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기판의 부활…천하의 애플도 '원해요'

정재홍 기자

입력 2022-05-31 20:00   수정 2022-05-31 20:00

    <앵커>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소재와 부품 장비를 공급하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특히 반도체 초미세공정 경쟁으로 회로기판에도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게 됐는데요.

    국내에서 삼성전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에도 부품을 공급하는 등 고부가가치 기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늘 기업&이슈는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일단 우리가 아는 반도체와 기판을 조금 나눠서 설명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기자>
    제가 그림을 하나 준비했는데요. 보면서 설명을 드리죠.

    많이들 오해하는 게 왼쪽처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들고 있는 동그란 웨이퍼를 반도체 기판이라고 통칭해서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건 잘못된 말입니다. 웨이퍼는 모래로 만든 실리콘을 원재료로 만들어서 샌드위치처럼 소자를 여러겹 쌓아 하나의 반도체칩으로 만드는 원판이고요.
    오른쪽의 초록색 판자가 다 만들어진 칩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온전히 부착되도록 도와주는 기판입니다. 반도체가 사람의 장기라면 기판은 뼈대라고 볼 수 있는거죠.

    국내에서는 삼성전기, LG이노텍, 심텍, 대덕전자 등이 기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초미세공정이 발달하면서요. 반도체를 직접 기판에 실장하는 작업이 어려워졌습니다.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면서 기판을 같이 붙여 만들어서 나중에 메인기판에 장착하는데요. 반도체와 같이 제조하는 이 중간기판을 패키지 기판이라고 합니다.

    반도체 공급난과 함께 없어서 못 팔 만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었는데, 국내에서 PC, 서버에 사용하는 FC-BGA 기판을 공급하는 기업은 삼성전기가 유일합니다.

    <앵커>
    삼성전기가 최근 여러 사업을 매각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접했습니다.

    <기자>
    삼성전기는 몇 년 전부터 수익성이 안 좋은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단순 기판 사업을 정리했고, 와이파이 통신 모듈도 최근 한화솔루션에 600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사업 구조를 MLCC와 카메라 모듈, 패키지 기판 이렇게 3가지로 단순화했습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패키지 기판 사업은 크게 키울 방침입니다.

    최근 부산사업장 공장 중축에 3천억 원 투자 결정을 했고요. 베트남 생산라인에도 1조 3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실적도 따라오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지난 1분기 삼성전기 패키지 기판 사업 매출은 5,196억 원을 기록해 직전해 1분기 보다 44% 늘었습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은 기간 16%에서 20%로 증가해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앵커>
    패키지 기판 수요가 그만큼 증가한다면 전세계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것 같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삼성전기가 국내에선 패키지 기판 대표업체지만 전세계로 놓고 보면 대만이나 일본 업체들이 아직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패키지 기판은 공급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잖아요.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서버나 PC 등 고성능 반도체칩에 필요한 FC-BGA 수요가 늘었거든요.

    여기에 TSMC와 삼성전자의 초미세공정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해 기술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 첨단 패키지 기판에 대한 반도체 기업들의 물량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시장은 연평균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삼성전기는 콧대 높은 애플에도 기판을 공급하잖아요. 기술력에서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보면 될까요.

    <기자>
    과거에는 반도체를 자체 제조하는 업체가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애플도 반도체를 만들잖아요.

    맥북의 M1칩처럼 2개 이상 칩, CPU도 GPU도 뉴럴엔진도 탑재한 하나의 칩을 SOC라고 하는데요. 업체들이 초미세공정 기술력 발전 한계를 후공정으로 극복하고 있는 건데 SOC도 점차 사이즈가 커지면서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여러 반도체 칩을 연결하는 기술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유기적으로 묶어주는 기판 기술도 필요해졌죠. 삼성전기는 이 기술을 `SOS(System on Substrate)`라고 부릅니다.

    삼성전기가 직접 작명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야서요.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삼성전기는 애플 M1칩에 패키지 기판을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M2칩에도 부품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앵커>
    성장하는 분야고 국내에서 삼성전기만 사업을 하고 있다면 후발주자도 따라올 것 같은데요.

    <기자>
    기판 사업을 하고 있는 LG이노텍도 최근 삼성전기가 독식하는 FC-BGA 사업에 4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해당 금액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활용될 예정인데요. 아직 어디에 공장을 둘지 나오진 않았지만 생산라인이 있는 구미에 라인을 배치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LG이노텍은 또다른 패키지 기판 분야인 보통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에 쓰는 RF-SIP에서는 강자로 평가받습니다. 추가 투자를 단행해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면 삼성과 LG의 또다른 기판 경쟁도 지켜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앵커>
    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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