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시대…백화점 떼고 모바일 앞으로 [유통업계 '제2의 창업'…"물러설 곳이 없다"]

방서후 기자

입력 2021-07-16 17:34   수정 2021-07-16 17:35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코로나19 시국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3사가 모처럼 출점 경쟁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방서후 기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조금 무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 이런 결정들을 한 걸까요?
    <기자>
    백화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앵커>
    일단 마트나 슈퍼보다는 크고, 또 고급스럽고, 그래서 쾌적하다는 느낌입니다.
    <기자>
    앵커가 말한 단어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습니다. 우선 `고급`이라는 측면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난 1분기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2%에서 261%까지 폭증했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기저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해외 여행에 쓰일 돈이 대거 쇼핑에 쓰인 건데, 그 중심엔 바로 명품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1분기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65% 늘었고,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도 각각 58%, 34% 상승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명품 브랜드들이 올 들어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는데도 오픈런(매장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물건을 구입하는 것)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죠.
    즉,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채널이 대세가 되면서 네이버와 쿠팡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그건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고객을 뺏어온 것이지 백화점 고객을 뺏어온 건 아니다, 고로 오프라인 백화점은 건재하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온 국민이 다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백화점에서 명품만 파는 것도 아닐 거고요.
    명품이 잘 팔리면 명품관만 열면 되지 굳이 큰 돈 들여 백화점을 열 이유가 없잖아요?
    <기자>
    백화점은 고급스럽기만 한 게 아닙니다.
    지난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 다음달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타이틀이 있습니다.
    바로 해당 지역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겁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을 넘어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랜드마크를 표방하는 거죠.
    먼저 전문가의 설명 듣겠습니다.
    [정연승 / 단국대 경영경제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 유통의 핵심은 상품입니다.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에 상품 기획력이 중요한데, 소비자에게 다양하고 재미 있는 볼거리와 요소들을 함께 제공해야 효과가 있다는 거죠. 최근에는 복합 쇼핑몰이나 대형 백화점을 고객들이 더욱 선호하는데, 코로나19 방역은 물론 고객에게 주는 즐거움이나 체험 측면에서 새로운 백화점이 주는 효과나 유익이 많이 있기 때문에 계속 출점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유통학회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미세먼지 농도가 짙고, 기온이 높을 수록 대형마트 매출은 주는 대신 백화점 매출은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야외활동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온라인 사이트나 모바일 앱으로 구매 가능한 대형마트의 경우 소비자들이 방문을 자제하는 반면, 백화점 물건은 직접 가서 사려하고, 청정 구역으로까지 인식한다는 겁니다.
    <앵커>
    규모가 큰 대신 쾌적하다. 결국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콘셉트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통가의 오프라인 경쟁력은 결국 백화점에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는데, 단순히 물건만 팔아서는 안 되겠죠.
    명품 사러 백화점 간다가 아니라 전시회 보러, 아이랑 놀러, 아니면 그냥 쉬러 백화점을 간다는 말이 성립되게끔 공간을 꾸미는 것이 최근 백화점 업계의 화두입니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은 이름에서부터 볼 수 있듯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뺐습니다. 규모는 서울 지역 백화점 중 가장 크면서, 매장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은 기존 현대백화점 평균보다 낮습니다. 대신 고객들이 편히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렸고요.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영어키즈 교육기관인 세서미 스트리트와 프리미엄 키즈카페, 전국 최대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문화센터를 선보이며 `스테이 플렉스(Stay+Complex)`라는 개념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대전신세계 엑스포점은 대전 엑스포의 본고장 답게 `신세계 넥스페리움`으로 대표되는 차별화된 공간이 들어섭니다. 유통시설에는 처음 입점하는 과학관이고요, 카이스트와 손잡고 구성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게 손님을 끌기 위해 노력했는데 코로나19는 끝날 생각을 않습니다.
    마냥 백화점에 오는 손님만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고, 온라인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어요.
    <기자>
    백화점이 아닌 다른 채널은 사실상 온라인에 먹혔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유통 공룡들이 한쪽에서는 백화점이나 팝업 스토어 오픈에 분주하면서도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통 큰 베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장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를 앞세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죠. 단숨에 쿠팡을 밀어내고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베이를 놓친 롯데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습니다.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인수할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백화점은 아니지만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합병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전국 1만5천개 오프라인 소매점과 홈쇼핑 커머스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업권 간 공고했던 구분이 흐려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했다며,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일만 남았다고 강조합니다.
    <앵커>
    백화점이 새로운 공간으로 탈피해 건재함을 과시한 것처럼, 온라인 플랫폼도 살아 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요즘처럼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기자>
    지난 5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IT기업도 아닌 유통기업 CEO가 어떤 말을 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어떤 말을 했는데요?
    <기자>
    "장관님, 대학의 컴퓨터 공학 전공자 수를 늘려주세요."
    <앵커>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누가, 왜 그런 말을 한 겁니까?
    <기자>
    해당 발언을 한 CEO는 바로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였습니다.
    마켓컬리만 해도 굉장히 혁신적인 온라인 음식료품 플랫폼이잖아요? 그런 회사조차도 유통 상황이 급변하고,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요즘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우리가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던 온라인 채널조차도 변해야 한다, 뭐 그런 의미입니까?
    <기자>
    누가 고객을 보다 오래 채널에 머물게 하는가는 예나 지금이나 유통업계 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다만 비대면이 트렌드가 되면서 고객이 머무는 채널이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웹사이트, 요즘에는 모바일 앱이 된 거죠. 앞으로 이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고요.
    아무리 아마존이라도 꾸준히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따라 잡힐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듯 우리 유통업계에서도 IT 기술 보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분야도 다양한데요. 최근 인플루언서가 선택한 제품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구매하는 패턴이 확산되면서 라이브커머스 솔루션 개발 등 관련 전문 인력들이 계속해서 필요한 상황이고요.
    라이브커머스 관련 인력 이외에도 모바일 UX(사용자 경험)·UI(사용자 환경) 개발 분야와 고객 취향을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 분야, 디지털 플랫폼에서 축적되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 인사이트를 도출할 데이터사이언티스트도 `품귀`라고 합니다.
    전문가의 의견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정연승 / 단국대 경영경제대 교수(한국유통학회장):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바뀌고 소비자들이 바뀌어도 유통의 핵심 원리는 변한 게 없습니다. 혁신과 고객 관리, 상품 기획력, 스토리텔링, 이런 것들이 여전히 기업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에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트렌드에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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