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광주에서 두 차례 연속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주총장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서도 평소보다 4∼6배 많은 125명의 주주가 참석해 자리를 꽉 채웠다.
현대산업개발 경영본부장인 김홍일 전무는 붕괴 사고에 따른 손실 추정액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화정아이파크 손실 추정액은 1천754억원으로 일부는 작년에 반영했고, 나머지는 올해 반영할 예정"이라며 "안전 정밀진단을 통해 손실이 확정되면 재공시를 통해 (정확한 금액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또 이완희 회계팀장은 지난해 학동 철거 참사와 관련해 "유족 피해 보상 등에 약 100억원을 손실로 잡아 이미 반영했으며 지난해 연말 회계감사를 통해 적절하게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내 감사·징계는 진행 중인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재판 이후에 관련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현산 측은 설명했다.
총회를 주재한 권순호 대표이사는 "뼈아픈 반성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주주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연단에 나온 임원진과 함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현산 관계자는 "평소 주총에는 주주 참여 인원이 20∼30명에 불과했다"며 "코로나19 확산세인 점을 고려해 정원이 100명인 공간을 마련했지만, 예상 인원을 초과한 주주들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가 전날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책임을 물어 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1년이나 건설업 면허 등록을 말소하는 행정처분이 필요하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주총에 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최종 처분 결정 권한은 서울시에 있지만, 국토부가 단일 건설사를 상대로 등록 말소 처분을 요청한 것은 19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일으킨 동아건설산업 이후 처음인 만큼 이날 주총장의 분위기에도 이목이 쏠렸다.
회의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표결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질문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양대노총 등에서 온 주주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이날 주총 시작 직전에 일부 사내·사외이사가 광주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신규 선임과 재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는 무관해 보이는 다른 주주는 "오랜 기간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이번 사고는 회사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한눈을 팔아서 생긴 결과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소송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주총에 주주로 참여한 이재승 현대산업개발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의 급여는 10대 건설사와 비교해 업계 최저 수준이고 노동인력도 부족하다"며 "정몽규 회장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정 회장이 퇴직금을 반납해 직원들의 격려금으로 배분해야 한다면서 "이 조직이 살려면 조직원이 있어야 하고, 조직원이 없으면 여러분의 주주가치도 당연히 없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을 정관에 신설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산업개발의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투자회사 APG의 위임을 받아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을 제안했고, 현산은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제안을 제외한 나머지 제안을 일부 수정해 수용한 바 있다.
이 밖에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유통업·도소매업·판매시설운영업·물류업·운수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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