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잭슨홀 미팅은 전 세계인의 관심이 모인 자리였다. 미국 경제사(이자 세계 경제사)에 기록될 양적완화의 끝이 어떻게 날 것인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 혹은 힌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15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입을 연 지 10여분 만에 미 증시 3대지수는 모두 랠리를 시작했다. 시장 투자심리에 또다시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개장 직전 나왔던 불안한 인플레이션 지표-7월 PCE 물가지수 상승률 4.2%라는 기록적인 수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잠시 잊혀진 듯한 모습이었다.
테이퍼링과 관련한 제롬 파월 의장의 정확한 발언은 "if the economy evolved broadly as anticipated, it could be appropriate to start reducing the pace of asset purchases this year"다. 경제가 기대만큼 발전한다면, 연내 자산 매입 규모 축소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1분기까지는 테이퍼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를 비롯해, 잭슨홀 미팅 직전 나왔던 연은 총재들의 경고들과 비교하면 파월 의장은 상당히 온건한 수준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시장이 원하는 수준의 발언`을 할 것이라는 월가 투자자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자산 매입 축소 규모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급진적인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이를 불식시킨 것으로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투자심리는 이에 반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테이퍼링 그 자체는 정해진 미래로 받아들여왔다. 월가의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연말에는 연준이 국채와 MBS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체로 연말 테이퍼링 개시에 방점을 둔다. 골드만 삭스의 경우, 테이퍼링 시작 시기가 당초 점쳤던 12월보다는 11월이 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며 전망을 수정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테이퍼링의 속도다. 시장 참여자 누구도 연준이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규모를 한순간에 중단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 규모를 축소해 나가되 얼마만큼의 매입 금액을 달마다 줄여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연준이 매달 100억달러씩을 줄여나가면 테이퍼링이 마무리될 때까지 1년이 걸리는 것이고, 200억달러씩 줄여나간다면 테이퍼링의 속도는 두 배로 빨라지는 셈이다. 매달 같은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이제 연말에 연준이 밝힐 자산 매입 축소 규모가 시장의 투자 심리를 좌우하는 `다음 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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