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NA, 다국적 제약사의 `총성없는 전쟁터`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모더나가 최근 유럽연합(EU)에 공급하는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인상했다.
미국과 WHO(세계보건기구) 등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재권 면제를 추진해왔지만, 백신 제조사들을 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적극 반대해왔다.
최근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확산되면서 추가 접종(부스터 샷)에 필요한 백신 추가 확보도 예상됨에 따라 화이자와 모더나 mRNA 백신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때문에 글로벌 제약기업들은 서둘러 mRNA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mRNA 백신은 관련 특허만 300가지 이상으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특허 회피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백신 개발보다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에 발을 들인다.
실제로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는 코로나19 mRNA 백신을 공동 개발하던 기업 인수에 나섰다.
사노피는 미국의 mRNA 기업인 트랜스레이트 바이오를 32억 달러(한화 약 3조6,8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사노피는 글로벌 백신 선두기업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선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모더나 등에 속도가 밀렸다.
이번 인수로 사노피는 mRNA 백신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아날리스트(GIA)에 따르면 올해 mRNA 백신 시장 규모는 640억 달러(한화 약 7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11.9% 증가해 2027년에는 1270억 달러(약 14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얽히고 설킨 `mRNA백신` 특허…향후 개발에 있어 걸림돌 될수도
(사진=한국바이오협회)
그렇다면 mRNA백신을 왜 개발을 하기 힘든 것일까.
현재 급속도로 관심을 받고 있는 `mRNA 백신`의 경우 굉장히 첨예한 특허 관계가 얽혀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코로나19 mRNA 백신에 얽힌 복잡한 특허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형태는 바이러스 벡터 기반, 단백질 기반, mRNA 및 지질나노입자(LNP)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백신 개발 기술은 `특허`로, 제조 방법과 기법(노하우)는 `영업 비밀`로 보호될 수 있다. 이에 백신 개발에는 여러 종류의 지식재산권이 관여돼 있다.
mRNA 백신을 포함해 바이오의약품은 기본적으로 대학이나 스타트업에서 개발된 기초 기술이 특허로 보호된다.
그리고 추가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큰 기업으로 기술 이전이 이뤄진다.
현재 상용화된 mRNA 백신의 핵심 기술이자 특허는 두 가지다.
백신을 감싸는 ‘겉’ 물질인 지질나노입자(LNP), mRNA ‘안’을 설계하는 메틸수도유리딘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두 기술 모두 원천 특허기업으로부터 들여왔다.
결국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서는 mRNA 설계 및 제조 기술은 물론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mRNA 백신 `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천 특허를 셀스크립트가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결국 셀스크립트 특허 확보를 못하면 빠른 시간 내에 백신 개발을 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mRNA 백신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이다.
mRNA는 핵 안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를 해독해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핵산으로 온도·화학물질 등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한 특징을 갖는다.
특히 체내에는 수많은 RNA 분해효소가 있어 쉽게 변형·분해될 수 있다.
LNP 플랫폼 기술은 mRNA 등 유전자 물질을 지질 나노 입자로 감싸 생체 내에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돕는 `약물 전달체` 역할을 한다.
미국 ‘아뷰투스’와 영국 ‘제네반트’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NP 제조기술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특허 연구가 필요하다.
mRNA 백신의 경우 원천기술이 필요한 분야일뿐 만 아니라 관련 특허만도 수백가지에 이르기 때문이다.
■ mRNA 기반 백신 개발 국내사, 자체 원천기술개발…화이자·모더나 넘는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mRNA백신 개발에 열을 올리는 사이 국내사들도 후발주자지만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내사들도 mRNA백신의 복잡한 특허를 피해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과제는 LNP와 셀스크립트 등 mRNA 백신에 광범위하게 설정된 특허를 피해가거나 또다른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큐라티스는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mRNA 코로나 백신 임상1상을 승인받았다.
큐라티스가 개발중인 mRNA 기반 코로나 백신 후보물질은 ‘QTP104’이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코딩하는 self-replicating(자기복제) mRNA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존의 mRNA 백신의 앞에 복제를 할 수 있는 것을 붙인 것으로 repRNA라고 한다.
한 마디로 차세대 mRNA 백신인 것이다.
repRNA는 세포 내로 들어가서 자기 복제를 하게 되는데 훨씬 적은 양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더나 백신은 약효를 위해서 100㎍ mRNA 투여량이 필요한 반면 큐라티스의 repRNA는 5배에서 50배 정도 적게 투여해도 비슷한 수준의 항원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특히 mRNA백신 중요 특허 확보와 관련해 조관구 큐라티스 대표는 “LIONs(Lipid Inorganic Nanoparticles, 지질 무기질 나노 입자)라는 형태인 LNP 물질을 별도로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한 단계 더 진보된 LNP 물질이며, 기존 제조기술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repRNA는 말 그대로 세포 내 존재하는 유리딘을 이용해 mRNA를 증폭한다"며 "이렇게 자연산 유리딘으로 만들어진 mRNA가 단백질 생성을 유도하기 때문에 메틸수도유리딘 사용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큐라티스는 mRNA 백신 개발에 중요한 특허를 모두 확보한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 올릭스 자회사 엠큐렉스는 중요한 mRNA 백신 관련 원천 특허인 분자구조 설계 기술을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확보했다.
엠큐렉스는 mRNA 백신의 핵심 기술이자 두가지 특허 중 하나인 메틸수도유리딘에 대한 회피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다만 특허를 등록하면 기술이 공개되기 때문에 엠큐렉스는 당분간 극비로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진은 백신 후보물질 ‘EG-COVID’에 대한 국내 임상 1·2a상 시험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이진 측은 mRNA 플랫폼만 같은 뿐 화이자, 모더나와 다른 전달체를 사용하고 있다.
