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新 포괄수가제' 후폭풍 [신동호 기자의 더바이오]

신동호 기자

입력 2021-11-22 12:51  

최근 고가의 항암제 치료를 수십만원 선에서 받을 수 있었던 ‘신포괄수가제’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암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비보험(실손보험)이 없는 경우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갑작스러운 발표를 내놓자 암 환자들과의 진통이 진행중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면역항암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MSD의 `키트루다`에서 시작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신포괄수가제 대상 환자 중 면역항암제 투여를 받은 암환자는 1,591명이고, 이 가운데 키트루다 투여 환자는 391명이나 된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변경된 신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키트루다`를 사용했던 환자들은 기존 약 30만원에서 600만원을 내야한다.


■ 신포괄수가제 개선 `항암제` 제외…근본 대책은 `불투명`
지난달 13일, 심평원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98개 의료기관에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 안내 공문’을 보냈다.
‘희귀 및 중증 질환 등에 사용돼 남용 여지가 없는 항목 등을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했다’고 공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희귀의약품을 비롯한 2군 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 등이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분류됐다.
신포괄수가의 지불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약제와 치료재료의 포괄·비포괄 분류기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는 것은 해당 약품과 치료재료를 신포괄수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또 제외된 약품과 치료재료 중 상당수는 ‘비급여’가 된다는 의미다.
심평원의 사전안내 문서에서 전액 비포괄로 결정된 항목은 ‘희귀의약품, 2군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고가 항암제가 필수적인 말기 암 환자들의 약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포괄수가라는 것이 무엇일까
신포괄수가제는 각종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포괄수가’에 포함하고, 의사의 수술, 시술은 ‘행위별 수가’로 지불하는 복합 수가제이다.
신포괄수가제에서는 기존 행위별 수가에서 비급여인 각종 항암제들이 수가적용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표적 및 면역항암제 등도 기존 항암제 비용의 5%~20% 수준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09년부터 전국 98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시범사업 개념으로 시행중이다.
즉, 현재는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제도라서 의료비 경감 혜택을 보려는 환자들이 시범사업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문제가 있었다.
민간병원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환자의 유형, 진료 형태가 다양해지는 편법이 등장한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환자입장에서 같은 치료인데 신포괄수가에 해당이 되는 질병군이나 수행 병원 여부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달라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또 일부 환자들이 일부러 시범사업 수행 병원에서 약만 받고 기존에 다니던 병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들이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졌다.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신포괄수가제 확대와 보장성 강화, 신약개발 촉진이라는 큰 방향성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전액 비포괄’ 추진은 분명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단 현행 신포괄수가 적용을 받으며 치료 중인 암환자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시급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특히 기존의 혜택을 받던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감 지적에 따라 이후 복지부는 실제로 조치에 나서 “제도 개선을 내년부터 시행하되, 기존 신포괄수가제에서 2군 항암제 등을 전액 비포괄 약제로 치료받는 환자들은 예외기준을 적용해 종전처럼 치료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끝나지 않은 항암제 ‘약값 폭탄’ 논란···암 환우 반대 `지속`
상황이 이렇게 되자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신포괄수가제 변경’을 반대하기 위한 암환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암환우들의 모임은 지난 12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신포괄수가제 항암 급여 졸속 폐지’ 반대 집회가 개최됐다.
앞서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이 있는 국제전자센터 정문 앞에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이 개최한 1차 집회에 이어 또다시 2차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환우회 모임은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취지로 신포괄수가제가 시행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심평원측에서 2022년 1월부터 ‘희귀 및 중증 질환 등에 사용되는 항목’에 경우 신포괄수가제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일방적으로 본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키트루다`를 사용하고 있는 유명 유투버도 동참하며 이번 이슈를 확산시키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신포괄수가제 항암약품 급여 폐지에 대한 반대`청원이 올라오며 참여인원만 21만명이 넘으며 종료됐다.
현재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환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문제가 국정감사에서까지 공론화되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놨다.
급여기준 적용방법 변경으로 인해 신포괄 참여기관에서 항암 치료 중인 환자들이 현재와 동일하게 비용 부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기타 희귀약이나 초고가 약제 가운데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검토해 보완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예정대로 내년 1월을 기해 문제가 된 `2군 항암제`들의 본인부담률을 행위별 수가제와 동일하게 변경하되, 제도 변경 전 해당 약제를 사용하던 기존 치료 환자에 대해서는 그 적용을 예외로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암환자들 "근본적 대책 필요"…치료 연속성 보장 중요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암환자들은 불안하다.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존 치료환자와 새로운 치료 환자간 불형평성이 지속될 수 있다.
논란이 된 2군 항암제 다수가 현재 1차 급여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고가 약제다.
다수 환자들이 신포괄수가제 참여 병원 중 이들 2군 항암제가 포괄수가 보상범위에 포함돼 약값의 약 5%만 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녔다.
같은 건강보험 제도 안에서도 신포괄 병원 이용 환자와 다른 병원 이용환자간 치료기회와 비용 면에서 차등이 발생했다.
만일 변경된 것으로 이미 신포괄병원에서 이들 항암제를 싸게 투여받던 환자들에 한해 치료기회를 보장하게 된다면, 이에 더해 같은 신포괄 병원 안에서도 기존 치료 환자와 새로운 환자간의 불형평성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기존 치료환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들어 `키트루다` 보험 급여 기간인 2년이 지나면 치료를 중단해야 할 수 있고 항암제를 바꾸게 돼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가 항암제에 내약성이 생겨 내년 1월1일 이후 2군 항암제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미 중증환자 등록이 된 기존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신포괄수가제 폐지 규정에 따라 신규 환자에 포함돼 신포괄수가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신포괄수가 기준 변경으로 가장 논란이 된 키트루다 말고도 다른 고가의 2군 항암제나 기타약제, 치료재료 등도 마찬가지로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분류가 돼 환자들은 치료를 받기 위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도입부터 시작해서 민간병원의 참여, 제도의 허점을 노린 편법 등 정부가 제도 설계나 운영을 정교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로 인해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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