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는 거래소…코인 상장도 상폐도 '5G급'

장슬기 기자

입력 2021-06-18 10:28   수정 2021-06-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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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 피해만 '눈덩이'
    당국도 거래소도 '나몰라라'

    <앵커>
    금융위원회가 오늘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특정금융정보법, 일명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인데요.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먼저 금융위가 오늘 입법예고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이번 특금법 시행령의 핵심은 거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것인데요.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은 취급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 골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화면을 보시죠. 이 번에 추가된 조항들입니다.

    가상자산사업자, 업비트나 빗썸 등 거래소들은 자체발행한 코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코인은 취급할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는 임직원들의 코인 거래까지 금지한 조항인데요. 예를 들어 업비트 임직원들은 업비트를 통해 코인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왜 이런 조치가 단행됐느냐, 바로 시세조작 우려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전산망에 허위 입력을 해서 가상자산의 시세를 조작하는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코인은 아예 취급할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앵커>
    최근 업비트같은 거래소들이 일부 코인들을 무더기로 상장폐지 시키면서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상장폐지건도 특금법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개정안에서 명확히 규정한대로 거래소는 자체발행한 코인을 취급할 수 없습니다. 최근 국내 코인 거래소 3위인 코인빗은 8가지 코인의 거래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했는데요. 이와 함께 28개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앞서 업비트도 페이코인을 비롯해 5개 코인 거래를 중단하고, 25개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지했고요. 후오비라는 거래소도 자체 발행하던 후오비토큰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소들이 거래를 중단한, 상장 폐지한 코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거래소와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먼저 `마로`라는 코인은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관계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투자한 코인입니다. 다날이 발행한 페이코인도 두나무의 주요 주주 지분을 다날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어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특금법 시행에 앞서 거래소들이 트집잡힐 수 있는 부분들을 미리 제거하는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앵커>
    꽤 많은 코인들이 상장폐지되고 있네요. 분명 투자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상장폐지된 코인 외에도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은 두 거래소만 봐도 50개를 훌쩍 넘는데요.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약 1주일간 거래소가 해당 코인에 대한 검토를 통해 최종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1주일 후 해당 코인이 상장 폐지될 수도 있고, 다시 거래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간 다시 거래를 재개하는 사례는 드물었고요, 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거래소들의 기습적인 폐지 공지입니다. 코인빗은 15일 밤 10시가 넘어서 무려 30개가 넘는 코인을 무더기로 거래 중단하거나 유의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지를 했고요. 업비트는 지난 주 금요일 밤 기습으로 무더기 상폐를 알렸습니다. 사실 거래소들은 신규 코인을 상장할 때도 투자자들이 충분히 정보를 얻을 시간을 주지 않고 새벽에 기습적으로 상장하기도 하면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번 무더기 상폐마저도 갑작스럽게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은 아무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금만 날리게 됐죠. 상폐나 유의종목 지정 사유에 대해서도 팀 역량 및 사업이 내부기준에 미달한다, 정보공개와 커뮤니케이션 미달이다 등 굉장히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공지돼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당황스러운건 해당 코인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편의점이나 커피숍에서 결제까지 가능했던 페이코인은 업비트로부터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데드라인 30분 전에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았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업비트에 상장됐던 퀴즈톡이라는 코인도 기습적인 업비트의 상장폐지로 피해를 봤다며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과 피해사례를 집계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당한 사유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상장폐지를 통보한 만큼 업비트에 대해 항의하고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네요. 이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고, 특금법이 시행되면 코인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퇴출되는 거래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정작 계좌를 발급해주는 은행들은 어떤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네. 사실상 거래소 선별 작업에 키를 쥔 곳은 은행이죠. 앞으로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입출금계정을 개설하지 못한 거래소는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기 때문인데요.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를 늘리는 것에 부담을 갖는 모습입니다. 은행들의 현 상황, 문성필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성필 기자 리포트] 은행권 "가상화폐 추가 제휴 계획 없다"

    <앵커>
    은행들도 등을 돌리는데다, 현재 상황을 보면 코인 상장폐지 행렬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투자자를 위한 보호 장치는 전혀 없는 겁니까?

    <기자>
    네 이미 상폐 명단에 오른 코인들은 공지가 되자마자 50% 가까이 시세가 급락했고요. 오늘 기준으로도 10% 이상씩 빠지고 있습니다. 상폐까지 일주일의 정리기간을 준다고 해도 대부분 공지가 난 직후 큰폭으로 가격이 떨어져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손실을 보고 있고, 이 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 역시 손해가 어마어마한 상황입니다.

    사실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해 주무부처가 금융위로 지정이 됐는데요, 금융위도 자금세탁방지 의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거래소를 선별하는 작업만 진행하고 있을 뿐 이번 코인 기습 상폐에 대해선 그 어떤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이와 관련해서 법적 문제는 없는 지, 변호사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정수호 변호사 : (1:18)기본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코인 상장 및 상장폐지는 원칙적으로 거래소 재량에 달려 있고요. 다만 기습적으로 상장폐지하는 경우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 관계에 대해선 거래소 가입시 약관에 규정을 해놨어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거나… 주요 거래소뿐만 아니라 중소형 거래소들도 거의 다 넣어놨을 거에요. 자기들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보호하기 위해서…투자자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약관으로 되면 약관 효력이 인정이 안 되거든요. 그러면 민사소송으로 가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고…]

    정리를 해보면,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약관들이 있고 투자자들이 해당 약관에 동의를 하고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 중단과 관련된 손해는 사실상 보상받기 어렵다고 보여지고요. 다만 이 약관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근본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약관이 아닌지, 여부를 따진 후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이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약관 자체를 놓고 부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죠.

    <앵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은 전혀 없다?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비용도 시간도 오래 소요되는 소송으로 접근할 수 있는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정확한 기준조차 없는 이 시장에서요. 그래서 이 변호사는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선, 금융위가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의 주무부처로 결정된 만큼, 앞으로 더 불어나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분쟁기구 등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라임펀드사태의 같은 경우 당국 차원에서 분쟁조정위원회를 조성해 처리하잖아요.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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