모더나, 화이자 등은 감염병 예방 목적이 아닌 항암백신으로 mRNA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으며, 약물 전달체로 지질나노입자(LNP)를 사용하는데, LNP에는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 성분이 포함돼 있어 낮은 확률이라도 전신 알레르기반응인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mRNA 전달체로 ‘LNP(지방 나노입자)’를 사용하고,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솜’을 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LNP로 RNA를 감싸서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면,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솜은 RNA가 가진 음(-)의 성질을 이용해 mRNA와 결합이 잘되도록 했다.
LNP는 항암제 등에 사용되는 PEG(폴리에틸렌 글라이코)를 이용해 만드는데, 이 물질은 인체에 주입 된 물질이 인체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원래 mRNA백신은 암 치료의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오래 신체에 남아 작용해야 유리하기 때문에 이 물질을 사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 물질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드물게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반응)의 원인으로도 추정된다.
반대로 리포좀을 사용한 백신은 주사 부위에만 물질이 남는다.
LNP를 사용하려면 영하 20~70℃에서 보관해야 하지만, 리포좀은 동결건조를 할 수 있어 영상 2~8℃, 최대 29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아이진은 양이온성 리포좀 특허를 갖고 있다.
셀트리온은 가장 먼저 mRNA 백신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기업과의 기술제휴를 택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4일 미국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트라이링크)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트라이링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mRNA 플랫폼 기반 위탁개발 및 생산업체(CDMO)다.
mRNA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고유의 백터 및 3세대 캐핑 기술(클린캡, CleanCap)을 보유하고 있으며, 임상물질과 함께 기술이전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다.
트라이링크는 항원 서열 검증과 함께 독자적인 캐핑 기술 등을 활용해 셀트리온에 임상1상과 2상을 진행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또, 트라이링크는 GMP 생산이 가능한 주형 벡터 및 mRNA 공정 기술을 셀트리온에 제공한다. 셀트리온은 이를 활용해 차세대 백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아직 mRNA 백신 개발과 관련해 초기 단계지만 향후 특허를 회피한 벡터 개발과 함께 핵산 및 캐핑 개량 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mRNA 공정 설비 구축을 통해 대규모 임상3상 물질 생산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mRNA 백신 개발 국내사 관계자들은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향후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mRNA 백신을 먼저 개발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촘촘한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전략과 mRNA 설계·전달체·생산·전임상 등 전주기를 지원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화이자나 모더나가 출원한 mRNA 백신 관련 특허 맵을 분석하고 이를 회피하는 전략이 mRNA 백신 플랫폼 국산화의 관건"이라며 "결국 특허와 관련해 특허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특허 관련 지원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백신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임상인원 확보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3만명의 임상실험을 하려면 검사비와 참여비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민간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어렵고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백신을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임상시험은 어렵다"며 "비교임상에서도 4000명의 피험자가 필요하고 이중 10%를 국내에서 모집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머지 해외에서 피험자 모집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부가 직접 나선다…특허 심사 기간, `2개월`로 대폭 줄어
정부도 mRNA 백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내 기업들이 신속하게 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해 해외와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특허청을 중심으로 특허회피전략을 짜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달 23일부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기업이 출원하는 특허는 우선 심사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평균 14개월이 걸리던 특허 심사 기간이 2개월로 대폭 줄어든다.
또 최적 기술보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분쟁 위험 사전 진단 및 무효·회피 등 기업의 분쟁 대응 전략도 지원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보고대회` 관련 브리핑에서 "mRNA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원천기술이 필요하다"며 "특히 해외기업의 특허를 피하면서 독자기술개발을 위해 특허청 중심으로 적극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호 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화추진단장도 "특허청에서 지난달 mRNA백신과 관련한 개략적 분석을 통해 200여개의 기관을 대상으로 특허설명회를 했다"며 "특허분석과 회피전략을 동시에 마련해 연구단계부터 기존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왜 mRNA인가?…RNA,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로 가능
mRNA 연구 개발은 더 큰 카테고리인 RNA와 연관이 있다.
개인마다 다른, 고유의 유전 정보와 필요한 단백질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 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RNA고 DNA의 설계도면을 공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mRNA다.
기초과학연구원에 따르면 RNA의 다양한 능력은 `생명현상의 조절자`라고 요약할 수 있다.
현재 DNA와 단백질이 담당하는 기능이 RNA에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생명의 기원이 되는 지구 역사상 첫 유전물질이 DNA보다 RNA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생명현상 유지에 필요한 유전과 효소 기능의 대부분을 DNA와 단백질에 넘기고 RNA는 조절작용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기능의 중요성 때문에 RNA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다음의 또다른 펜데믹, 그리고 나아가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바이오제약업계 연구자들은 RNA의 새로운 성질과 기능을 찾아내면서,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강력한 치료제 후보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RNA는 인공적인 합성과 설계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불안정하다는 약점만 해결한다면 약물이나 백신으로 개발하기 쉽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약물과 백신 개발에 대한 후속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며, 암도 RNA에서 치료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진단 기술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단은 대부분 환자의 증상이나 조직 변화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만약 세포 수준에서 진단할 수 있다면 빠르게 병의 발생을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제약업계 관계자는 "세포는 저마다 특이한 RNA를 생성하는데, 어떤 RNA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면 세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래에는 RNA 진단을 통해 암의 징후나 그밖의 불치병에 대해서도 미리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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