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다 올리고 1인가구에 추첨 공급한다는 정부

전효성 기자

입력 2021-09-08 18:01   수정 2021-09-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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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개편안 발표…특공 추첨 물량 30% 도입
생애최초·신혼부부 추첨 물량 1.8만호 예상
전문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개편" 지적
"강한 대출규제 여전…'현금 부자' 놀이터될 것" 지적도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안을 8일 공개했다. 인구 구조적 변화에 맞춰 1인 가구, 고소득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 등에게도 청약의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그동안 이들은 가점제 일반공급에서는 4050 세대에 밀렸고, 특별공급에서는 다자녀 가구에 밀리며 기존 주택을 매수하는 것 외에는 내 집을 마련할 방도가 없었다. 때문에 청약을 포기한 2030세대는 최근 수년간 기존 주택 매수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청약 개편안이 2030세대의 영끌 매수 심리를 잠재울 묘수가 될 수 있을까.

● 1인 가구에도 열린 `생애최초 특공`…추첨제 물량 30%

개편안의 핵심은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하는 내용이다. 소득 기준, 자녀 수, 혼인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다만 이는 공공분양이 아닌 민간분양에만 적용된다.

`신혼 특공`은 공급물량의 3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 소득 기준에 걸렸거나 자녀가 없어 가점이 낮았던 무자녀 신혼부부도 특별공급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애최초 특공`도 공급물량의 30%를 추첨으로 배정한다. 1인 가구도 신청이 가능하다. 그동안 생애최초 특별공급에는 ▲혼인을 했거나 ▲자녀가 있는 가구만 청약이 가능했다. 다만, 생애최초 특공 시 1인 가구 신청 면적은 전용면적 60㎡이하만 가능하다. 이같은 개편안은 올해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청약 난민 30대…`영끌` 부동산 큰손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는 동안 2030 세대는 주택 매수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도권 청약 당첨 가점이 60점을 웃도는 사례가 속출하며 가점이 낮은 2030세대는 청약을 포기하고 기존 주택 매수로 돌아선 셈이다. `지금 집값이 가장 싸다`이라는 믿음 속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에 나섰다.

`부동산인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연령대는 30대였다. 매수 비중이 가장 높았던 40대를 추월했다. 올해 상반기 30대는 서울 아파트를 40대보다 2,985건 더 사들였고, 경기(2,866건↑), 인천(337건↑) 등지에서도 40대를 앞질렀다. 대전(191건↑)과 부산(139건↑), 울산(27건↑)도 비슷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광역시에서도 30대 매입 행렬이 이어지면서 시장 핵심 구매층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유동성이 높아진 부동산 시황을 고려할 때 30대의 주택 매수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추첨제 물량 1만 8천호…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청약제도 개편으로 늘어날 추첨제 물량은 약 1만 8천호다. 추첨제가 적용될 민영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은 지난해 기준 약 6만호였다. 30% 비율을 적용해 보면 약 1만 8천 가구가 추첨제로 공급된다.

무자녀 가구, 1인 가구에게 청약 시장의 문이 열린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전체적인 공급 물량은 그대로인데 가점제 물량을 일부 추첨제로 돌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청약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구조다. 자격이 안 되거나 사실상 당첨 가능성이 없던 사람에게 일부 물량을 배정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전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운 좋은 일부는 새 제도로 청약에 당첨되겠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진 못한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2월 청약제도 개편에서도 생애최초 특공과 신혼부부의 특공 비율을 높였다. 청약을 포기한 젊은 세대가 기존 주택 매수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가점제 물량을 뺏긴 4050 세대의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는 개편안을 강행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제도 개편의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
● 집값은 다 올랐는데…대출 없이 사라고요?

문제는 이미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르며 청약 대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추첨제로 당첨이 된다고 한들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달 과천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한 `과천 린 파밀리에`는 7~8억원대로 분양됐다. 주변 시세가 15억원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하면 5~6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분양` 단지였다.

하지만 입주시 잔금 대출은 불가능해 100% 현금 마련이 필요할 전망이다. 분양가는 9억원 미만이라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만, 입주시 대출은 주변 시세에 따라 책정되기에 대출 제한선(15억)을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2·16 대책에서 15억원을 넘는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여파다. 즉, 8억원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만 5~6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분양`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돈 넣고 돈 먹기`라는 자조가 청약 수요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특별공급에 추첨제 물량이 도입되는데 대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대출은 조이면서 소득 제한을 없애고 1인 가구에게까지 추첨 물량을 풀어준다면 청약 시장은 말 그대로 `현금 부자`의 놀이터가 될 공산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 대출을 막게 되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가 예상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이들을 위한 출구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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