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법 안 무섭다"…국내 콘텐츠 시장 위축 '우려'

양현주 기자

입력 2022-04-04 18:58   수정 2022-04-04 18:58

    <앵커>

    구글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만으로 유로 앱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인앱결제 강제`에 나섰습니다.

    당장 지난주 금요일부터 인앱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앱 개발사의 업데이트를 중지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산업부 양현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구글 인앱결제 왜 이렇게 난리인가요?

    <기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는 곧 `통행세`를 받겠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의무화하는 것과 동시에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연간 매출 12억 원까지는 수수료 15%, 12억 원 초과분에는 30% 수수료가 적용됩니다.

    이전에는 앱에서 외부 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사용해 수수료 부담을 낮췄는데요.

    구글이 외부 결제 시스템을 쓰지 못하도록 강제하면서 구글플레이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구글 내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내야하는 구조가 된 겁니다.

    만일 이 같은 시스템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당장 업데이트가 금지되고 오는 6월 1일부터는 아예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됩니다.


    <앵커>

    사실상 강제라는 거군요. 그런데, 이런 인앱결제 강제를 막기 위해 지난해 구글갑질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죠?

    <기자>

    사실 업계에서는 예상했던 일이다는 반응입니다.

    지난해 구글과 애플 같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글갑질방지법`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지만, 당시 법안이 모호해 우회책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구글이 내놓은 이행안을 두고 `꼼수 이행`이란 비판도 나왔는데요. 이 내용은 신용훈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신용훈 기자 리포트>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외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앱들은 4월 1일부터 업데이트가 안 되도록 하겠다.

    그리고 6월부터는 외부 결제 앱을 구글스토어에서 삭제하겠다.

    구글이 4월 1일부터 시행하는 글로벌 인앱결제 의무화 방침입니다.

    정부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3월 15일부터 시행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글은 인앱결제 의무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구글은) 특정한 방식 하나만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법을 준수했다고 지금 보고 있는 것 같고, 법을 물리적으로 해석했을 때는 구글의 입장이 타당한 측면이 있고 법안의 취지라든가 이렇게 보면 구글이 법을 사실은 좀 이용했다고]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행위 유형에는 콘텐츠 등록이나 갱신을 제한하거나 삭제하는 행위, 앱 마켓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접근이나 사용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 등 총 6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자사의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업데이트를 못하게 하고 구글스토어에서 삭제한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앱스토어에 콘텐츠를 납품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룡 앱 마켓 사업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국내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 사안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 구글이든 애플이든 대한민국을 무시하는 게 딱 드러난 거예요. 애플은 당초 법을 시행할 생각이 없었고 구글은 계속 찔끔찔끔 뭔가 정책을 내고 있지만 결국은 안 하겠다고 이제 한 거고 남은 것은 정부 부처가 강하게 이걸 드라이브 걸어야 되는데]

    모바일 콘텐츠 판매 업자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요하며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룡 앱마켓.

    현행 국내법을 무시한 이들의 처사에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 될 가능성만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용훈 입니다.

    <앵커>

    콘텐츠 개발사들이 떠안게 되는 높은 수수료 부담이 결국에는 소비자로 전가될 수 있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도 수수료 인상분이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OTT 업체인 티빙은 지난 1일부터 안드로이드 버전 앱의 가격을 15% 인상했습니다.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만큼 올린 겁니다.

    경쟁사 웨이브 역시 이달 중순부터 정기 결제 기준 15% 가격 인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OTT 업체인 넷플릭스의 경우, 기존에도 웹페이지 결제만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앱결제 강제 정책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그렇지 않아도 국내 OTT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수료 정책 여파가 국내 OTT에만 적용되면서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인앱결제 강제가 적용되고 수수료가 높게 책정됐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이 웹툰과 웹소설 아닙니까? 해당 업계는 요금 인상 움직임이 아직 없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네이버 웹툰, 카카오웹툰 많이들 보고 계시죠.

    회차당 100원 정도 소액으로 자주 결제가 진행되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인앱결제 강제로 인한 부담이 어떤 업계보다 큽니다.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떨어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가격을 올리더라도 OTT 업체처럼 수수료분 전체의 가격을 올리진 못하고, 플랫폼, 창작자, 소비자가 수수료 부담을 나눠 갖는 식이 될 거란 분석이 많습니다.

    나아가 웹툰 창작 생태계의 `질적 하락`이 우려됩니다. 자세한 내용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인터뷰 들어보겠습니다.

    [서범강 / 한국웹툰산업협회장 :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게 되면, 일단 웹툰을 이용하는 활동에 대해 부담 혹은 불만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웹툰 산업으로서 성장했던 지금의 단계들이 다시금 과거로 쇠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작품을 더 빠르게 많게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대량 생산되는 저품질 작품들이 나오게 될 가능성도 높겠죠. 이렇게 된다면 질적 하락,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상들을 만들게 되기 때문에... 만약 소비활동에 대해 부담이 되고 불만이 일어나게 된다면 실제로 불법 복제를 통해서 이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수 있는 그런 걱정도 당연히 있습니다.]

    <앵커> 콘텐츠 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것 같은데, 향후 관련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까?

    <기자>

    일단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번주 안에 구글 정책의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유권해석 결과가 구글의 갑질을 막기에 충분하면 좋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웹툰산업협회를 포함한 10개 창작자 협단체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가 이렇게 배짱 장사를 하고, 국내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사실 독과점에 있지 않습니까? 오히려 콘텐츠 사업자들이 플레이스토어에서 나와 원스토어 같은 토종 앱마켓에 들어가는 전략을 쓸 수는 없는 건가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궁극적 문제는 국내시장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앱마켓 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넘는다는 겁니다.

    콘텐츠 사업자들도 앵커가 말한 것처럼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스토어 같은 토종 앱마켓의 경우 현재 글로벌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내 계획이 있긴 하지만, 초창기이기 때문에 높은 사용률을 기록하긴 어렵죠.

    지난해 10월 국내 CP사와 앱마켓 사업자가 상생 협약을 체결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토종 앱마켓에 입점한 업체는 단 1곳뿐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OTT 업체도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제 정책을 벌일 수 있는 거죠.

    <앵커>

    글로벌 앱마켓 업체들에 무방비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 토종 앱마켓 활성화에 대한 실효적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잘 들었습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