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원점 재검토…"소비자 편익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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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07 17:36   수정 2021-09-07 17:36

`대환대출 플랫폼` 원점 재검토…"소비자 편익은 뒷전"

    <앵커>

    “재검토 기한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고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협의하겠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멘트만 봐도 대환대출 플랫폼 10월 출범은 일단 물 건너간걸로 보여지는데 이렇게 미뤄진 이유가 무엇인가요.

    <기자>

    네. 쉽게 말해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이 금융당국의 정책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전후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뭘까요. (앵커) ‘가계부채’가 아닐까 싶은데요.

    1,800조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연일 금융권에 대출 총량 조이기를 주문하고 있고, 여기에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연장 여부도 당장 추석전까지 결정해야 합니다.

    기존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어 시간을 들여 논의하고 의견을 조정해야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는거죠.

    또 대출 갈아타기가 활성화되면 대출 총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 줄이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금융당국으로선 고민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금융당국 수장이 ‘무기한 재검토’를 시사한거면,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짜겠다는 얘기로 들리는 데요.

    <기자>

    금융위는 일단 무엇을 재검토할 것인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고 위원장도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업무 검토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은행권, 빅테크 업계 등 어느 업권과도 추가 간담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달 31일 열리기로 했던 금융위와 빅테크간의 간담회도 돌연 연기가 됐는데요,

    금융위 측에선 "내부 일정과 겹쳐 연기된 것"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고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원점 재검토를 언급한 게 영향을 미쳐 내부적으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는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금융위로선 `플랫폼 출범`이 무산된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단지 시기만 미뤄졌을 뿐이라는 겁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권, 빅테크와 충분한 협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 의견 수렴을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고 위원장간의 회동이 예정돼 있는데요, 이 자리에서 대환대출 플랫폼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앵커>

    이미 빅테크 종속 우려와 중개 수수료 부담 때문에 은행권은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은행들이 당국에 더 요구할 사항이 있는 건가요.

    <기자>

    지난달 10일이죠.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나서 금융당국이 주도해 핀테크가 운영하도록 하는 플랫폼과, 은행들의 독자 플랫폼 모두 “중금리로 제한해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고신용 대출자들이 더 저렴한 금리로 갈아타기를 하면 가계대출이 더 불어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또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카카오뱅크, 토스 등 인터넷은행들에게 기존 대출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일단 이에 대해 금융위는 "전 금융권 대출을 낮은 금리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해 금융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본래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제동을 건 상황입니다.

    다만 고 위원장이 전면 재검토 계획을 밝힌 만큼, 은행권이 이 부분을 다시 한번 요청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융위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의 플랫폼 참여 의사를 밝힌 인터넷은행들은 플랫폼에 어떤 상품을 올릴지에 대해선 각 은행별로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어서입니다.

    <앵커>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편리하게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보여지는데요. 업계간 기싸움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건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이해관계가 엇갈린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간의 힘겨루기에 정작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편의성과 접근성 개선은 뒷전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빅테크 공세에 디지털 생존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 금융사도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해 혁신을 거부하다간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겠죠.

    전문가들도 누가 이익이냐 손해냐를 따지기 전에, 결국 금융 플랫폼이 대세라면 소비자를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죠.

    [오정근 /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 소비자들에게 편리한 접점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나 플랫폼에 소비자들이 많이 몰리는 건 당연하고, 그런 것이 기술 발전의 대세이기 때문에 거스른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금융회사들의 변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앵커>

    은행들이 독자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했는데, 그럼 어차피 정부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범하더라도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텐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은행들이나 일부 지방은행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많은 대출을 실행해 줄 시중은행이 참여해야 소비자들의 불편을 덜 수 있겠죠.

    은행권 독자 플랫폼의 경우 중금리 대출 상품만 취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두가지 형태의 플랫폼 모두 반쪽자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애초에 `동일행위·동일규제`라는 원칙을 어긴 금융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요.

    정부 주도로 하는 사업인데 빅테크 플랫폼에 수수료를 주는, 한쪽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금융사들이 참여하라고 하는 `관치금융`식 관행을 어떤 금융사들이 반기겠냐는 거죠.

    이제부터라도 해묵은 과제지만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이노베이션을 활성화시키는 건 맞지만 문제는 빅테크들이 기존의 기반을 갖고 너무 들어오는게 아니랴는 우려가 있고…규제가 통일되느냐, 안 되느냐 차이보다는 동일한 사업에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시장에서 나오는 불만이거든요. 금융위 입장에서는 그걸 어떤 식으로 규율을 할지, 이 고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금융위가 은행권과의 협의가 충분치 않았다고 하면 좀 더 균형을 잡아가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갈등이 좀 해결될까요.

    <기자>

    네, 일단 고 위원장이 "빅테크와 핀테크, 기존 금융권간에 협력방안을 충분히 모색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사실상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강도높은 대출규제 정책을 시행하려면 시중 은행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서는 안되기 때문인데요.

    빅테크와 금융사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만든 디지털금융 협의회가 조만간 다시 가동된다고 하니 금융당국과 업계 모두 제로베이스에서부터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입장차를 함께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정부는 이제라도 금융사 간 의견을 조율하고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 편익`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앵커>

    소비자들의 금융 생활이 플랫폼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권과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과의 주도권 다툼으로 더 이상 소비자만 피해보지 않도록 대화의 장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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