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골프란? [K-VINA 칼럼]

입력 2021-07-28 11:27  

주말에 할 일이 없어 골프 치러 간다고 하면
참 팔자 좋은 소리한다고 피식 웃겠지
하지만 진짜 그렇다
라오스에서 주말에 골프클럽에 가지 않으면
집안에 박혀 온 종일 뜨거운 공기와 싸워야한다
다른 대안이 없다
더구나 혼자 사는 경우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골프장이지만
어느덧 안방처럼 편안해졌다
열대나무 가지에 뭉실뭉실 걸터앉은 새 구름
바람에 맞춰 걷다보면 어느덧 저물녘이다
석양이 물들면 붉은 노을이 가시꽃처럼 핀다
겨울이 없어 일 년 내내 골프를 즐길 수 있지만
일 년 내내 더위도 피할 수 없는 라오스
겨울 골프여행지로 유명했지만
코로나로 발길이 뚝 끊겨 적막함마저 감돈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는 5개의 골프장이 있다
이 중 한국과 관련된 골프장이 세 곳이나 된다
모두 시내에서 20분 정도의 지근거리에 있어
늦잠을 자다 가도 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면된다
밥 먹고 싶으면 식당에 가듯 그렇게 가면 된다
부킹도 전혀 필요 없다
언제든 열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그냥 가면 된다

클럽에 도착하면 캐디들이 순서대로 골퍼들을 맞는다
20대의 어린 여성캐디도 있지만 남성 캐디도 꽤 많다
내기를 하거나 골프타수를 줄이려면
경험 많은 캐디가 좋다
대부분 1인당 1캐디를 동반 한다
골프장마다 캐디의 유니폼이 가지각색
반짝이는 형광색부터 빨강색까지
클럽마다 그린피는 다소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부분 18홀 기준 6만원~9만원 선
(우기철에는 20~30% 추가 할인까지)
9홀은 18홀의 딱 절반 값이다
이곳의 생활수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이웃 동남아 국가들보다는 싼 편이라고 한다
어느 계절이나 6시면 티업이 가능하다
비가 쏟아져도 30분 정도면 멈춘다
그래서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도 골프장에 간다
가다보면 비가 그친다
비가 온다고 꾸물대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비 갠 후 잔디의 촉촉함이 새끼 솜털 같다

팀당 굳이 4명을 묶어서 운동할 필요가 없다
혼자서도 가능하다
혼자라고 더 비싼 것도 아니다
최대 6명 까지 함께 라운딩을 한다
내기 판돈이 커져야 재미있다는 라오스골퍼들의 지론
어떨 때는 7명이 하는 경우도 보았다
앞선 홀에 이들이 있다면 오늘은 도 닦는 날이다
간혹 먼저 가라고 양보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오스 골퍼들은 술을 참 즐긴다
카트에 맥주를 싣고 다니면서 마신다
별도의 그늘 집이 필요 없다
운동하러 왔는지 술 먹으러 왔는지
그저 즐기는 것이다
이들의 흥은 24시간제다
떠들썩한 곳을 보면 거기 그들이 있다
대부분 1인당 1카트를 쓴다.
대부분 카트가 있지만 없는 곳도 있다.
18홀 내내 걷고 싶다면
카트 없는 곳도 좋다
하지만 2리터 냉수를 꼭 챙겨야 한다
온 통 땀에 젖어 탈수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젖은 몸에 폭풍 흡입! 동남아 골프의 참 맛이다.
큼지막한 양산은 필수다
모자를 쓰지 않으면 머릿속도 탄다
썬 그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도 가물가물
손목 토시를 안 하면 밤이 따갑다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골프백을 차에 실어주는 캐디들에게 팁을 준다
(팁이 캐디들의 주 소득원이다)
어느 골프장이나 10만 킵(15,000원 정도) 정도
물론 9홀만 돌았으면 이 또한 절반
조금 더 주는 단골 골퍼들도 있다
매너 좋고 맘씨 넓은 한국 골퍼들은
언제나 이들에게 VIP 대접을 받는다
공은 대부분 흔 볼을 사용한다
클럽 가는 길가에 15천원에 30개 정도
그런데 요즘 로스트볼이 너무 낡았다
해외 골프관광객이 사라져 흔 공이
돌고 돌아 구멍이 나고 금이 갈 정도다
골프복도 편하게 입으면 된다
대신 시원하게 입어야 한다
환복도 간편하다....반바지와 반팔
클럽이나 골프백도 있는대로 쓰면 된다
그러나 양보와 매너는 품격이다
37도 창공에 늘 태양과 맞장 뜨는 기분으로
굿 샷을 외치는 뜨거운 몸부림들
더위를 잊기 위한
더위와 익숙해지기 위한

가끔 꿈을 꾼다
유명 여행지인 방비엥에 100홀짜리 골프장이 생긴다면
지난해 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젠 1시간 거리
병풍처럼 둘러친 구름과 산림 속에
세계 최고의 골프장과 골프텔이 조성되어
겨울철 PGA가 개최된다면....
라오스 남부 커피산지 빡송에
북위 10도의 서늘한 바람이 나뭇가지에 머무는
해발 1,000미터 볼라벤 고원에
빡세의 뛰어난 폭포수 소리를 따라
원시림 같은 코스가 세워진다면
가난은 저물고
따뜻한 웃음소리가
금빛 햇살처럼 울타리에 너울댈까?

칼럼 :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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