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발행되도 시중은행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관련 주요 이슈와 중앙은행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은행 지급결제제도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전문가 10명이 참석해 CBDC 개념과 영향, CBDC 설계 시 법적?가술적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명목화폐를 뜻한다.
우리나라 CBDC의 대략적인 모습은 내년 중반 드러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8월 착수한 CBDC 모의실험이 내년 6월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CBDC는 크게 소매용과 도매용으로 나뉜다.
소매용 CBDC는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화폐를 CBDC로 발행하는 것을 뜻하며 현금 없는 사회에서 소액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개인도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현금이나 예금과 1:1 교환으로 가능해 기존 금융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도매용 CBDC는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1:1 교환, 즉 한은과 은행간 거액 결제시스템에 도입되는 것으로 기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명활 연구원은 CBDC가 활성화되더라도 은행의 역할이 크게 바뀌거나 기능이 사라지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은행을 대신해서 민간에 대출을 할 유인이나 여력이 부재하고, 중국 등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2단계 체제를 통해 CBDC 발행 및 유통을 컨트롤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연구원은 “향후 CBDC가 은행예금을 대체하는 정도에 따라 중앙은행과 은행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CBDC가 은행예금을 대체하는 정도는 당초 우려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나 사이버 공격 등의 잠재적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화정책 차원에서는 시중은행에서는 예금의 CBDC로의 대체를 막기 위해 은행 예금금리가 높인다면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고, 마이너스 이자 부과로 마이너스 금리정책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할수록 은행이 자금 중개와 통화창출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적정 통화량 유지를 위해서는 이전보다 많은 본원통화를 공급하는 등 통화정책 효율성 저하 가능성도 지적됐다.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CBDC의 안정성도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이 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론적 분석적 연구에서 기술적 실험단계로 진입했다”며 “CBDC는 중앙은행 공신력을 바탕으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이 될 수 있으나, 금융불안 발생 가능성 등을 면밀히 분석해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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