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완화는 되고 방지는 안된다?...옥석 못 가리는 규제 [김선엽 기자의 뷰티 인사이드]

입력 2021-09-10 15:10   수정 2021-09-13 14:40

2017년부터 탈모샴푸, 의약외품에서 기능성화장품으로 '강등'
의약외품 탈모샴푸 '0개'
기술력·효과 입증돼도 '동일 취급'
현재 추산되는 국내 탈모 인구는 1천만명.

중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탈모고민을 하는 2030세대가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었다.

취업난, 환경오염, 불규칙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탈모`가 주원인이다.

`탈모 시장`이 젊어지면서, 탈모샴푸는 화장품 업계의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모발이식이나 탈모치료제처럼 높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탈모 관리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탈모샴푸의 장점 때문이다.

(사진=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탈모샴푸 `닥터그루트`는 이미 회사가 가장 앞세우는 생활제품 중 하나가 됐고, 아모레퍼시픽의 탈모샴푸 `라보에이치`는 런칭 1년 반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TS트릴리온의 `TS샴푸`는 젊어진 소비자층을 겨냥해 축구선수 손흥민, 전 피겨스케이트 국가대표 김연아에 이어 최근 가수 지드래곤(GD)을 모델로 발탁해 주목받았다.

(사진=TS트릴리온)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통 강자들 외에도 신생 벤처기업이나 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력을 기반으로 탈모샴푸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탈모샴푸의 기능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탈모샴푸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한 `기능성화장품`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의약외품`에 속해 있던 탈모샴푸를 기능성화장품으로 강등했다.

`모발 재생 및 증진 효과`가 없어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제대로 입증된 실험 없이 `탈모방지 효과`·`발모 효과` 등의 문구를 앞세워 홍보를 펼친 당시 업체들의 과장광고가 탈모샴푸의 `신분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홍보문구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행 화장품법 제13조에 따라 기능성화장품으로 허가 받은 샴푸는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발모, 양모, 탈모방지(치료)`와 같은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탈모 완화`라는 문구는 허용된다.

탈모샴푸가 기능성화장품으로 전환된 뒤 지난 4년 사이, 첨단 기술을 적용해 화장품 이상의 효과를 입증한 탈모샴푸들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등장했다.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셀로니아`의 탈모샴푸가 대표적이다.

(사진=셀로니아)

모회사 메디포스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줄기세포를 탈모를 유발하는 조건에 놓은 뒤, 줄기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뿜어낸 성장인자 단백질을 추출해 탈모고민을 갖고 있는 성인남녀 30명의 두피에 적용해 보는 임상실험을 거쳤다.

식약처가 고시한 기관에 의뢰해 16주간의 인체적용 실험 결과, 모발밀도가 14% 늘었고, 굵기는 28.2% 더 올라갔다.

또 다른 탈모 전문 기업 카론바이오가 개발한 탈모샴푸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피부과학연구소인 독일의 더마테스트(Dermatest)를 통해 6개월간 임상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탈모감소, 모발성장, 모발재생` 효능을 인정받았다.

미국 하버드의대, 유로핀스 등에서도 임상을 진행 예정인 회사측은 국내에서는 `기능성화장품`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의약품에 버금가는 샴푸의 기능을 국내에선 제대로 알리기 어렵겠다는 판단에서다.

탈모샴푸가 의약외품으로 허가받는 일은 더 어렵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탈모샴푸 중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현재까지 한 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높은 비용을 투자해 오랜 연구기간 끝에 개발한 탈모샴푸와 식약처가 고시한 기준만 겨우 충족해 빠르게 출시한 제품이 동일한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수한 기술을 개발한 기업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탈모시장은 지난해 8조 8,5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약 16조 5,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샴푸는 의약품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식약처의 규제는 분명 필요한 것이었다.

체력의 한계를 극복시키기 위해 훈련 용도로 쓰이는 모래주머니처럼.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성량을 가진 선수라도,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발에 단 채 실전에 투입된다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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