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냐, 여자냐"…女육상스타, '성별 논란'과의 싸움

입력 2022-05-2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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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호르몬 수치`를 놓고 세계육상연맹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캐스터 세메냐(31·남아프리카공화국)가 심경을 털어놨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4일(한국시간) 조만간 미국 HBO에서 방영될 `세메냐 인터뷰`를 일부 공개했다.

세메냐는 "세계육상연맹 관계자는 내게 `남성의 성기`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내 나체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며 "여자로 태어난 나는 2009년부터 늘 내가 여자라는 걸 증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세메냐는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육상 여자 800m 2연패를 달성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차례 800m 챔피언(2009년 베를린 대회, 2011년 대구 대회)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세메냐는 주 종목인 800m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세계육상연맹이 지난 2016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자부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육상연맹 규정은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극적으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세메냐는 800m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은 2018년 11월에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을 테스토스테론 5n㏖/L 이하로 정했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 남성은 7.7∼29.4n㏖/L이다. 공개한 적은 없지만, 많은 전문가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L로 예상한다.

세메냐는 "나를 겨냥한 규정"이라고 격분하며 CAS에 제소했다. 이번에는 CAS가 세계육상연맹의 손을 들었다. 스위스 연방법원의 선택도 같았다.

결국, 세메냐는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와 지난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세메냐는 유럽인권재판소로 무대를 옮겨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심리기일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세메냐는 "내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800m에서 우승한 뒤, 세계육상연맹이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베를린 대회 직후에는 병원으로 가서 `성별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세계육상연맹은 2010년 세메냐에게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어야 경기에 뛸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2010∼2015년, 세메냐는 세계육상연맹의 지시에 따랐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약을 먹었다"며 "나는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렸다. 공황 발작을 겪었고 심장에도 문제가 생겼다. 매일 칼로 나를 찌르는 기분이었다. 고문 수준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11월 `국제대회 출전을 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출 필요가 없다`는 새로운 권고안을 내놨고, 2023년부터 발효하기로 했다. 하지만, 출전 자격 결정은 경기단체에 맡겼다.

세계육상연맹은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의 테스토스테론 출전 기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메냐도 세계육상연맹과의 다툼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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