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은 못받아"...커지는 국민연금 개혁론

조현석 부장

입력 2022-02-28 19:31   수정 2022-02-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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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재범 / 서울 양천구: 정부에서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더 줄어봐요, 한 20만 원 줄면 살기 더 힘들죠.]
    [김충식 / 서울 양천구: 근데 여기서 더 적어진다면 문제가 있지. 생활이 어렵겠죠.]
    [박세웅 / 경기 고양시: 어르신들이 받는 걸 더 부담하게 되면 저희 쪽만 더 힘들게 되지 않을까요? 그냥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강창규 / 서울 서대문구: 인컴(소득)이 빤한 사람들한테 받는 것보다 빤하지 않은 사람들 있잖아요. 수입이 늘어난 분들, 그분들에게 더 걷으면 되죠.]

    앞서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두고 시민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해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 모두 표를 의식한 나머지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미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다음달(3월) 9일 치러지는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은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행 연금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 기금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겁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선후보(2월24일 대선후보 TV토론회): 기본적으로 세 분이 다 동의를 하시니까 내일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하겠다 이렇게 우리 네 명이서 공동선언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하지만 후보별 공약집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을 어떻게 개혁할 지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거대 양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른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두 후보 모두 큰 틀에서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우선 이 후보는 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2023년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2월24일 대선후보 TV토론회): 연금개혁을 한다는 점은 동의하고 두 번째로 국민적 합의와 토론 타협이 필요하다 최대한 신속하게 한다 이 정도로 합의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윤 후보는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사회적 합의 아래 연금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후보 (2월24일 대선후보 TV토론회): 후보들이 대선 기간에 짧게 방향을 만들어서 공약으로 발표하기에는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그리고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초당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심 후보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을 국민연금 방식으로 통합하는 `상향 평준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심상정 / 정의당 대선후보(2월24일 대선후보 TV토론회): 국민연금 핵심은 수지 불균형도 문제인데 그것 가지고 용돈연금 수준이기 때문에 노후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에요.]

    안 후보는 보험료 납부율, 소득대체율 등을 국민연금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동일연금제`를 내놨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선후보(2월24일 대선후보 TV토론회): 자기가 근무하는 기간, 그리고 그동안 낸 액수에 따라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은퇴하고 나서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겁니다. ]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수는 2,215만 명, 연금 수급자는 569만 명입니다. 현재는 젊은 사람 4~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앞으로 20년 뒤면 처음으로 연금을 받는 노인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이후 이 격차는 더 벌어져, 가입자 100명당 부양해야 할 연금 수급자는 현재 약 19명에서 2060년 125명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젊은 사람 1명이 노인 1.2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돈을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늘면서 950조 원 가량 쌓인 국민연금 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18년에 내놓은 분석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정점을 기록한 뒤 2042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57년 완전 바닥납니다. 기금 고갈 시기는 해마다 빨라지고 있는데, 국회는 이 시기가 2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55년부터 수급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은 쌓아놓은 기금으로 연금을 못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2007년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한 뒤, 15년째 허송세월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한 제도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은 뒤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창수 / 한국연금학회장(숭실대 교수): 그대로 놔두면 시한폭탄입니다. 언제 터질지 정해져 있는 시한폭탄입니다. 시한폭탄을 옆에 두고 살면서 터지는 시점이 정해져 있는데 당장 터지지 않는다고 모두 나몰라라 하는 겁니다.]

    지난 5년간 국민연금 개혁을 방치하면서, 미래세대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소 15조 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세계에서 2위 규모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본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불리기도 하고요. 지난해엔 100조원의 수익을 냈다고도 하는데, 고갈된다는 것을 실감이 되지 않기도 하는데요.  

    <기자>

    국민연금 적립금은 950조원 쯤 되는데요. 이걸 주식과 채권, 부동산에 투자해서 연평균 6.7%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익 등으로 늘어나는 돈보다 저출산 고령화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아서, 기금 고갈은 사실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앵커>

    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가 어느정도 심각한 것인가요?

