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은 왜 빵에 포켓몬 스티커를 넣었나 [이지효의 아이 '돈' 노우]

이지효 기자

입력 2022-03-25 10:05   수정 2022-03-25 10:06



    1990년대 인기리에 방영됐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 기억하십니까. 포켓몬 빵을 한가득 안고 온 미달이는 포장을 뜯으면서 포켓몬 스티커를 확인하죠. 연달아 나오는 것은 해맑에 웃고 있는 피카츄. 미달이는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외칩니다. "제발 피카츄 말고 딴거!" 뭇 어린이들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 스티커는 포켓몬 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입니다.

    포켓몬 빵에 무작위로 동봉된 포켓몬스터 스티커죠. 당시 띠부띠부씰을 모으기 위해 미달이처럼 포켓몬 빵을 잔뜩 사는 사람이 많았는데요. SPC삼립이 포켓몬 빵을 다시 출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또 한번 포켓몬 빵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왜 이 회사는 멀쩡한 빵 안에 포켓몬 스티커를 넣었던 걸까요. 이번 <아이 `돈` 노우>에서는 포켓몬 빵에 얽힌 비화에 대해 들려 드리겠습니다.

    ●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포켓몬스터

    포켓몬스터를 알고 계신가요? 게임이나 만화에 관심 없는 분들도 피카츄는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데요. 포켓몬스터는 1995년 일본에서 게임으로 처음 탄생했습니다. `주머니 속의 괴물`이라는 뜻에서 `포켓몬스터`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150여 마리의 포켓몬스터를 모으는 여행을 떠나 포켓몬스터 도감을 완성하며 성장하는 내용입니다.

    포켓몬스터를 어떻게 모으냐. 곳곳에 흩어져 있는 포켓몬스터를 잡거나 대결을 통해 포켓몬스터를 빼앗아 올 수도 있습니다. 특히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 같은 개성있는 포켓몬까지 등장하면서 인기를 더하게 됐는데요. 일본에서 출시된 후 한글화되지 않았던 게임이 국내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퍼져 많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접했습니다.

    포켓몬스터는 그 이후로 영화, 만화는 물론 캐릭터 상품 등으로 영역을 넓혔죠. 그러면서 어린이 팬덤을 공고하게 형성했습니다. 어린이 팬이 어른이 되고, 다시 자녀들도 포켓몬스터 팬이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면서 게임으로 시작된 포켓몬스터가 전 세계를 대표하는 IP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국내에서는 1999년 출판 만화로 상륙한 뒤에 그해 곧 TV 만화로 방영됐습니다. 포켓몬스터가 나오는 시간에는 아이들이 집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당시 일본에서는 포켓몬스터의 시장 규모가 4,000억엔, 우리돈 4조원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인형, 완구 등 캐릭터 상품만 2억 달러, 2,400억원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고 전해지죠.

    ● 도산 직전이던 회사 살린 캐릭터 빵

    그렇다면 포켓몬 빵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당시 SPC삼립의 전신인 샤니는 포켓몬스터의 상품성을 예감합니다. 곧장 일본 포켓몬스터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 스티커, 그러니까 띠부띠부씰이 들어간 10가지 종류의 포켓몬 빵을 내놓습니다. 매출의 일부분을 로열티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1999년에 출시된 포켓몬 빵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달에 평균 500만개 씩 팔려 나갈 정도였는데요. 무작위로 스티커가 들어있는 터라 포장을 뜯기 전까지 어떤 띠부띠부씰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요. 원하는 스티커를 얻기 위해 포켓몬 빵을 사먹는 어린이들이 늘었습니다. 스티커만 갖고 빵을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샤니가 무작정 빵에 스티커를 넣은 것은 아닙니다. 국찐이 빵이라는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죠. 국찐이 빵은 빵 안에 개그맨 김국진의 스티커를 넣은 최초의 캐릭터 빵이었습니다. 도산 직전이었던 삼립식품을 살려낸 제품으로도 알려지는데요. 당시 국찐이 빵은 하루에 60만~70만개가 팔렸고, 월 평균 매출액은 40억원에 달할 정도로 화제였습니다.

    그러자 후속 제품으로 포켓몬 빵을 비롯해 당시 전성기를 누렸던 핑클의 스티커가 들어간 핑클 빵이 등장하게 되죠. 결과는 역시 성공적이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는 캐릭터 전쟁이었다"며 "캐릭터가 제과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 포켓몬 빵 덕분…훨훨 나는 SPC삼립

    포켓몬 빵을 재출시한 SPC삼립은 SPC그룹 유일의 상장사이며 양산빵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포켓몬 빵` 인기에 힘입어 주가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일에는 연중 최고치인 9만 2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한때 9만 1,800원까지 오르는 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SPC삼립에 따르면 포켓몬 빵은 출시 일주일 만에 150만개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이는 SPC삼립 베이커리 신제품의 동일 기간 평균 판매량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이고, 지난해 출시한 타 캐릭터 빵 제품과 비교하면 일주일 가량 빠른 기록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SPC삼립 주가가 약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 품절 대란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포켓몬 빵에 든 띠부띠부씰을 구하기 위해 일부 소비자는 편의점 앞에서 배송 차량을 기다리는 오픈런을 하기도 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포켓몬 빵에 뜬 띠부띠부씰이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죠. 특히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20대, 30대 성인들이 열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포켓몬 빵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이들은 띠부띠부씰을 사모으면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성인들에게는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고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호기심으로 다가간 포켓몬 빵. 과도한 상술이니 낭비 조장과 같은 지적도 있지만, 띠부띠부씰을 매개로 세대를 초월해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아이 `돈` 노우> 이지효였습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