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가격 상한 두고 경쟁 자제 합의 맺기도
5개 제조·판매사업자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이, 3개 유통사업자는 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이 해당된다. 이 중 빙그레와 롯데푸드 등 2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아이스크림 시장은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동네슈퍼 등 소매점도 감소 추세에 놓인 상황이었다. 그 결과 빙과회사들은 매출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납품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 수익성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롯데제과(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와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4개사는 2016년 2월 15일 영업 전반에 협력하자는 기본합의를 맺는다. 서로의 소매점 침탈 금지 합의를 시작으로 소매·대리점 대상 지원율 상한을 제한하고, 편의점·SSM·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로의 납품·판매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
구체적인 담합은 경쟁사 소매점 침탈 자제부터 이뤄졌다. 위 제조사들은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을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하는 이른바 `영업경쟁`을 금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는 소매점에 대한 지원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소매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격 하락을 간접적으로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서 롯데제과는 "2016년 2~3월경에 제조4사 임원들끼리 각자 거래하는 소매점에 대한 영업권을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다"고 진술했다. 회사 내부자료에는 합의를 깬 사업자가 자신의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제공한 정황도 담겼다.
그 결과 4개 제조사들이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7년 87개, 2018년 47개, 2019년 29개로 급감했다. 이는 납품가격 경쟁(높은 지원율 제시) 제한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소매점과 대리점으로의 지원율 상한선 짬짜미도 드러났다. 2017년 초 제조사들은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아이스크림 할인점 포함)에 대해서는 76%, 대리점에 대해서는 80%로 제한키로 하고 이를 실행했다.
롯데제과 측 합의 가담자의 메모를 살펴보면 대리점 대상 지원율의 상한을 정하고, 2017년 11월 1일부터 실행을 약속한 구체적인 합의가 담겼다. 공정위는 이것이 소매점 또는 대리점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의 납품가 하락을 직접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의 담합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8월에는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납품가격을 올려 이득을 챙겼다. 일례로 당시 마진율이 45%보다 높은 CU(56%), GS25(47%) 등을 합의 수준 밑으로 내리는 데 발을 맞춘 사실이 확인됐다.
또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덤증정(2+1) 등 판촉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를 줄이기로 합의하는 한편, 제품군별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하기도 했다.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거북알·빠삐코(롯데푸드), 폴라포·탱크보이(해태제과식품) 등의 판매가를 800원에서 1,000원으로 함께 올린 것이다.
2018년 1월에는 티코(롯데제과), 구구크러스터(롯데푸드), 투게더(빙그레), 호두마루홈(해태제과식품) 등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하기로 하고, 같은에 10월에는 월드콘(롯데제과), 구구콘(롯데푸드), 부라보콘(해태제과식품)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 인상을 합의했다. 이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품목에 따라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실제로 해태제과식품 관계자는 "제조4사 임원모임에서 (중략) 롯데푸드는 2017년 6월에 튜브류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해태도 인상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공정위는 이들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제4호(거래상대방 제한) 및 제8호(입찰담합)를 적용했다. 이에 시정명령 중 `향후 행위금지 명령`의 경우 5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사업자 및 부산 소재 3개 유통사업자 모두에 대해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과징금 납부명령`은 3개 사업자의 경우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고, 이들을 제외한 5개 아이스크림 제조·판매 사업자에 대해 총 1,350억 4,500만 원(잠정)을 부과했다. 사업자별로 살펴보면 빙그레가 가장 많은 388억 원, 해태제과식품이 245억 원, 롯데제과 245억 원, 롯데푸드 237억 원, 롯데지주 235억 원 순이다. 나아가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였는와 법위반 점수 및 전력 등을 고려, 빙그레 및 롯데푸드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 85%에 달하는 사업자들이 약 4년 가까이에 걸쳐 은밀하게 자행한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민간식인 아이스크림의 가격상승을 초래한 다양한 형태의 담합을 시정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2007년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차 발생한 담합에 대해 다시 한번 철퇴를 가함으로써 경쟁질서가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다. 공정위는 "먹거리·생필품 분야에서 물가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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