하기에 비트코인의 지위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 `불멸의 안전자산`…금값 향방 쥔 연준

세계금협회는 금 가격이 지난해 미국 나스닥 연간 상승률(연간 43.9%)에 이어 23.6%로 전 세계 투자자산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냈다고 평가합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강력한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국과 인도의 강력한 금 수요를 기반으로 금값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금은 실물을 손에 쥘 수 있고, 그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변하지 않는 자산입니다. 세계 경제가 다시 불황에 빠지거나, 물가 상승을 대체할 만한 자산으로 그 값어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단기 인플레이션 헤지 장세 속에서 2분기 금과 은 가격의 반등 시도가 예상된다"고 전망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금값의 하방 압력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으로도 평가받습니다.

앞으로의 관건은 금리를 자극할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 언급 여부입니다. 사실상 주식 등 위험자산은 연말 테이퍼링 가능성을 높게 보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형국이죠. 파월의 한마디, 달러화의 향방이 금값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인류 역사와 함께한 화폐이자 불변의 안전자산인 금이 그 가치를 다시 입증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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