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의 역설…"대출 받으려 사업자등록 낸다"

전민정 기자

입력 2021-11-18 18:02   수정 2021-11-18 18:02

    <앵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정부가 가계대출의 고삐를 죄는 동안 기업대출은 대출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셈인데요.

    기업대출 증가세 현 실태와 문제점 등을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전 기자, 기업대출이 대체 얼마나 많이 늘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은행권 기업대출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전달말 보다 10%(10조원) 넘게 늘어 1,060조원에 달했는데요.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셈입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5% 늘어난 것과 비교해서도 큰 폭의 증가세임을 알수 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한달 새 8조원이나 늘어 10월 증가액 기준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앵커>
    기업 대출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이유는 뭔가요.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 대출 규제 고삐를 죄자 풍선효과로 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린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계대출 옥죄기`가 내년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출 이자수익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최근엔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기업 금융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가계대출 중심이었던 `쉬운` 비대면 대출을 개인사업자 대출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기업대출이 늘어난 데엔, 대출 실수요자들이 규제가 덜한 개인사업자 대출에 몰리고 있는 것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절반 이상은 개인사업자 대출일 정도였는데요.

    실제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과 같은 개인 대출이 막히자,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손쉽게 물건 여러개만 올리면 되는 오픈마켓이나 대리운전 사업자로 등록해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편법 대출`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

    <앵커>
    대출을 더 받으려고 사업자등록까지 내다니 놀라운데요. 가능한 이야기인가요.

    <기자>
    네 먼저 화면을 함께 보실까요. 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요.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거주 중인 사람이 금융당국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때문에 신용대출을 더 받기 힘들자 개인사업자를 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부동산 커뮤니티나 채무 고민 상담 커뮤니티에서는 개인사업자 등록을 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안내하거나 관련 문의를 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앵커>
    사업자등록을 내는 것도, 또 사업자등록증만 있다고해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니, 어떤 식인가요.

    <기자>

    실제 사업자등록증은 세무서를 방문해 주민등록번호와 개업일만 입력한 후 상호와 사업종류 등 간단한 질문에만 대답하면 10분만에 뚝딱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2금융권에 등록된 대출모집인은 물론, 상담 플래너를 자처한 대출브로커까지 등장해 편법적인 개인사업자 주담대를 알선하고 있는 겁니다.

    더욱이 매출이 있는지 없는지 금융기관이나 당국에서 수많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일일이 확인을 할 수 없다는 점, 또 사업자 등록 휴폐업은 신고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거죠.

    현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선 주택을 담보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으면 주택 시세의 80~90%까지 빌릴 수 있는데요.

    일부 저축은행 지점은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실제 사업하는지도 따지지 않고 담보에 따라 LTV(주택담보대출비율) 100%까지 대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커뮤니티 댓글을 직접 찾아보니 한 2금융권 대출상담사는 `대출한도 최대 80% 까지 가능`, `규제지역도 70%까지 대환대출 가능` 등의 혹할만한 문구를 내걸며 상담안내부터 상담후기까지 전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오늘 실제 오픈 채팅방을 통해 대출상담 플래너라는 이와 접촉해 상담을 받아봤는데요. 정말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업자등록을 내서 추가 대출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담보가 있냐고 물을면서 세부적으로 계산 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통화를 요청해왔습니다.

    <앵커>
    이렇게 편법대출을 받는 이들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취약차주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대출이 늘어나면 더 큰 부작용만 나타나는게 아닐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기업대출은 원리금 분할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잠재적 부실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9월말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3%에 그치고 있지만, 내년 3월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끝나면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부실 규모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금융사들이 이제부터라도 기업대출에도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도 이 점을 우려하는데요, 인터뷰 직접 들어보시죠.

    [조성목 / 서민금융연구원장 : 내년 3월까지 채무상환을 유예시켜 놨잖아요. 몇조원씩 되는데 그건 결국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충당금이 제대로 적립이 안됐다면 분식이 돼서 이자를 내지도 못하는데 회계는 정상으로 처리되고 있다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올수 있습니다. 위기일수록 정상적인 해결책을 통해서….]

    이처럼 정부가 서민들의 가계대출을 조이는 사이 은행들은 기업대출로 배를 불리는 점도 문제지만, 중소기업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이 쉬워지면 부동산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투기수요, 비실수요를 잡기 위해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 강도를 높였지만, 쉽게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이들은 부동산 투자에 더욱 열을 올리는 `대출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 웃플 따름입니다.

    <앵커>
    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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