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피고인, '리플리 증후군' 주장

입력 2021-11-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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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대표적 장기 미제 사건인 이모(당시 45세) 변호사 살해 사건의 두 번째 공판에서는 피고인이 자백 취지로 한 방송 인터뷰의 신빙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증인 심문이 진행됐다.
17일 오후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해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는 이 사건을 취재했던 방송사 PD 2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 행동대원이던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폭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손모 씨에게 교사해 같은 해 11월 5일 실제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두목은 다리를 찔러 겁을 주라고 했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 직접 행동에 나선 손씨가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살인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김씨의 진술이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으나 이후 김씨는 진술을 계속 번복하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제작진에게 인터뷰 내용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절차들을 거쳤는지 물었다.
PD A씨는 "하루에도 50∼100건의 제보가 들어오지만, 이 제보는 특이한 케이스여서 당사자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인터뷰 후 큰 사건의 진실에 관한 인터뷰라고 생각해 PD와 작가 여러 명이 투입돼 과거 자료를 모으고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피고인이 흉기 모양을 직접 그려서 설명하는 등 구체적으로 얘기했기 때문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인터뷰 내용에 대해 범죄심리학자 등에게 자문해 방송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에서 김씨는 두목 백씨의 지시를 받았다고 했지만, 취재를 통해 백씨가 당시 수감 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후 김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람을 다시 묻자 "누군지 알지만 알려줄 수는 없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A씨는 밝혔다.
김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방송이 나갔다며 항의한 데 대해서는 "본인 동의 하에 마이크를 달고 촬영했고, 방송매체여서 영상 촬영이 필요하다고 얘기도 했다"며 인터뷰가 방송에 나갈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현재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앞서 지난 3일 첫 재판에서 자신이 허구를 진실로 믿는 일종의 인격 장애인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며 방송 인터뷰 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부풀리거나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날 재판부가 리플리 증후군에 관해 묻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 등을 통해 내가 리플리 증후군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PD들에게는 이를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에 리플리 증후군임을 입증할 소명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직폭력배 유탁파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동갑내기 손모 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했다.
손씨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3시 15분에서 6시 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노상에서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했다.
손씨는 2014년 사망했으며, 검찰은 김씨가 사건 당시 사실상 손씨와 공모하고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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