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승리하겠다'…이커머스 판을 뒤집은 인플루언서 [한입경제]

김종학 기자

입력 2021-05-21 17:50   수정 2021-05-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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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미디어서 돌발행동
    신세계 마케팅 최전선에
    네이버 손잡고 기사회생
    이베이 인수전 다크호스


    아무리 보아도 흔한 재벌은 아닙니다. 팔로워 64만명의 인플루언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야기입니다. 소셜미디어에 경쟁사인 현대백화점 탐방 셀카를 공개하거나, 클럽하우스에서 경쟁 야구팀을 `발라버리겠다`며 자극하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죠.

    하지만 이렇게 튀는 행보는 전쟁터나 다르없는 오프라인 유통, 이커머스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올해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를 해야 한다"던 그는 야구단을 인수하고, 검색 최강자이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네이버와 손잡고 이베이 인수전까지 뛰어들 태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공격적인 사업재편을 시작한 덕분에 깜짝 실적까지 기록한 회사. 오래된 유통 강자 신세계는 쿠팡이 불붙인 전쟁터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 쿠팡보다 9년 늦은 이커머스…팬데믹 직전 막차탔다
    본래 국내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는 롯데와 신세계입니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이커머스에서 네이버, 쿠팡에 주도권을 빼앗긴지 오래죠. 차이점이 있다면 신세계가 아슬아슬하게 팬데믹 직전 이커머스 막차를 탔다는 겁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2분기 그룹 주력인 이마트가 이커머스에 밀려 사상 처음 적자를 내자 이를 기점으로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습니다. 일본 돈키호테를 모델로 한 삐에로쇼핑, 드러그스토어 분스 등을 과감히 접고 이마트, 노브랜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해왔습니다.

    신세계·이마트 통합 쇼핑몰인 SSG닷컴은 2019년 온라인 법인으로 독립한 신생 회사죠. SSG닷컴은 쿠팡과 비교해 무려 9년이나 늦게 출발했지만, `쓱` 바이럴 마케팅과 모바일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얼마 전엔 여성복 플랫폼 W컨셉 지분 80%를 사들이는 공격적인 행보도 보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오프라인 할인점 이마트 점포를 일부 배송센터로 개편한 결과 작년 이마트 매출 약 22조원, 코로나 환경에도 전년대비 3조원이나 실적을 늘렸고, 올해 1분기엔 매출 5조8천억, 영업이익 1,232억원으로 의미있는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문제는 미미한 점유율입니다. 온라인 거래액 각각 25조, 20조에 달하는 1, 2위 사업자 네이버, 쿠팡이 장악한 시장에서 SSG닷컴은 점유율 약 2.4%, 거래액 3조 9천억원 수준으로 미미합니다. 정 부회장이 야구단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 공격적인 사업재편에 집중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 전쟁터 이커머스…1등과 손잡거나 도태되거나
    지난해 기준 인터넷 쇼핑 규모는 161조원, 작년 12월 월간 기준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전체 소비의 30%를 사상 처음 넘어설 만큼 시장이 급격히 이커머스로 기울고 있습니다.

    이커머스는 과거 인터파크 시절처럼 상품의 단순 배송이 아니라 반나절 배송, 새벽배송 등 분 단위, 라스트마일 경쟁까지 대응이 가능한 곳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기술력과 유통망을 조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풀필먼트, 인공지능, 개발인력, 배송인력을 확보한 회사와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양강 체제로 굳어진 이커머스 시장이지만, 대형 할인점 최강자인 이마트는 유통망, 신선식품을 무기로 이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유통은 미국 아마존도 단숨에 시장을 쥐지 못할 만큼 까다로운 영역에 속합니다. 신세계는 신선식품, 명품 유통을 공유하는 조건으로 기술과 인력을 가진 네이버와 2,500억원의 지분교환을 맺고 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 쇼핑 동맹을 맺은 두 회사는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3위 업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듭니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5조원의 실탄으로 출혈 경쟁을 벌이는 쿠팡을 밀어내고 시장의 1/3을 단숨에 쥐게 됩니다.

    물론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작년 매출 1조 3천억, 몸값만 5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두고 거대 자본을 쥔 롯데, SK텔레콤, MBK파트너스와 막대한 `쩐의 전쟁`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의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한 해, 최상의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된다"고 밝혔던 정 부회장이 그의 말대로 이번 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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