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강감찬함 소속 고(故) 정 모 일병이 생전 가혹행위를 한 선임병들의 실명까지 적어 함장에게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일병의 모친인 A 씨는 이날 해당 매체와 통화에서 "아들은 3월 16일 SNS 메신저로 함장에게 가해 선임병 3명의 실명을 직접 적어 신고했다"고 밝혔다.
신고 내용에는 당일 정 일병이 근무 중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가슴과 머리를 밀쳐 갑판에 몇 차례 넘어뜨리는 등 구체적인 폭행 피해 사실이 포함됐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당시 선임들이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정 일병 질문에 "뒤져버려라"라고 하는 등 폭언을 한 사실도 함께 신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 일병은 입원 치료를 위해 하선한 4월 6일까지 3주간 가해자들과 같은 함정 안에서 지내야 했다.
A 씨는 "수사관에게 `함장이 당시 신고받고 왜 조치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더니, 함장은 `그 문자만으로는 폭행 사실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며 "대령(함장)이란 사람이 `무궁화 세 개`(계급장)를 달 동안, 그 내용을 보고도 폭행으로 인지 못 한 건 무능한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부대에 갓 전입한 일병이 함장에게 직접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은 드문 일인데다, 함정 안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신고를 받은 즉시 물리적 분리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은 해군 군사경찰의 `소극적 수사`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정 일병은 평상시에도 가족들에게 내무반 동기들과 선임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받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수사는 정 일병이 신고 석 달 만인 6월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뒤에야 시작됐고, 현재까지 입건된 건 선임 1명뿐이다.
함장, 부장(부함장) 등 강감찬함 소속 주요 간부들이 수사가 진행되던 7월 중순 청해부대 34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의 후속 조치를 위해 아프리카로 긴급 파견돼 이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다만 파견을 갔던 강감찬함 간부들이 이날 국내로 돌아와 소속 부대에 복귀함에 따라 함장과 부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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