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대론 못 버텨"…SH공사, 매입임대 전면 손질 검토

방서후 기자

입력 2022-05-08 21:27   수정 2022-05-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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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주택사업자인 SH공사가 공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재편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축소하고, 국가와 시 예산으로만 임대주택 용도의 주택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8일 한국경제TV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 달 매입임대주택 관련 공사의 재정 부담과 향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해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헌동 사장과 담당 부서장들은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건의할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건의 내용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 매입임대주택 공급 축소 ▲임대주택 용도로 주택 매입시 공사 분담금 제외 ▲서울시 잔여 미지급금 5,695억원에 대한 빠른 정산 요청 등이다.

공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분담금 면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는 당장 내년 매입임대주택 매입분부터 공사 예산을 투입하지 않도록 이달 중 요청할 계획이다.



매입임대주택은 SH공사가 다세대·다가구 등을 사들여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가구당 50~70% 가량을 국가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서울시와 공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식이다.

가령 3억6천억원 짜리 빌라 한 가구를 임대주택용으로 매입한다고 하면 국비로 1억8천억원을 지원 받고, 서울시와 공사는 각각 9천만원씩을 부담한다.

올해도 이런 식으로 공사가 약 2,800억원을 부담해 6,150가구의 매입임대주택이 서울시 내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되는 매입임대주택 특성상 공급이 증가할 수록 공사의 손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 간 주택 유형을 막론하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공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더욱 늘었고, 부채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SH공사의 부채는 17조5,300억 원으로 지방공기업 중 가장 많다. 오는 2024년에는 유동성 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주택을 매입하면서 서울시에게 받지 못한 돈에 대해서도 빠른 정산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는 서울시가 주택 매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 확보 없이 가구당 매입 가격을 올리면서 발생한 차액을 공사가 대신 내준 금액이다. 총 6,16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8%인 465억원은 지난해 11월 서울시로부터 지급 받았고, 92%에 해당하는 5,695억원 중에서 1,318억원은 올해부터 5년 동안 263억원씩 나눠 받기로 했다.

하지만 나머지 4,377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정산 계획이 잡히지 않아 공사의 재정 악화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서울시에 조속한 지급을 요청키로 한 것이다.

공사는 또 5년 간 나눠 받기로 한 1,318억원에 대해서도 분납 조건 변경을 검토 중이다.

공사의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내년부터 서울시 내 매입임대주택은 국고보조금과 시 예산으로만 공급된다.

여기에 서울시가 공사에 미지급금을 빨리 돌려줄 수록 관련 예산도 줄어 향후 매입임대주택 공급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문건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건의할 지 일부 수정할 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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