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식량 가격이 치솟자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을 전격 중단한 데 이어 인도가 밀 수출을 통제하는 등 식량보호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생산국들이 `국익 우선`, `내수시장 공급 최우선` 원칙을 내세우면서 국제시장이 적잖은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감도 한층 증폭되는 모양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14일 전날 밤을 기점으로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고, 중앙 정부의 허가 물량만 수출하기로 한 것은 그간 불안 조짐을 보이던 국제시장에 초대형 악재로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뒤 밀 수확량이 급감하고, 러시아가 흑해 연안을 봉쇄해 수출 자체가 어려워진 상태에서 주요 생산국이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제시장 공급량이 줄면서 그동안 밀가룻값이 뛰었고, 빵값, 라면값까지 줄줄이 오른 뒤였다.
인도는 지난달 140만t의 밀을 수출, 작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수출량을 늘린 데다 폭염에 따른 흉작 우려에도 올해 생산량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국제시장이 한숨 돌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밀 수출 제한은 없을 것`이란 애초의 입장을 바꿔 이날부터 수출을 금지해 안도하던 국제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정부는 `식량안보 확보`를 수출 금지 이유로 내세웠다.
정부가 통제하지 않으면 밀 생산·유통업자들이 높은 국제시장 가격을 좇아 수출에만 집중해 내수시장의 밀가루 가격이 높아지고 품귀현상까지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인도네시아에서 나타났다.
세계 1위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발전소에 공급하는 석탄 가격을 톤당 70달러로 제한했으나, 국제시장 석탄값이 150달러 이상 오르자 석탄업자들이 수출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일부 발전소 가동이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
이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광업, 플랜테이션, 천연자원 업체는 수출에 앞서 국내시장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며 1월 한 달 동안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처방을 내놨다.
또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임에도 업자들이 수출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수시장 식용윳값이 치솟고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지난달 28일을 기점으로 식용윳값이 작년 초 수준으로 내릴 때까지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세계 밥상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고 국제시장 가격을 교란한다는 외부 비판이 쇄도했으나 정부는 끄떡하지 않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에서 식용유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이러니"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인도네시아와 인도에 그치지 않고 있다.
다른 여러 국가들도 내수시장 공급 우선을 원칙으로 식량 수출을 중단하거나 비축을 확대하는 `식량 보호주의`는 강화하는 추세다.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밀가루,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했고, 터키와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등도 이미 수출을 금지했거나 통제를 검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대두유와 콩가루에 붙는 수출세를 연말까지 33%로 2%포인트 인상해 수출 장벽을 높였다.
각국의 이런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곡물, 원자재 등 자원을 가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국제시장 가격이 `공포`를 반영해 과도하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