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마녀가 2021년 맞서 날아올랐다.
지난 6월 27일 부산이 종연하며 지난 2월 서울에서 시작된 <위키드>가 4개월에 걸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즌마다 성공한 킬러 콘텐츠이지만 5년 만에 공연된 2021년 시즌은 유례없을 정도의 뜨거운 열풍과 흥행 기록을 세우며 장기간 위축되어 있던 공연 시장을 뒤흔들었다.
초록 마녀의 흥행 돌풍은 첫 티켓 오픈인 지난 1월부터 예견됐다. 개막 전에 오픈된 공연이, 오픈 당일(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픈된 좌석 기준)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서울 공연은 전국 공연 박스오피스 3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공연예술통합 전산망 전국 월별 예매율 1월~3월 집계기준) 2012년 내한공연으로 한국 초연한 이래 4번째 프로덕션이자 3번째 한국어 프로덕션인 이번 시즌은 서울에서 2월 12일부터 5월 2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96회, 5월 20일부터 6월 27일까지 드림씨어터에서 48회로 총 144회 공연을 마쳤다.
거대한 스케일과 무대 메커니즘으로 지역 공연이 쉽지 않았던 <위키드>는 9년 만에 서울, 대구에 이어 3번째 에메랄드 시티 부산 초연을 성사시켰다. 서울이 아닌 지역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공연예술통합 전산망 전국 2위(4월)를 차지하며 흥행 배턴을 이어갔다.특히 전체 부산 공연 예매자 중 부산 외 지역인 경남, 서울, 경기 등 타지역 예매자가 40% 이상을 차지하며 공연과 여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관객들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에서는 약 1년간 지역 투어가 전무했던 가운데 <캣츠> 40주년 내한 투어를 시작으로 <위키드>까지 성공리에 성사 시켜 지역 공연 시장의 활기를 더했다.
또한 20대 예매자 비율이 서울 공연 50.1%, 부산 공연은 45.7%(인터파크 예매율 기준)를 차지해 새로운 플렉스 문화소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라는 새로운 관객을 사로잡는 등 공연시장의 흥행에 물꼬를 텄다
흥행뿐만이 아니다. 서울 개막 이후 8일 연속 예매자 관람 평점 10점 만점을 기록한 <위키드>는 6000여개의 관람후기 기준 부산 공연 평점 9.9 (인터파크, 예스24), 서울 공연 평점 9.8 (인터파크, 예스24)로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기록했다. ‘역대급 위키드’라는 호평을 받은 37명의 배우들의 열연은 ‘위키드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한국의 첫 초록 마녀이자 7년 만의 엘파바로 완벽하게 분한 옥주현과 전 시즌을 이끌어 오며 ‘국보급 글린다’로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은 정선아, 새로운 마녀로 캐스팅되어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엘파바의 손승연, 사랑스러운 외모와 연기로 새로운 스타로 거듭난 나하나 등 4명의 마녀는 관객과 언론을 사로잡았다. 로맨틱한 히어로 피에로와의 싱크로율로 호평받은 서경수, 진태화, 베테랑 연기로 작품을 이끈 마법사 역의 남경주, 이상준, 모리블 학장 역의 이소유, 김지선, 딜라몬드 교수 역의 이우승과 신예 배우 네사로즈 역의 전민지, 보크 역의 임규형을 비롯한 37명의 전 캐스트의 빛나는 호흡은 그린 시너지를 더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시작한 첫 번째 <위키드> 프로덕션이자 동시기 유일한 프로덕션으로 한국어 프로덕션의 진귀한 기록도 연이어 탄생하였다. 3번의 전 시즌에 참여한 배우는 총 9명으로 글린다 역의 정선아, 마법사 역의 남경주, 이상준, 딜라몬드 역의 이우승, 앙상블과 스윙 배우 김수현, 백두산(댄스캡틴), 오유나(댄스캡틴), 유정희, 조은희(가나다순)다. 역대 한국의 마녀를 맡은 배우 총 10명 중 전 시즌에 출연한 단 한 명의 배우 정선아는 한국어 프로덕션 259회로 최다 글린다 기록을 세웠다. 또한 더블 캐스팅 캐릭터 역 중 최다 공연 기록을 세운 마법사 역의 남경주 배우는 323회, 마찬가지로 전 시즌 마법사 역을 맡은 배우 이상준은 297회 공연에 출연했다.
특히 딜라몬드 교수 역의 이우승 배우(2013-2014, 2016년 시즌 앙상블)와 앙상블 조은희 배우는 전 시즌 단 한 회도 쉬지 않고 한국어 프로덕션 620회 전회 출연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간 시즌마다 참여한 동물보호, 환경 캠페인 등 무대 밖 사회 공헌 활동도 이어졌다. 친환경 오리지널 굿즈로 구성된 포 그린 패키지(For Green) 출시, WWF 세계 자연 기금과 함께한 어스 아워 캠페인, 티켓 봉투, 프로그램을 친환경 소재 및 방식으로 제작하는 등 프로덕션 전 기간에 걸쳐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친환경 그린 캠페인을 펼쳤다.
이 밖에도 드레스코드 그린 룩과 캐릭터 코스프레로 공연장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 인증샷을 촬영하는 놀이가 SNS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시즌 최다 관람(23회) 등의 이색 기록을 세운 오지안(<위키드>를 사랑하는 팬을 가리키는 용어)의 두터운 팬덤을 비롯해 아모레 성수와의 팝업 존, 전일찬 셰프와의 작품을 테마로 한 메뉴 출시 등 다양한 그린 컬래버레이션 등은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내며 열풍을 뒷받침했다.
상반기의 공연 시장의 포문을 연 ‘위키드 열풍’은 장기간으로 이어진 팬데믹으로 여행, 쇼핑, 문화 활동이 제한 되면서 억눌려왔던 문화 소비 욕구를 분출시키는 보복 소비 심리로 더욱 거세졌다.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의 판타지와 작품의 에너지와 긍정적인 메시지, 엘파바가 무대 끝까지 날아오르는 강력한 비상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높은 관람 만족도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위로해 위축됐던 문화 소비 심리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브로드웨이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단 3편 중 금세기 초연작으로 유일한 작품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옮겼다. 2003년 초연 이래 공연된 모든 도시의 흥행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웠으며 전 세계 16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6천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한 브로드웨이의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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