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강변에 부는 한류(韓流) [K-VINA 칼럼]

입력 2021-08-11 15:31   수정 2021-08-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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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닭 울음에 밀려난 어둠 뒤로
붉은 승복 입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이 시작된다
빨간 색 지붕이 유난히 많은 라오스
아침 연기 풀풀 나는 비엔티안의 거리
갓 길마다 이동상점들이 줄을 섰다
아침꺼리를 마련하는 사람들
숯불에 바싹 구운 꼬치구이부터
파란 댓잎파리에 감긴 찰밥까지
한쪽 차선을 막아놓고도 아랑곳없이
먹기 위해 사는
먹는 게 행복한 나라

이들의 식단에도
언젠가부터 한국음식은 특별한 존재
일반인들이 즐길 수 없는
값비싼 음식의 하나가 되었다
김치! 김치! 김치!
라오스 직원들과 한국식당에 가는 날
이들은 김치에 목을 멘다
밥 먹으로 가는 것인지, 김치 먹으로 가는 것인지
몇 번 더 주문하니 주인눈치가 보인다
라오스김치도 있다하는데
왜 이리 한국김치에 사족을 못 쓰는지
어느 식당의 김치가 제일 맛있는지 물으면 답변이 궁하다
손맛에 따라 다르고 종류도 여간 많은가

한국 바베큐는 없어서 못 먹는다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 뿐 만 아니라
삼겹살도 이들의 구미에 딱이다
한국식당에 가보면
라오스인들로 가득 차 빈 자리가 없다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도
가족단위로 식사를 즐기고 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라도 가족 모임을
한국식당에서 해보고 싶다는 신년계획도
심심치 않게 들어본다
간혹 돼지껍데기를 시키는 라오스 아가씨들도 있다
한국 드라마에서 보았다며
소주와 함께 철판에 구워 꿀꺽
연탄불에 구워먹던 시절이 침샘을 자극한다
콜라겐이 많아서 피부미인이 된다고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즐겨보는 한국드라마가 무엇인지 물어볼 때면
괜히 멀쓱해진다
최근의 드라마 타이틀을 줄줄이 읊으며
출연진들의 신상 뿐 만 아니라
첫 편부터 모든 내용을 세세히 알고 있다
주말 내내 일주일분 몰아보기는 기본이라며
열대지방에서 이보다 큰 즐거움이 어디 있냐고?
언어도 비슷한 이웃 태국드라마하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어보니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한국배우의 연기력이 뛰어나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좋단다
또한 뻔한 스토리가 아니어서
후편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한국라면도 인기상품이다
직원들도 매운닭볶음면을 점심으로 먹기도 한다
다른 나라 제품보다 훨씬 비싼데도 굳이 한국산을 찾는다
혀끝까지 매워 눈물 찔끔 흘리면서도
맛있다며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꼬불꼬불한 면발 위에 김치 한 조각 걸쳐놓고
한 입에 삼키면서 엄지척
이 것은 또 어디에서 배웠을까
요즘 이곳에서도 맥주 값보다 비싼
소주를 섞어 소맥을 즐겨 마신다
요즘 대세가 과일향이 나는 순한 소주라며
얼음과 맥주와 소주를 섞어 원 샷!
한인 마켓 말고도 현지인 마켓에 가보면
한국제품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메콩강변
석양빛에 너울대는 에어로빅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별의 조명도 무지개 빛깔이다
남녀노소 간혹 외국인까지
어둠이 짙어질수록 격렬해지는 율동
처음엔 팝송인가 했다
다시 태국음악인가 싶었는데
리드미컬한 K-Pop이 춤사위에 신났다
21세기 버전으로 손색이 없는....

얼마 전 공관 주최로 K-Pop 콘테스트가 열렸다
한국 행 티켓을 받고 득의 양양
꿈을 향한 이들의 미소가 일간지 표지를 메웠다
지난해에는 한라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국음식과 문화 등 한류체험전이 성황리에 열리기도 하였다
매년마다 교육사업 등 봉사활동을 벌이는 한국기업들과
민간교류 선봉에 선 한인사회의 각별한 수고들
이러한 한류의 풀뿌리 덕분에
지금 K는 자체 변이 중이다
K-Pop, K-Drama를 넘어 K-Food, K-Bio로

하지만 최근 중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엔티안에 들어서는
중국아파트, 중국 백화점과 호텔, 대형 마켓 등
길거리에 점점 불어나는 중국 인파
개통을 앞둔 중국 고속철도와 이후 고속도로까지
코로나 시대 백신을 무기로 더욱 치밀해진
중국의 영향력은 상상이상이 될 것 같다
벌써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노래를 따라 부르는
라오스인들이 부쩍 늘었다
라오스는 또 하나의 중국이 될 것 같은

한류는 단지 문화만이 아니다
경제와 정치까지
더구나 한국인의 자긍심이다
메콩강변에 부는 저 강풍에
전봇대도 뽑힐 것 같은 저 열대풍에
과연 한류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한류의 깃발이 메콩강 넘어 별의 기슭까지
오래도록 펄럭이기를....
반드시 그러리라
별은 떨어져도 별똥별이니까

칼럼 : 황의천 라오스증권거래소 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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