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 드릴 구멍 범인 두고 미-러 '신경전'

입력 2021-08-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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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 중인 러시아 `소유스 MS-09` 캡슐에서 발견된 드릴 구멍의 `범인`을 놓고 러시아와 미국이 다시 신경전을 벌였다.
우주정거장의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내부 압력이 떨어져 발견된 지름 2㎜ 크기의 구멍은 유성체 등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드릴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낸 것으로 의심을 받았다.
이를 조사해 온 러시아 측에서 ISS에 체류하던 우주비행사가 조기 귀환을 노리고 고의로 뚫은 것일 수도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미국 측에서는 캡슐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실수 쪽에 무게를 두면서 사건 초기에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간에 미묘한 갈등이 일어 두 기관의 수장이 나서 간신히 봉합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미국 언론에 따르면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신경전의 포문은 러시아 측에서 먼저 열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로스코스모스의 익명 관계자 말을 인용해 NASA의 우주비행사 세레나 아우뇬-챈슬러가 ISS에서 심부(深部) 정맥 혈전증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고있었으며, 지구 조기 귀환을 위해 구멍을 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에서 ISS 우주비행사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도가 종종 있었지만 이름까지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익명 관계자의 말 이외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의사이자 공학도 출신인 아우뇬-챈슬러는 2018년 6월 6일 소유스 MS-09를 타고 ISS에 도착해 196일간 임무를 수행한 뒤 그해 12월 20일 지구로 귀환했다.

이타르-타스가 인용한 로스코스모스의 고위 소식통은 러시아 우주비행사와 달리 NASA 우주비행사는 드릴 구멍 조사와 관련해 거짓말탐지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했다.
NASA 측은 이런 보도가 나온 뒤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승무원의 의료 정보에 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가 만 하루가 지난 13일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NASA 유인탐사실의 캐시 루더스 실장은 트윗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세레나와 그의 전문가다운 행동을 지지하며 (러시아 측이 제기한) 혐의에 어떤 신뢰성도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빌 넬슨 국장도 이를 받아 "캐시의 성명에 진심으로 동의한다"면서 "세레나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우리 우주비행사들과 항상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A는 휴스턴 지상관제소에서 ISS 내 미국 우주비행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우주정거장의 내부 압력이 떨어지기 전 소유스 MS-09가 도킹한 러시아 쪽에 모듈 접근한 미국 우주비행사는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고 러시아 측에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타르 타스통신이 인용한 로스코스모스 관계자는 캡슐에서 확인된 8개의 드릴 흔적 중 1개만 선체를 관통하고, 선체 뼈대에도 드릴 구멍을 내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을 들어 범인이 소유스 캡슐의 구조를 잘 모르고 무중력 상태의 드릴 작업에 관한 훈련도 받지 못한 우주비행사라고 했다.
또 이 드릴 구멍이 캡슐 제작 과정에서 실수로 뚫은 것이라면 발사 전 진공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드릴 구멍을 낸 범인을 조사하기 위해 8시간에 걸친 우주유영을 통해 캡슐 외부를 확인하고, 지구 귀환 과정에서 마찰열로 그을린 소유스 MS-09을 회수해 분석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사건 1년여 만인 2019년 9월 말 드릴 구멍이 뚫린 경위를 모두 파악했다고 밝혔지만, 비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그 어떤 것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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