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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담으로 본 한국…경제 위상, 정말 올라갔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6-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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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달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회담 모두 ‘비대면’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면’으로 열린 것은 그 자체가 최대 성과라 볼 수 있다. 백신 보급이 빨라지면서 각국 간 정상회담을 비롯한 국제 관계가 정상을 되찾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두 회담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0일 출범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바이든 정부가 추진했던 대내외 정책을 총괄적으로 평가한다면 ‘back(돌아왔다)’와 ‘china(중국)’로 요약된다. 앞으로 더 강하게 추진되면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America is back”. 취임 당시 이 강한 첫 마디로 시작됐던 바이든 정부는 올해 초 트럼프 키즈에 의해 의회가 점령당할 정도로 위기에 몰렸던 민주주의를 복원하는데 최우선순위를 뒀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국’과 ‘바이든국’으로 양분됐던 합중국 정신도 백신 보급에 주력하면서 다음달 4일을 기해 또 다른 독립 기념일을 구상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상항을 지나고 대내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다져지자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크게 훼손됐던 대외관계를 복원하는데 나서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 외교 경험이 풍부한 바이든 대통령은 G7, 대서양 동맹을 통한 유럽국가와의 관계, 중국에 눌려있던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일부터 추진하고 있다. 최종 타겟은 중국이다. 두 정상회담의 개최 배경과 성과도 이 같은 각도에서 평가돼야 한다.

중국은 1978년 덩 샤오핑 주석이 개혁과 개방을 표방하면서 수출 위주의 외연적 성장단계를 밟아왔다. 성과도 컸다.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43년 전에는 10%에도 못 지쳤으나 작년에는 72% 수준까지 좁혀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빠르면 6년 후에는 미국마저 추월해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2차 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주도해온 미국을 비롯한 G7 국가와 한국, 호주, 인도가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머리를 맞대기까지 ‘G-something’ 체제는 약화돼 왔다. G7이 주축이 돼 세계 공동의 이익 추구를 표방하더라도 그룹 제로(G0)’로 가는 시대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UN)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합의 사항 위반 때 제재하더라도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바이든 정부 시대에 예상되는 세계경제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미국과 중국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지역 혹은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모두 조화하는 ’다자주의’ △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 볼 수 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미국과 중국 간 이해관계에 따라 ‘차이메리카’와 ‘신냉전 2.0’이 반복되는 커다란 줄기 속에 다른 국가는 자국 문제 해결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중층적 ‘분권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세계경제질서는 G7국가가 주도가 돼 구축해 놓은 글로벌스탠더드가 통하지 않으면서 미래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 젤리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애브노멀 젤리형 세계경제질서는 종전의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에 내재돼 왔던 한계에서 비롯된다. 2차 대전 이후 스탠더드와 지배구조를 주도해 왔던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코로나 사태에도 가장 많은 피해를 받음에 따라 주도국으로서의 위상과 신뢰가 급격히 떨어졌다.
G0 시대에서는 어느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경제발전단계를 높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G7 이외 새로운 중심국으로 부각될 것으로 기대됐던 브릭스 국가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던 인구와 부존자원 이외 다른 성장동인이 있어야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 로스토우(W. W. Rostow) 교수가 주장했던 ‘제2의 도약론’이다.

새롭게 거론되는 성장동인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앞당겨져 초연결 사회가 도래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중심축 국가(pivot state)’일수록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심축 국가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수 있는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양회를 계기로 내수 위주의 ‘쌍순환’ 전략과 세계가치사슬(GVC)의 중심지를 더 강화하는 ‘홍색 공급망’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고 바이든 정부는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등 이룬바 BBS로 불리는 핵심 산업의 경우 가치사슬의 중심지를 미국에 두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 콘택트 초연결 시대에서는 미·중 간 마찰은 ‘디지털 통화전쟁’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미국보다 앞서 작년 5월부터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용해 왔던 중국은 2022년에 열리는 뻬이징 올림픽 직전까지 완전히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양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은 디지털 위안화를 새로운 기축통화로 구축하려는 야망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권력이 국가 권력까지 넘보는 것을 견제할 목적으로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을 불허하는 트럼프 직전 정부의 방침에 따라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던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만에 양대 경제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잇달아 ‘디지털 달러화’ 도입 방침을 밝혔다.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국면에 몰렸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더이상 달러 패권을 누리지 못하게 되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는 2차 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담했던 달러화 보유 구속. 즉 ‘달러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이 경우 보유 달러화가 대거 출회되면서 달러 가치가 추가적으로 떨어지는 악순환 국면에 몰릴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가 정착될 경우 ‘디지털 달러화’와 또 다른 형태의 기축통화 전쟁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 IMF의 SDR(특별인출권) 편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통한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꾸준히 추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국의 위상에 걸맞은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해 왔다.
금융 마찰로 초점이 이동된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은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양국 간 다툼은 우리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간자 입장에 서 있는 우리로서는 어느 한편으로 치우칠 경우 더 불리해지는 만큼 현 정부 들어 중국으로 치우쳤던 대외경제정책 상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하루빨리 균형을 찾아야 한다.
바이든·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전개될 새로운 미국과 중국 간 마찰 시대에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앞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심축 사회에서 더 거세질 양국의 네트워크 가담 요구에 어느 편에 설 것인가’와 ‘앞으로 전개될 디지털 통화전쟁에 디지털 원화의 위상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만큼 중요한 과제가 없기 때문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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