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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상 적절했나?…‘사전금리 예고제’ 실시해야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1-09-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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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전격 올렸다. 금통위가 끝난 이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추가 인상에 대한 뜻도 분명히 했다. ‘물가 안정’이라는 한국은행의 전통적인 목표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대책 성격이 강한 만큼 서둘러 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이에 대한 논란이 잦아들지 않은 가운데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분분하다.
한 나라의 금리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피셔 공식, 테일러 준칙, 수정된 테일러 준칙, 금리구조 모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엄격히 따진다면 테일러 준칙은 기준금리 변경에 대한 사후적인 검증 지표이지만 이제는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산출하는 공식은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및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곱한다. 같은 방식으로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Fed가 물가와 고용을 양대 목표를 설정한 이후에는 성장률 대신 실업률로 대체해 산출하기도 한다.
간단하게는 피셔 공식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현 금리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한다. 이 준칙은 통화정책의 시차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성장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었는지를 알 수 있다.
금리는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경제여건을 반영하는 적정수준보다 현재 금리가 낮으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최근처럼 기준금리가 0.75%인 상황에서 올해 성장률이 4%,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로 예상된다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릴 수 밖에 없다. 성장률과 물가상승율을 더한 적정금리수준이 6%이기 때문이다.
현재 각국의 정책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낮아 통화정책의 확장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약해 종전과 같은 부양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릴 때 대폭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주요인이다.
경제여건에 비해 낮은 저금리 국면이 지속됨에 따라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금융차입 비용이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값싸 보이는 ‘부채-경감 현상(debt-defaltion syndrome)`으로 발생한 부동산, 주식 등에 걸친 자산 거품이다. 앞으로 각국들은 엄청난 정책비용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기적인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각국의 시중금리는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경우 시중금리의 기준 격인 정책금리도 인상해야 한다. 만약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 나라의 금리체계가 흐트러져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도 이런 점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만큼 국민경제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수는 없다. 8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린 이후 말이 많고 추가 금리에 대해 국민 청원으로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통화정책 여건에서는 금리변경에 따른 논란을 줄이기 위해 예측력 제고 등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중의 하나로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다. 이 제도는 밴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매 분기 전망을 발표할 때마다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과 필요할 경우 2∼3년 간의 기준금리 결정 방향까지 내놓겠다는 방침을 말한다. ‘버냉키의 만용’이라 용어가 나올 만큼 비판을 받았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깊고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다.
무엇보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 ‘맨큐 경제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를 중심으로 Fed가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해 왔다. 이 제도는 이런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초저금리로 부채가 많은 시대에서는 기준금리만큼 국민경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수는 없다. 짧게는 3분기 후, 길게는 2∼3년 후의 기준금리는 알 수 있다면 경제주체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사전예고제’를 시행하면 한국 경제 회복세가 더 견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상흔 효과까지 겹친 MZ 세대와 소상공인을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이번 금리인상이 이들 계층에게는 더 서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사전예고제’가 실시되면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강화돼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돈이 실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한국은행이 가장 고민해 왔던 아킬레스건을 풀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큰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 효과가 의외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부작용도 없는 것은 아니다. 물가 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둬야 할 한국은행이 사전에 예고한 말과 약속을 지키다 보면 오히려 물가가 불안해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갈수록 통화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s)가 많아지는 인플레이션 관리여건에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물가는 안정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글로벌·온라인화 진전에 따른 최종 상품의 가격파괴 현상으로 ‘월마크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론자의 이상이 실현됐다고 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 고집하는 ‘천사와의 키스’보다 경제성장에 무게를 두는 ‘악마와의 키스’를 선택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오히려 ‘기준금리 사전예고제’는 과열일 때 정점을 더 끌어 올리고 침체일 때 저점을 더 끌어 내래는 경기 순응성(procyclicality)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른바 자동조절장치(stabilizer)다. 경기와 물가의 진폭이 줄어들면 주가를 비롯한 각종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팻 테일 리스크(fat tail risk)’ 장세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버냉키 의장은 취임 초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전임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대립각을 세워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 중에서 통화정책 관할 대상을 놓고 실물경제만 고려해야 한다는 ‘ 그린스펀 독트린’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까지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는 ‘버냉키 독트린’ 간의 논쟁은 유명하다.
두 전직 Fed 의건 간에 대논쟁 이후 10년이 다되가는 시점에서 각국 중앙은행, 특히 Fed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사전예고제’를 ‘제2의 버냉키 독트린’이라 불리울 만큼 정형화됐다. 한국은행도 이제는 추진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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