    <기자>

    우리나라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1명입니다. OECD 38개 국가 가운데 꼴찌죠.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니까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겁니다.

    반면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입니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 고령화사회에서 이 초고령화사회까지 가는데 24년 걸렸습니다. 일본이 고령화 속도가 빨랐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일본을 추월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2070년 기대수명은 91.2세나 됩니다. 이런 경제사회적 요인 외에 기금 설계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관련 내용은 김보미 기자가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40년 가입기간 기준으로 봤을 때 생애 평균 소득의 40%를 매달 연금으로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내가 국민연금에 낸 돈보다 평균 1.88배, 약 2배 가량을 나중에 다시 국민연금으로 받아가는 구조입니다. 자! 여기 돈뭉치가 쌓여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요. 매번 새로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면 어떻게 될까요? 언젠간 이렇게 고갈이 되겠죠. 국민연금 기금이 지금 이런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던 걸까요? 과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됐던 1988년 당시 기사인데요. "국민연금 지급한도 인상", "수령 최고한도액은 최종보수월액의 70%"라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월수입의 3%를 보험료로 내면 나중에 생애평균소득의 70%를 연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던 겁니다.

    하지만 막상 운영해보니까 장기간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겠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율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3%에서 6%로, 그리고 지금은 9%죠. 그렇다면 보험료가 오른만큼 나중에 받게 될 연금도 늘어났을까요?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매달 생애평균소득의 70%를 국민연금으로 지급하겠다던 약속은 점점 말이 바뀌면서 99년에 60%, 2008년에 50%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매년 0.5%p씩 낮아져서 올해는 월소득의 43%를 연금으로 주고 있습니다. 보험료는 분명 이전 세대보다 더 늘었는데, 내가 나중에 받을 돈은 더 적게 받아가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수급개시연령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요. 60세에서 61세, 62세 이렇게 계속 늦춰지다가 2033년에는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됩니다.

    이쯤 되면 다른나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실 텐데요. 물론 국가들마다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요. 보험료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적게 내고 있고요. 소득대체율 자료를 봤을 때에는, G5 국가들 평균치보다도 10%p 이상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적게 내는 대신, 그만큼 연금도 적게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연금수급 개시일은요. 우리나라가 가장 빠른 축에 속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이처럼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젊은세대들은 연금을 내기만 하고 나중에 못받는 것 아니냐, 이런 걱정이 나오고 있잖아요?

    <기자>

    기금이 고갈되니까, 이대로라면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적립금을 쌓아놓고 거기서 돈을 주는 이른바 적립식입니다. 적립금액 운용수익을 더해서 주니까 낸 것보다 더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금은 언젠가 바닥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모두 이런 방식을 하다가 적립금이 고갈된 뒤 `그해 걷어 그해 주는` 부과식으로 바꿨습니다. 그 덕분에 뒤늦게 연금제도를 도입한 우리 국민연금이 선진국들을 제치고 세계 2위 글로벌 자금이 될 수 있었던 셈인데요. 우리도 결국 선진국처럼 그 방식(부과식)으로 갈 수 밖에 없을텐데, 그렇게 되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이 한꺼번에 3배 정도로 뛸 수 있습니다.


    <앵커>

    현재보다 3배면 27% 정도까지 된다는건데, 그러면 세대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겠네요?


    <기자>

    월급의 4분의 1을 국민연금으로 내게 되니까요. 왜 우리는 더 내야하느냐, 앞세대는 9%만 내지 않았느냐, 불공정하다, 이런 불만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갈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뤄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자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앵커>

    하지만 연금개혁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국민부담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싫어하는 거잖아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고들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잘 될까요?

    <기자>

    어떤 방안이 되더라도 현재 9%인 보험료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언제부터, 얼마나, 또 어떤 방식이 될 것이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로 수령시기를 늦추고, 연금 납입기간을 늘리는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40%인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이 50만원대인데, 여기서 더 내리면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부담입니다.

    무엇보다 관건은 실행의지입니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표 떨어지고 인기 떨어지는 개혁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혁을 하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다음 정부가 보여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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