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이 집중됐던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 어떻게 나왔는지 자세한 내용 전해주시죠.
<기자>
전년 대비 8.3%, 그리고 전월 대비 0.5%라는 소비자물가지수 CPI 상승률은 시장의 예상을 웃돈 수치입니다. 이 데이터가 나온 이후 3대 지수 선물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을 정도로 오늘 장에 미친 영향력이 컸습니다.
현지시간 오전에 있었던 개장 브리핑 때 CPI 지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드렸었는데요. 이후에 방송과 기사를 보신 분들로부터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나온 CPI 데이터는 4월 기준인데 왜 지금 시장이 5월에 단행한 금리 인상 효과가 없는지 걱정하는 거냐, 뭔가 잘못 본 거 아니냐, 이런 물음이었는데 인과관계를 이렇게 따라가셔야 합니다.
금리 인상은 큰 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입니다. 금리 인상폭이 높아질수록 시장에 올 충격은 크겠지만, 그만큼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비유가 적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미국 경제를 환자라고 봤을 때, 금리를 얼마나 높일까 하는 문제는 `얼마나 독한 약을 처방해야 할까` 하는 문제와 비슷하겠죠.
그런데 4월 CPI라는 `증상`을 보니, 이건 연준이 내놓았던 처방전보다 병이 더 심한 것 같은 걱정이 드는 겁니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공급망 문제를 수요 조절책인 통화정책으로 잡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지만 우선 오늘은 금리에만 집중을 하죠.
그러니까 시장에는 연준이 5월 FOMC에서 미리 밝힌 금리 인상 경로가 정말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일까, 하는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이 우려를 이번에 나온 소비자물가지수가 자극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데이터로 움직이는 페드워치에서도 0.75% 인상 확률이 남아있었던 점을 생각해보시면 될 겁니다.
그런 우려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데이터가 예상보다도 높은 데다 인플레이션의 성격도 좀처럼 낮아지기 어려운 비용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설명한 대로 경제가 흘러가려면 인플레이션이 점차 정점을 찍고 내려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는 거죠. 연준이 경제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 맞느냐 하는 신뢰의 문제가 커진 겁니다. CPI 발표 직후 순간적으로 국채수익률이 튀어오른 것도 이런 논리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겠죠.
<앵커>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현지에서는 어떤 전망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정말 긍정적으로 보자면 4월은 올들어 처음으로 지난달과 비교해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 증가 추세가 꺾인 달입니다. 3월 CPI 상승률 8.5%보다는 낮은 8.3%를 기록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 나온 데이터를 좀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요, 시장에서는 오늘 나온 숫자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추세가 개선됐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렇게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플레이션 문제를 지적해온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인플레이션의 요인을 살펴보면 이건 더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 만의 문제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연준이 가야할 길에서 크게 뒤처지면서 발생한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과정에 있다"라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보다 더 매파적이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연준이 실수를 범했다는 거죠. 제프리스의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인 아네타 마코스카도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공급망에만 국한되지 않고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8.3%로 나온 CPI 상승률, 예상보다 높은 이 상승률이 심지어 국제유가가 한 달 동안 하락했던 구간에서 나온 데이터라는 점 역시 시장의 우려를 자극하는 부분입니다. 3월 0.3%였던 근원 CPI 상승률은 4월 0.6% 증가로 집계됐습니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물가죠. 한 달 새 3.1% 오른 대중교통 서비스, 특히 항공요금과 여기에 더해 의료 부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물가 지속 현상을 이끌었습니다. 주거비도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한 달 만에 0.5% 뛰었습니다. 물론 오늘 장의 급락 이후 기술적인 되돌림 현상은 있겠지만, 이번에 나온 데이터가 미국의 경제 전망과 연준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요인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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