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쌀수록 적게 낸다"...그랜저 64만 VS. BMW5 51만

입력 2021-05-30 08:06   수정 2021-05-3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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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 고가모델이 저가모델 보다 적어"
"부과기준 배기량에서 가격으로 변경"
한미 FTA 위배 가능성...재협상 필요

현대자동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벤츠, BMW 등 수입차 브랜드의 모델보다 더 높은 자동차세를 부과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실에 따르면 그랜저의 자동차세는 64만9천원으로 51만9천원이 부과되는 BMW 5 시리즈보다 더 비쌌다. BMW 5 시리즈의 가격은 6천430만원부터로 그랜저 2.5 가솔린 프리미엄(3천303만원)보다 2배 가까이 비싸지만 자동차세는 그랜저보다 13만원 가량 싼 것이다.
자동차세 부과 기준이 자동차 가격이 아닌 배기량이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세는 지방세법 127조에 따라 비영업용의 경우 배기량에 세액을 곱해 산정하고 있다. 배기량 1천㏄ 이하는 ㏄당 80원, 1천600㏄ 이하는 ㏄당 140원, 1천600㏄ 초과는 ㏄당 200원을 납부하는 식이다.
이런 까닭에 배기량이 2천497㏄인 그랜저는 1천998㏄인 BMW 5 시리즈보다 자동차세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아울러 다수의 국산차 모델에 수입차보다 높은 자동차세가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의 자동차세는 그랜저와 싼타페, 제네시스 G80, 포터2, 봉고3가 모두 동일한 64만9천원이었고, 카니발 90만원2천원, 팰리세이드 98만2천원, K7이 78만원 등이었다.
수입차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기본 가격이 6천450만원인 벤츠 더 뉴 E-클래스가 51만8천원이었고 6천457만원부터 판매되는 아우디 A6가 51만6천원, 5천170만원부터 판매되는 BMW 3 시리즈가 51만9천원 등으로 그랜저보다도 낮았다.
1억이 넘는 포르쉐 카이엔은 자동차세가 77만9천원으로 카니발이나 팰리세이드보다도 낮았고, 2억이 넘는 벤츠 S-클래스와 람보르기니의 자동차세도 103만원이다.

고가 모델보다 저가 모델에 더 높은 자동차세가 부과되는 조세역전 현상은 국산차 중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 가격이 6천만원대인 제네시스 GV80은 그랜저뿐 아니라 1천만원대 후반인 포터 2, 봉고 3와 동일한 64만9천원이 부과되고 있다. 3천만원대부터 판매되는 카니발, 팰리세이드, K7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보다 낮은 것이다.
구자근 의원은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배기량에서 자동차 가격으로 변경하고 과도한 자동차세를 감면해 주는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배기량 1천㏄ 미만의 경차와 장애인 차량, 친환경차의 경우에는 자동차 세액을 50%까지 감면해 주는 방안도 담겼다.
다만 세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세수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해 난항이 예상된다. 배기량에 따른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바꾸려면 미국과 재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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