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격 대폭 축소…푸틴-젤렌스키 정상회담 가능성

입력 2022-03-30 07:26   수정 2022-03-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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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에 대한 안보가 보장된다면 러시아가 요구해온 중립국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제안했고, 러시아 측은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군은 회담 직후 `신뢰 강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체르니히우에 대한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대표단은 29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약 4시간 동안 5차 협상을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단원으로 참가한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보좌관은 협상 종료 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안보보장 체제가 마련된다면, 중립국 지위를 채택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는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안 중 하나였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터키, 이스라엘, 폴란드, 캐나다 등을 안보 보장국으로 보고 있다"며 "중립국 지위를 채택할 경우 우크라이나 내 외국 군사기지를 유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단장을 맡은 우크라이나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는 새 안보 보장 체제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처럼 안보 보장국이 법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체제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나토 조약 5조는 나토의 설립 근거 조항으로,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다른 회원국이 자동 개입해 공동 방어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15년간 크림반도의 지위에 대해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포돌랴크 보좌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기에는 어떤 경우에도 크림반도 문제를 군사적 수단이 아닌 정치적·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한다는 제안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무력을 사용해 러시아로부터 크림반도를 되찾을 가능성이 매우 낮은 현실을 반영한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의 러시아계 주민이 주축이 돼 세운 크림 공화국을 이미 러시아 연방이 구성국 중 하나로 흡수하고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의 반군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은 지난달 21일 독립국으로 인정했으나, 아직 러시아 연방의 구성국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상태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새 안보 보장 체제와 중립국화를 연계한 러시아와의 합의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며 "먼저 국민의 승인을 받은 후 우크라이나와 안보 보장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은 러시아 측에 넘어갔고, 우리는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양국 대통령 간 회담을 할 정도로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측의 협상이 급진전을 보이자 전선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평화 협상 종료 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며 "이는 즉각 실시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는 우크라이나와 회담 이후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전선과 한 달 가까이 포위 공격 중인 마리우폴 등 남부 전선의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러시아 군은 키이우 및 북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고전을 거듭하자 이미 동부와 남부 전선에 병력을 집중해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도 이날 "돈바스 해방이란 주요 목표 달성에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키이우 및 북부 전선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대신 동부와 남부에서는 더 치열한 교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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