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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 경제와 ‘원·달러 환율 전망’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김종학 기자

입력 2021-10-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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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벌써부터 관심이 되고 있다. 어떤 변화에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원더링(wandering)’, 즉 방황의 시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다툼 과정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급부상하면서 기존 강대국이 느끼는 두려움으로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가 아테네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27년 동안 치렀던 펠로폰네스 전쟁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용어다. 2015년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이후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이 함정에 빠져 경제패권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추구했던 달러 약세에 맞서 시진핑 정부가 위안화 약세로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환율전쟁’ 위기에 몰리다가 ‘관세전쟁’으로 한 단계 높아졌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미래기술산업 주도권을 놓고 ‘첨단기술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3차 대전을 경고할 정도다.

한반도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운명이 크게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9세기 이후 일본이 급부상함에 따라 당시 강대국이었던 중국(청·일 전쟁), 러시아(러·일 전쟁), 미국(태평양 전쟁)과 전쟁을 잇달아 치르는 과정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와 ‘남북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비극이 태어났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미국, 중국, 북한이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복잡한 ‘수(數)’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중재자 역할’이다. 이 역할을 잘한다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반면 잘 수행하지 못한다면 의외로 큰 시련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2010년대에서 2020년대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 경제는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급변하는 세계 흐름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중간자 위치에 놓여 있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특정 가치와 이념에만 편중된 프레임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더 위험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직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일부에서는 1,500원)선 이상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1년 초까지 달러 당 200원 이상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와 통화정책에 커다란 큰 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를 예상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커다란 손실을 기록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극단적인 이기주의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어떻게 될 것인가 여부다. 일본의 신정부가 아베노믹스를 포기하고 인접국과 경쟁국에게 도움될 수 있는 내수 확대책을 어렵더라도 추진해 나간다면 ‘잃어버린 30년 우려’를 해소하고 선진국 위상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아베노믹스 종료 이후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2020년 8월 말 아베 총리 사임 이후 국제 환투기 세력이 ‘왜 엔화 약세가 아니라 강세에 베팅해 왔는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 실상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약세가 돼야 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더이상 추진하지 못하면 일본 경제는 ‘엔고의 저주’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 환투기 세력은 이 점을 노렸던 것이다. 안전통화 여부는 최종 대부자 역할을 누가 맡느냐에 달려있다. 일본은 엔화표시 국채를 96%를 갖고 있는 자국 국민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떠안고 있어 저축률이 떨어지지 않는 한 국가 부도 위험이 희박하다.

다른 하나는 빠르게 절상되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다. 홍콩 시위대 사태로 달러당 7.5위안 이상 절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6.4위안대로 절상됐다. 골드만삭스 등이 2022년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봤던 ‘스위트 스팟(미·중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는 적정선으로 6.8∼7위안)의 하단이 1년 앞당겨 무너진 셈이다.

가장 큰 요인은 중국 경기의 회복세 때문이다. 202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축출설’이 나돌 정도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됐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코로나 발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경제활동 재개 등을 신속하게 결정하면서 경기가 반등해 2020년에는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년 들어 기저 효과 등으로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엔화 강세와 위안화 절상 추세는 미국측 요인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머큐리 요인으로 미국 경기가 뱀이 꾸불꾸불 기는 ‘스네이크’형으로 예상되는 데다 Fed은 제로 금리를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스 요인도 변하고 있다. 트럼프 전 정부가 추진 과정에서 오락가락해 흐트러진 면이 있지만 공화당의 전통인 ‘강한 달러화’를 표방하기보다 약달러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20일에 출범했던 조 바이든 정부는 달러화 가치를 시장에 맡겨 놓으면서 짓눌렸던 달러 가치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

엔화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절상되면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가 여전히 ‘0.7’ 내외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 요인만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이 환율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위안화 가치가 1년 후에 6위안 내외로 절상되면 원·달러 환율은 1100원이 붕괴되는 것으로 나온다.

앞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종전처럼 부담보다 혜택이 많을 것으로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강세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주력수출상품이 고질병이었던 환율에 의존적인 천수답 구조에서 탈피해 기술, 품질, 디자인 위주로 개편된 점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최근처럼 금융이 실물을 주도하는 성장 여건에서는 버냉키 독트린에 따라 주식 등 자산시장 여건을 포함시켜 경기 대책을 추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본 수출’이 ‘상품 수출’ 이상으로 중시돼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화 퇴조와 자급자족 성향이 강해지는 교역 환경에서는 우리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출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개선하면서 내수를 육성시켜야 한다. 다른 인위적인 정책수단보다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원화 강세는 부작용 없이 내수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달러 투자자도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달러 약세는 실제보다 더 심하다.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인 달러인덱스를 처음 발표됐던 1973년 이후 달라진 세계교역비중을 감안해 종전의 구성통화에서 스웨덴 크로네화를 빼고 위안화를 넣어 재산출하면 ‘85’ 내외로 나온다. 최근에 움직이는 ‘94’ 내외에서 10% 가깝게 더 떨어지는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강세’를 예상해 달러를 사둔 투자자(기업 포함)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달러 가치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오르자 환차손을 만회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지만 오히려 과도한 달러 보유분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때다.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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