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빚, GDP 대비 최대·증가 속도 세계 1위

입력 2021-11-1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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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이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약 40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37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홍콩(92.0%), 영국(89.4%), 미국(79.2%), 태국(77.5%), 말레이시아(73.4%), 일본(63.9%), 유로지역(61.5%), 중국(60.5%), 싱가포르(54.3%)가 10위 안에 들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계 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104.2%)은 작년 2분기(98.2%)와 비교해 1년 새 6.0%포인트(p)나 높아졌는데, 이런 오름폭도 다른 모든 나라를 웃도는 1위였다.
IIF는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글로벌 가계 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천억달러 늘었다"며 "이 기간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거의 3분의 1에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높아졌는데, 특히 한국, 러시아 등에서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한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도 최상위권이었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2분기 현재 115.0%로 홍콩(247.0%), 중국(157.6%), 싱가포르(139.3%), 베트남(125.0%)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기업의 부채 비율은 1년 사이 7.1%포인트(107.9→115.0%) 뛰었는데, 이 기간 우리나라 기업보다 상승 폭이 큰 나라는 싱가포르(7.6%), 사우디아라비아(7.4%)뿐이었다.
반면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7.1%)은 전체 37개국 가운데 26위여서 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었다.
1년간 정부 부채 비율 증가 속도(2.2%p·44.9→47.1%)도 22위로 중위권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42.9%)이었고, 부채 증가 속도는 싱가포르(11.3%p·140.0→151.3%)가 가장 빨랐다.
가계부채가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계속 불어나면, 향후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8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로 0.25%포인트 더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5조8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작년 말 271만원에서 301만원으로 30만원 증가한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이자가 불어나면 당장 소비가 타격을 받는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부채 `임계` 수준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LTI(소득대비대출비율) 기준으로 각 45.9%, 382.7% 정도다. 대출이 이 비율 이상으로 늘어나면 가계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미 임계 수준을 초과한 대출자의 비중은 올해 1분기 현재 DSR 기준 6.3%, LTI 기준 6.6%로 분석됐다.
특히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의 DSR 임계 초과 비중이 14.3%에 이르러 중소득층(8.5%), 고소득층(4.1%)을 크게 웃돌았고, 연령별로는 20·30대 청년층의 DSR 임계 초과 비중이 9.0%로 40대(5.6%)와 50대(5.4%), 60·70대(4.4%)보다 큰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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