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의학 저널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치료(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논문으로 실렸다.
앞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환자의 신경학적 합병증에 대한 연구 보고는 몇 차례 나왔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을 뿐, 어떻게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지금까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미 워싱턴의대 4월 22일 저널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를 한 달 이상 앓다가 회복한 환자가, 확진 6개월 이내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생긴 질환이나 증상으로 사망할 위험은 일반인보다 60%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처음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 질환으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론 거의 모든 인체 기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호흡계, 심혈관계, 신경계 등 11개 범주로 나눠 코로나19의 장기 후유증 유형을 상세히 열거했지만, 알츠하이머병은 여기서 빠졌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 산하 유전체 의학 연구소의 청 페이싱 박사는 "어떤 연구 보고는 신종 코로나가 뇌에 직접 감염한다고 하고, 어떤 보고는 뇌에 이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라면서 "코로나19가 신경학적 손상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알아내는 건, 효과적인 예방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및 코로나19 환자의 기존 데이터세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코로나19가 알츠하이머병 유사 치매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우선 신종 코로나(SARS-COV-2)의 숙주세포 유전자와 몇몇 신경질환 관련 유전자의 근접성을 측정했다. 또 신종 코로나가 뇌 조직과 세포에 감염할 수 있게 하는 유전적 요인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가 뇌를 직접적인 감염 표적으로 삼는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몇몇 신경질환 연관 유전자와 신종 코로나 사이에 밀접한 네트워크 관계가 존재하고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알츠하이머병이라는 걸 알아냈다. 이는 코로나19가 알츠하이머병 유사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를 가리킨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특징인 신경염증 및 뇌 미세혈관 손상과 코로나19의 잠재적 연관성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면 뇌 염증을 의심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 지표가 크게 변하고, 특정 바이러스 진입 인자가 혈뇌장벽 세포에서 높게 발현한다는 걸 확인했다.
청 박사는 "알츠하이머병 유사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신경 염증과 뇌 미세혈관 손상의 연관 유전자 몇 개에 신종 코로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최대 유전적 위험 요인인 APOE E4/E4 형질을 가진 사람은 바이러스 방어 유전자의 활성도가 낮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런 환자는 코로나19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걸려 신경학적 합병증 위험이 최고 수위에 달한 환자를 확인하는, 검증 및 측정 가능한 생물지표 개발을 목표로, 치료 표적과 실행 가능한 생물지표를 찾고 있다. 핵심 도구는 첨단 네트워크 의학과 인공지능 기술이다.
(사진=워싱턴의대 Sara Moser/미 NIAID·NIH)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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