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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혼탁해진 세계경제와 투자환경…살아남을 유망기업의 조건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8-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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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되지만 세계 경제와 투자환경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세계 경제와 투자환경이 순식간에 바뀌는 이른바 ‘절벽 효과(cliff effect)’로 앞날을 내다보기가 더 어려워졌다.

미래 예측이 힘들면 힘들수록 각 분야에서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롭게 나타나는 차별적 경쟁우위 요소를 포착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이전보다 빨리 초일류 기업에 올라서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형성되는 세계 경제와 투자환경은 그 고착 정도로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형’이다. 다른 하나는 양대 위기를 거치면서 새로운 규범 하에 ‘뉴 노멀’ 세계 경제와 투자환경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불안정한 ‘젤리형’이다.

이밖에 인류공영, 세계평화 등과 같은 유토피아(utopia)를 지향하는 기존 질서의 반작용으로 향후 세계 경제와 투자환경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dystopia)’ 질서도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디스토피아란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상황 혹은 극단적인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각국과 기업은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 세계 정치세력의 재편, 이상기후 등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 기술 진보, 물 부족, 도덕성 상실 등이 향후 변화를 이끌 주요 동인이다. 역사적으로 변화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세계와 기업을 더 강하게 만들어 왔으나 그 이면에는 잠재적인 위협 요소도 존재한다.

이럴 때 주요 트렌드 변화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위험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이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재편되는 세계경제질서에서 각국의 위상을 정립해야 할 정책 당국자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바이오 기업은 생존과 직결되는 과제다.

각국 정책 당국자는 기후변화·자원고갈·테러리즘 등 다각적인 중장기 위협요인에 직면하고 있어 단편적인 대응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확대와 질적 성장 추구 등을 위한 새로운 대응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 평가 잣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바이오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는 재무제표였다. 경영진은 경제적인 이윤 추구에 집중하고 투자자는 매출과 이익을 근거로 우량 기업을 골라내는 것이 정형화된 기준이었다. 주가의 적정성을 따지는 방법도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주로 재무제표와 관련한 지표였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시대에 도래한 1990년대부터이며, 그 후 빠르게 변화돼 왔다. 당시 나이키나 코카콜라의 사례처럼 재무제표에 없는 비(非)재무적인 이슈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부정적인 소문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타고 삽시간에 세상으로 퍼져 나가고 이는 주가 하락이나 매출 감소 등으로 해당 기업에 되돌아오는 ‘네트워킹 효과(networking effect)’가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럴 때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까지 감안해 소비자, 주주, 종업원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개념이 제시됐다. 지속 가능성이란 1989년에 열렸던 브루틀란드 회의에서 정의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속 가능 발전이란 미래 세대가 그들 스스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계획이다.

명확한 개념 정립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성의 발전단계와 경영활동이라는 면에서 그 의미하는 바를 살펴봐야 한다. 지속 가능 경영이란 경영시스템의 완전히 새로운 혁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경영활동에 대한 진보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적인 의미는 궁극적으로 이 같은 이슈들이 하나의 시스템 아래 전반적인 경영활동과 의사결정 체계에 반영된다.

기업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성 도전과제가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 지속 가능성과 재무성과와의 연계성은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적인 지속 가능성은 기업으로 하여금 재무 및 비재무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며, 내부경영 효율성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증대시켜 비용을 절감시켜야 한다. 또 상품과 서비스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환경 변화와 소비자 요구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처음 제시된 1990년대에는 사회공헌활동이 중심됐으나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나 거래처와 고객과의 상생 등과 같은 이슈에 더 관심이 많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에너지의 희소성, 인구 고령화 등이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속 가능한 흑자 경영’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은 성장 동력을 개발하고 고객가치 창출과 전략을 설계하고 경영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한다. 하지만 베인 앤 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이 목표를 달성해 생존한 기업은 10%도 채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지속 가능한 흑자경영 달성에 실패하는가? 종전에는 시장점유율 하락, 경쟁 격화, 기술진보 부진 등과 같은 외부요인에서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오너쉽 약화, 의사결정 지연, 현장과의 괴리 등 내부요인가 더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적인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왕성했던 창조적인 문화, 임직원의 주인의식이 약화되는 ‘성장의 함정’이 실패 기업의 85%를 차지한다고 조사됐다.

기업은 성장할수록 가장 먼저 ‘과부화(overload)’ 위기가 찾아오면서 급속한 사업팽창에 따라 신생기업이 겪는 내부적인 기능장애에 봉착한다. 과부화 위기는 ‘속도 저하(stall-out)’ 위기로 전이돼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조직을 이끌었던 명확한 창업자적 미션이 희미해짐에 따라 성장둔화를 겪게 된다. 속도 저하 위기가 무서운 것은 곧바로 ‘자유 낙하(free fall)’ 위기로 악화돼 창업자 정신을 상실한 기업일수록 주력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핵심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창업자 정신(founder’s mentality)”의 저자인 크리스 주크와 제임스 앨런은 내부요인에 따른 위기 증후군은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예측 가능하고, 극복 또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40여 개국의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성장 단계별로 위기 징후군을 구조화하고, 그 극복방안을 창업자 정신을 토대로 풀어내야 한다고 해결책도 제시했다.

창업자 정신은 반역적 사명의식과 현장 중시, 주인의식이라는 세 가지 특성으로 구성된다. 이 정신은 성장을 막 시작한 기업이 자신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경영여건이 잘 갖춰진 기존 기업에 도전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창업자가 직접 이끄는 기업이나, 직원이 일상적인 결정과 행동방식에 준거의 틀로 삼는 규범과 가치에 창업자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기업일수록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흑자경영을 달성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아 바이오 업체는 미래 성장동인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성장둔화 요인을 중국의 추격 등과 같은 외부요인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인 ‘스스로의 도피’다. 내부적으로 “창업자 정신”에 기반해 모든 조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지, 철저하게 현장 중심적 의사결정과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뚜렷한 고객층을 위한 반역적 미션을 갖고 있는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창업자 정신은 한국 기업인에게 희망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창업자 정신이 자신의 조직 전체에 불어넣어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미래와 경영환경을 통제해 나간다면 한국 기업의 궁극적 목표인 지속 가능한 흑자경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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