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들던 '켈리백' 어쩌다 찐명품 됐나 [이지효의 아이 '돈' 노우]

이지효 기자

입력 2022-03-11 16:07   수정 2022-03-11 16:07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게 있다는 거 아십니까? 바로 에르메스인데요. 대표적으로 켈리백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제품이죠. 돈이 있다고 다가 아닙니다. 켈리백 같은 인기 제품을 사려면 에르메스에서 다이어리, 담요, 그릇 등 다른 제품을 4,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 가량 구매한 실적이 있어야 하고요. 그 마저도 운이 나쁘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몇 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에르메스 가방 하나를 얻기 위해서 필요 없는 제품을 1억 가까이 사들이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하죠. 그런데 에르메스의 켈리백이 사실은 한 임산부 덕분에 유명세를 탔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번 <아이 `돈` 노우>에서는 `명품 중의 명품` 에르메스의 대표격인 켈리백의 정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명품에도 `계급` 있다"… 1위 에르메스

    명품에도 등급, 그러니까 계급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아예 `계급도`가 떠돌기도 하는데요. 계급도 최상위에 있는 건 에르메스입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도 지난해 명품 계급도라는 걸 발표했습니다. 흔히 명품하면 떠올리는 샤넬과 루이비통을 누르고 꼭대기를 차지한 것 역시 에르메스. 특히 `켈리백`과 `버킨백`은 사이트 내 브랜드 검색량 최상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렇다면 에르메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프랑스에 본사를 둔 에르메스는 당시 교통 수단이던 말에 필요한 안장이나 장식품 등을 수공으로 제작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접하는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로고도 말과 마차, 그리고 기수로 표현됐죠. 마구상으로 이름을 날리던 에르메스가 패션 브랜드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3대 째 가업을 이으면서입니다.

    에르메스의 제품, 특히 가방은 프랑스에서만 제작됩니다. 보통의 가방처럼 제품을 기계로 찍어내지 않습니다. 본사에서 최소 5~7년 이상의 교육 과정을 통해 배출된 장인에게만 에르메스 가방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죠. 특히 에르메스 중에서도 `켈리백`이나 `버킨백`은 교육을 다 마치고도 제작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이후로 에르메스에서 수년 간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만 만들 수 있습니다. 가방을 만드는 공정을 분담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에르메스는 단 한명이 모든 과정을 전담합니다. 한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고객이 수선을 원할 때도 가방을 만든 장인이 직접 고친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가방마다 만든 날짜와 장소, 게다가 누가 가방을 만들었는지까지 고유 번호로 표시해 놓기 때문입니다.

    ● 임신한 배 가리다가 유명세 탄 `켈리백`

    그럼 오늘의 주제인 `켈리백`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켈리백은 에르메스 창립 당시부터 선보였던 승마 안장 보관용 가방이 원형입니다. 안장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가방을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크기의 모델로 제작했죠. 이게 바로 1935년에 만들어진 에르메스의 두 번째 가방인 `프티 삭 오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제품을 원래 이름 대신 `켈리백`이라고 부를까요. 모나코 왕자와 결혼을 해 왕비가 된 영국의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 덕분입니다. 1956년 당시 임신을 했던 그레이스 켈리는 불룩해진 배를 가리기 위해 커다란 사이즈 가방이 필요했는데요. 그게 바로 빨간색 악어가죽 소재의 `프티 삭 오트`였습니다. 이 모습이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리면서 특별한 광고도 없이 순식간에 스타 마케팅 효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이 가방이 켈리백으로 인기를 끌자 에르메스는 직접 모나코 왕실에 찾아갔다고 합니다. 켈리백이라고 불릴 수 있도록 허락을 받기 위해서죠. 결과는 성공적. 그 후로 `프티 삭 오트`는 원래의 이름 대신 `켈리백`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켈리백은 원래 디자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어깨에 멜 수 있도록 숄더백으로 제작하거나 미니 사이즈로 나오는 등 다양한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켈리백은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버킨백의 원형이 되기도 했습니다. 버킨백 역시 비행기에서 가수이자 배우인 제인 버킨과 에르메스 사장이 우연히 만나면서 만들어졌는데요. 작은 사이즈의 가방에 물건을 정리하기 어렵다는 제인 버킨의 불평을 들은 에르메스 사장이 그녀에게 큰 사이즈의 가방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탄생했죠.

    ● 희소한 가치…`기다림`도 마케팅이었어?

    에르메스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런던 경매에서 `히말라야 버킨백`이 2억원이 넘는 돈에 낙찰되기도 했는데요. 2008년 생산된 제품으로 18캐럿짜리 백금 다이아몬드가 자물쇠에 박혔고 눈으로 뒤덮인 히말라야의 색깔과 비슷한 나일 악어가죽을 사용했습니다. `억`소리가 나는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에르메스 백을 사려는 이들이 많아 대기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는 일도 왕왕 발생합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시트콤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극중 홍보 전문가인 한 여성이 에르메스 가방을 일찍 손에 넣고 싶어서 자신이 홍보를 담당하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의 이름을 팔려다 발각돼 망신을 당하는 사연이 나올 정도죠.

    "사람들이 에르메스를 기다리게 만드는 것, 이게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광고 사진 전문 미용사 마이클 토넬로는 `에르메스 길들이기`에서 "매장 직원에게 엄청난 부자라는 인상을 풍겨 기다리지 않고 가방을 구할 수 있었다"며 "대기자 명단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적기도 했는데요. 임산부, 그러니까 임신한 사람이 자신의 불룩 나온 배를 가리기 위해 들던 가방도 그레이스 켈리라는 이름으로 로망과 환상이라는 가치가 더해졌고요. 보통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초고가와, 심지어 돈이 있어도 쉽게 가질 수 없다는 희소성까지 더해져 찐명품이 된 거죠. 의도야 어찌됐든 쉽게 구하지 못해 더 간절히 원하게 하는 인간의 본성을 에르메스가 자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아이 `돈` 노우> 이지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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