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물법 "100분의 5이상 20 이하 보상금 지급"
택시기사가 휴대전화를 놓고 내린 승객에게 사례를 요구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기소된 택시 기사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9월 김씨는 서울 관악구의 한 도로에서 승객 A씨를 태워 운행했다.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A씨는 약 1시간 뒤 그 사실을 알았고, 돌려받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김씨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터기를 찍고 가서 휴대전화를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A씨가 김씨가 있는 곳에 친구를 보내겠다고 말해 휴대전화는 즉시 반환되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A씨와의 전화에서 "(내가) 못 오게 한 건 아니잖냐", "설마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고 말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는 결국 "그럼 가지고 계세요. 제가 경찰에 얘기할게요"라고 말했고, 김씨가 "마음대로 하라"고 답한 뒤 A씨가 경찰에 연락해 휴대전화가 반환됐다.
검찰은 김씨가 A씨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고 본인이 소지할 생각으로 가져갔다며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김씨는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김씨가 불법으로 A씨의 휴대폰을 가져갈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런 점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불법 취득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다고 밝히고, 피해자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듣고도 이를 처분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불법 취득 의사로 이 사건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실물법 제4조에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 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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