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규 산업부 1차관: 현재시점에서 저희가 부적절한 처사를 했다는 것은 깊이 인식을 하고 반성을 합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입니다. "대선캠프에 제공할 공약을 발굴하라" 지난달 31일 내부회의서 이같은 지시를 한 사실이 드러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여야 가리지 않고 질타를 받아 진땀을 뺐습니다. 앞서 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질책했고, 어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이 차관회의를 소집해 신중한 처신을 주문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 부처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그동안에도 반복돼왔는데 최근엔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뷰포인트에서 관련내용 짚어봅니다. 국회에서 물러나라는 요구에 대해 박 차관은 뭐라고 했나요?
<기자> 반성한다면서도 "앞으로 논란이 없도록 자숙하고 심기일전해서 정책에 매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물러날 뜻은 없다고 얘기한 셈입니다.
<앵커> 논란의 발단은 박 차관이 내부회의에서 한 발언이었죠?
<기자> 내년도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는 회의였다고 하는데요. 이 자리에서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여러 경로로 넣어야 한다, 대선 캠프가 완성된 뒤 우리 의견을 내면 늦다, 박 차관이 이렇게 말하면서 직원들에게 공약 발굴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보도가 되면서 발단이 됐습니다.
<앵커> 선거에 엄정하게 중립을 지켜야할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인데,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앞서 본 국회 영상에서 박 차관이 말한 `현재시점`이라는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여요?
<기자> 대선을 앞두고 각 정부부처들이 숙원사업을 공약에 반영하고, 정부 조직개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작업은 늘 있어왔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산업부의 도를 넘는 행태가 드러난 겁니다. 정치인에게 줄을 대려는 듯한, 이런 부적절한 행동의 이면엔 산업부의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도 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산업부는 이번 정부 들어서 에너지 담당 차관 자리가 신설되면서 부처의 위상이 높아진 거 아닌가요?
<기자> 산업부는 정권 교체기마다 늘 조직개편설이 제기됐지만, 말씀하신 대로 이번 정부 들어 몸집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언급하면서 에너지 기능이 환경부로 떼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2013년 외교부로 부터 넘겨받은 통상 기능을 다시 외교부로 넘길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 상황에 따라 부처의 위상과 권한이 최악의 경우 3분의 1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산업부에서 드러났을 뿐이지, 다른 부처들 사정도 대개 비슷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차기 정부에서 있을 수 있는 정부 조직개편에 대비한 고심은 각 부처마다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행안부 등이 조직개편 관련한 수천만원짜리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새 정부 조직개편에 대응할 준비에 나섰고요. 이번 정부에서 재정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기재부의 나라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기재부도 예산기능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분석에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이밖에 통일부, 여성가족부도 야권에서 통폐합 얘기가 나오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경고 메시지로 기강잡기에 나서면서 관가 분위기는 뒤숭숭하겠어요?
<기자> 국무조정실은 각 부처 감사실을 중심으로 선거 중립 위반이나 공직기강 해이에 대한 감찰 활동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이에따라 대선을 앞둔 벌이던 정부의 물밑작업은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 모 부처의 경우도 산업부처럼 정책 아젠다를 취합하려다가 대통령의 경고 이후에 이를 일단 보류했다는 얘기도 들리거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기강잡기가 최근 여러차례 반복됐지만 잡음 계속되고 있거든요. 공정위 국장의 낮술폭행이나 법부무 차관의 우산의전 논란이 대표적이죠. 정권 말로 갈 수록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가 더욱 두드러질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다음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제도개편에 대해 재정당국이 공식요구했다고 하는데요, 관련 내용 짧게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죠.
<기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등교육 재원으로 쓰기 위해 중앙정부가 각 지방교육청에 주는 돈입니다. 이름은 바뀌었습니다만 1959년 초등교육 의무화와 함께 시행된건데, 현재 시도교육청 예산의 70%가 이같은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앵커> 1959년이면 50년 이상 지속된 건데, 재정당국이 왜 제도개선을 주장하고 있는것인가요?
<기자> 현재 법에따라 내국세의 20.79%를 시도 교육청 예산으로 자동 배분하게 돼있습니다. 내국세가 늘면 관련 예산도 늘어나는 구조인거죠. 문제는 저출산으로 학생수가 해마다 감소하는데 관련 예산은 늘고 있는 거죠. 실제 2017년 846만명이던 학령인구가 내년엔 744만명까지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년간 12% 줄거라는 거죠. 그런데도 같은 기간 교육교부금은 1.5배나 늘어서 내년엔 64조원으로 역대 최대규모가 됩니다. 돈이 많으니까 교육청이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원에서 1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현금살포 논란도 일었습니다.
<앵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자 주장하고 나선 것이군요. 제도를 고친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요?
<기자> 내국세에 연동 방식을 아예 바꾸거나, 연동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 먼저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숫자를 조정하는 것이라 말은 쉽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특히 그동안 예산을 받아오던 시도교육청의 반대도 만만찮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교육부는 반대입장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지출이 즉각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입니다. 신도시 개발로 새로운 학교 수요가 늘고 있고, 비교과 교사 확충 요구도 커지고 있다는 거죠. 따라서 단순히 학생수가 감소한다고 지방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재정당국이 제도 개편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지만 교육부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은 많은 상황이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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