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입금' 아닌 '오출금'이라는 업비트 [기자수첩]

정호진 기자

입력 2022-01-11 16:07  

"출금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오출금이 타당"
A거래소 관계자 "오출금, 처음 듣는 용어"


[중요] 오입금으로 인한 디지털 자산 피해 발생 주의 안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공지사항 최상단에 고정된 글 제목이다. 오입금 관련 민원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입금이란 가상자산을 전송하는 과정에서 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하거나 네트워크 종류를 잘못 선택해 발생하는 사고다. 업비트에 따르면 출범 이후 오입금 복구 요청 건수는 3만 3,77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복구가 가능한 사례도 있지만 복구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복구 불가 사례는 컨트랙트 주소로 자산을 잘못 입금하는 경우다. 이 경우 업비트는 복구 불가 사유로 보안 문제를 꼽는다. 컨트랙트 주소는 공용 금고와 같아 자산 복구를 위해 금고 문을 열면 타인의 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복구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는 점도 큰 장애물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컨트랙트 주소로 입금된 사례를 한 번 복구하는 데에 약 76억 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회원의 자산 오입금에 대해 복구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모 거래소 관계자는 "복구 책임은 없지만 대부분의 거래소가 복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복구 가능한 경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 역시 마찬가지다. 업비트 관계자는 골프장 호수에 골프공이 들어갔다고 해서 골프장 주인이 골프공을 꺼내줄 의무는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국내법상 거래소에 오입금 자산을 복구해줘야 할 유책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국내법상 가상자산 거래소와 관련 법은 특정금융정보법이 유일하다. 다만 특금법에는 자금세탁 방지 등을 요건으로 할 뿐 직접적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대표변호사는 "오입금 복구의 경우 거래소와 회원 간의 약관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민법상 부당 이득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책임이 없는 것과 떠넘기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업비트 관계자는 최근 `오입금`이 아닌 `오출금`이라는 용어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모 의원실 관계자와 금융당국 관계자, 오입금 피해자 등이 함께한 자리였다. 업비트 측은 실제 자산이 `입금`된 것이 아니며, `출금` 과정에서 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금`이라는 단어를 통해 투자자에게 책임 소지를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긴 어렵다. `입금`의 경우 자산이 입금되는 거래소에 초점이 가지만 출금의 경우 투자자에 초점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오출금`이란 단어는 생소하다. 대부분 `오입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업비트도 공지사항을 통해 `오입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오출금이라는 단어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오출금이라는 용어가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오출금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다양한 형태로 오입금 사전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 코인 프로젝트팀과의 협업을 통해 복구가 어려웠던 20억 원 상당의 오입금 사례를 구제하기도 했다. 업비트 입장에서는 자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법적 책임이 없는 기능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튀어나온 `오출금`이라는 단어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서비스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대신해주는 데에서 시작한다. 사소하게는 고기를 직원이 잘라주는 고깃집부터 이유를 묻지 않고 사용한 물건을 환불해주는 마트까지 범주는 다양하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무법지대와 같아 사업자가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의 경계가 모호하다. 백지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만큼 첫 붓 터치가 중요하다. 특히 업비트의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78%에 달했다. 그만큼 업비트의 행보 하나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업비트의 `오출금`이 경계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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