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ETF 나온다…'수수료' 관건

김보미 기자

입력 2021-11-15 17:04   수정 2021-11-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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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앞으로 퇴직연금을 은행에서 가입해 운영하고 계신 분들도,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처럼 ETF 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시중은행들이 관련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게 있는지 정치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김 기자,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 ETF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정확히 어떤 개념입니까?
    <기자>
    내가 은행에서 퇴직연금계좌를 만들었다면, 앞으로 그 계좌 내에서 ETF 투자도 가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4대 시중은행에서는 연내 퇴직연금 ETF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다음달 정도가 될 겁니다.
    은행들은 우선 개인형 IRP 시장에서 먼저 관련 상품들을 내놓고, 이후에 DC형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참고로 퇴직연금 시장은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는데요.
    DB, DC형의 경우에는 나의 직장을 통해서 가입을 하게 되고요.
    IRP형은 내가 자율적으로 가입해서 납입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DC형과 IRP형은 내가 투자 상품을 직접 고르고 바꿀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를 갖고 있는 금융소비자들만 ETF거래를 할 수 있었고 은행에서는 불가능했죠.
    그렇다면 은행 퇴직연금에서 앞으로 ETF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증권사 퇴직연금하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기자>
    먼저 거래 방식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증권사 계좌 내에서는 ETF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는 데 반해, 은행권에서는 ‘신탁’ 방식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은행과 신탁 계약을 맺고 고객이 은행에다 주문을 내면 은행이 ETF매매를 대행하는 방식입니다.
    대신 고객은 신탁수수료를 은행에 내야 하고요.
    <앵커>
    한마디로 실시간 거래는 아니라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신 은행권에서는 당일 주문건은 당일 내 거래를 완료하도록 해서 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장중에 주문을 신청하면 장 마감 전까지 거래를 체결해서 고객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럼 신탁 수수료도 내야 한다고 하는데, 증권사는 따로 수수료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증권사는 사실상 ETF 거래 수수료가 제로 수준입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탁 수수료가 붙게 되겠죠.
    현재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일반 ETF 신탁 보수가 대략 평균잔액의 연 0.5~1.0% 수준입니다.
    때문에 은행권에서 준비하고 있는 퇴직연금 ETF 신탁 보수도 다소 낮거나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은행권 관계자는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내용이 없다“면서도 ”비교대상이 증권사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부분을 감안하지 않겠냐“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금 김 기자 말을 정리해보면, 사실 증권사보다 그렇게 경쟁력이라고 할만한 건 딱히 없어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왜 이걸 갑자기 시행하는 거죠?
    <기자>
    퇴직연금 시장 내 은행권 파이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약 256조원인데요.
    은행권 점유율이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절반을 넘어서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요.
    은행권이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는 동안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시장 내 비중을 매년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퇴직연금 중에서도 비교적 자금 이동이 쉬운 개인형 IRP 시장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더 두드러지는데요.
    이렇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워낙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이대로 놔뒀다가는 추후 증권업계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그런 이유라면 증권사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신탁형태로 한다는 거죠?
    <기자>
    물론 은행도 그런 시도를 해왔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난 7월 “실시간 매매 중개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실시간 거래는 불가능하게 됐고, 대안으로 신탁 방식을 통한 ETF 거래를 택한 겁니다.
    <앵커>
    실시간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거네요.
    그렇다면 은행이 지금 이런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어떻게든 버텨보기 위한 몸부림같은 걸로 봐야 하는 걸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은행권의 시도는요.
    기존 은행 퇴직연금 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들의 상품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은행권 IRP 계좌 내에서 TDF(타겟데이트펀드)와 같은 일종의 일임형 상품에 투자하는 분들도 있지만, 내가 직접 연금을 굴리려는 분들도 분명 있거든요.
    그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거죠.
    또 퇴직연금 시장 전체로 봤을 때 한 단계 질적으로 성숙해졌다고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금융소비자들이 연금 투자, 운용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은행권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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