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1,000개 감고 5만원 벌었다…AI시대의 가내수공업 [월급이 모자라]

이지효 기자

입력 2021-07-30 16:56   수정 2021-07-30 19:48



    《`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문득 지난 <월급이 모자라>를 스쳐간 부업들을 생각해봤습니다.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면 훨씬 잘 할 수 있는 부업이었죠. 이모티콘 작가 부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면 유리했습니다. 부업을 선택하시는 분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도저도 아닌 저같은 사람은 어쩌면 좋을까요. 간단합니다. 전통적인 노동을 찾으시면 됩니다.

    전통적이라고 하면 인형 눈알 붙이기, 종이학과 공룡알 접기 등이 떠오릅니다. `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를 단순한 작업들이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다고 해도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하는 분야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이런 부업들은 시간이나 장소에서 자유롭고 심지어 돈도 됩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될 때 한 번쯤 해보면 좋은 부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네, 그래서 이번에 <월급이 모자라>가 선택한 것은 `실감기` 부업입니다.



    ● `인형 눈알 붙이기`급?…이런 부업 어디서?

    이번 `실감기` 부업은 부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업나라`라는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요. 조건은 20세 이상부터 80세 이하에 해당하는 여성이었습니다. (왜 여자만 뽑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 시간과 관계없이 1개당 금액으로 환산해서 지급하는 알바였고요. `정말 간단한 포장작업이어서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단서가 붙었기에 저희도 힘들 거라고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구인 공고를 낸 곳은 `MMM 프로젝트`라는 가죽공방. 소비자들이 직접 가죽을 자르고 꿰매어 가죽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곳인데요. 코로나19로 대면이 힘들다보니 이제는 공방에 가지 않고도 혼자서 만들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키트를 팔고 있었습니다. 키트는 가죽 마감재인 토코놀 풀부터 바늘, 골무, 그리고 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저희는 여기 들어갈 실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죠. 실패 하나에 1m 40cm 정도의 실을 두번 감아주는 아주 단순한 작업이었습니다.

    ● 단순 손부업 "초보는 한시간에 얼마나 감나"

    "부업이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으실 겁니다" 업체에서 제게 물건을 보내오며 한 말이었죠. 아니 공고에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겁을 주다니요. 보통 숙달된 분들은 하루 안에도 하는 작업이라고 하고, 저같은 초보는 3일에서 5일 정도 걸린다고 하던데요. 물건을 보기 전까지는 `하루 안에 다 해놓고 놀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패 1,000개의 양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여기에 실패에 실을 두 번씩 감아야 하는 만큼 굉장히 품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실을 감는 것보다 실타래의 실을 길이에 맞게 자르는 과정이 너무 귀찮았습니다. 그래서 하는 내내 이 부업의 관건은 `실감기`가 아니라 `실 자르기`에 있다고 말할 정도였죠. 단순하게 계산해서 1,000개를 하루 안에 한다고 하면 대략 시간당 42개 정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몇개나 했을까요? 처음에는 10개나 제대로 했을까요. 요령이 없어서 실이 엉키는 건 예사고, 일정하게 감지 못해서 풀었다 감았다를 반복했습니다. `왜 이걸 사람이 하고 있나` 푸념도 나왔죠.



    ● 실패 1,000개 감아서 5만원…시급 얼마야?

    이번 부업의 장점은 있었습니다. 실과 가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그것도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죠. 근무 장소가 자유로워지면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또 퇴근 후에 다른 업무도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 때 이만한 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멀티 플레이`로 가능한 부업인 만큼 단점도 있습니다. 시급이란 개념이 없거든요. 할당량이 있으니 빨리하면 빨리 하는 대로 좋은 구조죠.

    저는 실패 1,000개를 감아서 세금 3.3%를 제한 4만 8,350원을 받았습니다. 제가 맡은 <플러스픽> 뉴스를 진행하면서도, 심지어 화상으로 부서 회의에 참여하면서도 실패를 놓지 않았습니다. 3일 내내 눈을 뜬 시간에는 이 부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래서 시간당 최저임금이 8,720원인 지금, 시급으로 따지기에 굉장히 처참한 수준의 액수를 벌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저는 제 할일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이번 부업을 했다는 것.





    ● `AI`가 다하는 이 시대에도 사람은 필요하다

    AI가 다하는 시대,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지만 이면에는 위협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인간이 하는 여러 일들을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일자리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AI가 정말 우리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면 어떤 일들이 생길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죠. 특히 그간 사람이 했던 `실감기` 같은 단순작업은 기계가 노동을 대신해주는 무인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이런 시대에 직접 도안하고 가죽에 바느질까지 해 완성하는 DIY 취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런 활동은 `실감기` 부업처럼 전통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고요. AI가 했다면 인간보다 훨씬 잘 했을 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하면서 저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요즘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종이학을 접어주는 것보단 물질적인 게 낫다고 하죠. 하지만 종이학을 접는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처럼 돈 이상의 뿌듯함(?)을 느꼈던 부업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실패 하나가 누군가의 가죽지갑으로 멋지게 탄생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21세기에 가내수공업의 감성을 느끼면서 돈도 벌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 도전해 보세요. 단언컨대 소일거리로는 이만한 게 없거든요. 지금까지 이지효 기자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실패 감기` 편의 더 자세한 내용은 1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84gH-9aDV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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