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고현정이 다양한 색을 연기했다.
JTBC 수목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속 정희주는 뚜렷한 색을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사랑하는 아이들 앞에서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가슴 절절해지는 모성애를 드러내다가도 자신의 치부를 아는 구해원(신현빈 분) 앞에만 서면 180도 달라진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한다. 따뜻한 듯 차갑고, 다정한 듯 냉정한 정희주라는 인물을 고현정은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지난 11~12회에서 고현정은 정희주의 다양한 감정선을 넘나들었다. 때로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엄마이자 아내로, 때로는 치정극의 주인공으로 분하며 정희주의 다채로운 얼굴을 연기했다. 자신과 서우재(김재영 분)의 과거를 모두 알게 된 남편 안현성(최원영 분)에게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하겠다”라며 눈물로 용서를 비는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서우재와의 전화 통화를 하며 오열하던 정희주의 모습도 여린 여자 그 자체였다. 여전히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채 “우리가 왜 헤어졌냐”라며 묻는 서우재의 질문. 고현정은 오열 대신 눈물을 꾹꾹 눌러 담는 정희주에 몰입하며 안방을 울렸다.
그러나 실종됐던 아들 호수(김동하 분)가 구해원과 함께 돌아온 11회에서 고현정은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됐다. 보는 사람마저 애닳게 만드는 모성애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다가도 구해원의 멱살을 잡고 “죽여버리겠다”라던 목소리엔 언제 그랬냐는 듯 살벌함이 가득했다.
구해원과 신경전을 벌이던 장면 속 정희주의 모습도 마찬가지. 구해원에게 “괴물은 너다”라며 보인 미소에선 서늘함이 느껴졌을 정도였다. 다섯 줄에 육박하는 대사를 막힘없이 읊으며 냉정함과 광기 어린 눈빛을 유지했던 고현정의 열연은 입체적인 정희주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충분했다.
고현정에겐 외모와 연기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 복잡한 사연과 숨겨둔 비밀로 둘러싸인 ‘정희주’는 오로지 고현정 만이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너를 닮은 사람’은 종영까지 2주만을 앞두고 있다. 정희주의 과거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고 있는 가운데 고현정은 질릴 틈 없는 ‘찐 배우’ 면모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JTBC 수목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은 매주 수, 목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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