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익숙한 5살 "난 맞아야"…낭독 공판 검사도 '울컥'

입력 2021-07-31 10:09  


"`잘못했어요.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아니, 너 다시 그럴 일 없어. 죽을 거니까 할 수 없어`라고 말하며 피해자로 하여금…"

지난 21일 춘천지법 101호 법정. 아동학대 혐의 사건의 공소사실을 중간쯤 읽은 공판 검사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다섯 살에 불과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약 1년 반 동안 가해진 친엄마와 외할머니의 신체적·정신적 학대 사실을 밝히던 중 그만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10초가 넘는 짧고도 무거운 침묵이 흐른 뒤 "죄송합니다" 말과 함께 공소사실을 읽어나갔으나 그 뒤에도 몇 차례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약 10분 동안 공판 검사의 입에서는 친엄마와 외할머니가 저질렀다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아동학대의 죄상이 낱낱이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A(5)양의 친모인 이모(28)씨와 외할머니 안모(54)씨는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A양이 바지를 입은 채로 소변을 보는 등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로 굶기고, 영양결핍과 성장 부진 상태에 빠지게 했다.

병원 문턱조차 밟아보지 못한 채 방치된 A양은 또래 아이들보다 5㎏가량 적은, 두 살배기 아이들의 평균인 10㎏에 불과했다.

두 사람은 A양이 말썽을 피운다는 이유로, 친할머니 집에 간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잠을 재우지 않았다.

스스로 잘못을 말하도록 길든 A양은 마땅히 용서받아야 할 실수에도 "고아원에 보낸다고 했어요", "(외할머니가) 때려야 돼요"라는 등 훈육과 체벌까지 말하도록 강요받았다.

안씨는 A양이 거짓말했다는 이유로 `죽기 전에 남길 말`을 강요했다. "잘못했어요.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A양의 대답에 "죽을 거니까 할 수 없어"라며 정서적으로 학대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엄마 이씨는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안씨는 또 올해 2월 늦은 시간에 먹을 것을 달라는 A양에게 "먹다 죽어도 내 책임이 아니다. 토하면 다시 집어넣겠다"며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

3월에는 A양이 바지를 입은 채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음부를 꼬집고, "같이 죽자"며 신경안정제 세 알을 먹이려 했다.

A양이 거부하자 안씨는 신경안정제를 먹고 술병과 흉기로 상처를 입혔다.

안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소동을 벌이면서 이들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안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방 안에 있던 심각하게 마른 상태의 A양을 발견했고, 이후 두 사람의 학대 범행을 확인했다.

엄마 이씨는 1년여 전 남편과 이혼한 후 안씨와 함께 A양을 양육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안씨는 구속기소 됐고, 이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일부 범행은 세부적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를 받는 A양이 이 사건 공소제기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의료기록과 관찰일지 등 세부 기록을 검찰과 피고인 측에 요구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30일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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