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카드론 금리 모두 하락
경쟁 심화될 경우 건전성 우려도
연일 대출금리 인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는 4%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은행과 달리 대출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인 지 취재기자와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에 금리가 오히려 낮아지는 업권이 있습니까?
<기자>
네 있습니다. 바로 저축은행과 카드업권입니다.
<앵커>
저축은행 대출과 카드사의 대출, 즉 카드론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말인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 달 평균 4%를 넘겼습니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 상승폭은 더 커서 4월말 기준으로 5.62%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은행 대출금리가 8년여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과 달리 저축은행 대출금리와 카드론 금리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은 전월보다 대출 평균금리가 0.03%p 낮아졌고, 카드론도 0.28%p나 떨어졌습니다.
<앵커>
모든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2금융권 대출금리만 낮아지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바로 중금리대출 경쟁때문입니다. 중금리대출은 주로 10% 안팎의 금리를 의미하는데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에는 신용도가 낮지만, 그렇다고 고금리를 적용받기에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한도가 많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2금융권을 찾습니다. 대표적인 게 저축은행, 그리고 정말 급전이 필요할 때는 카드론까지 사용하게 되죠. 기존에는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들도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 흐름에 따라 금리를 같이 올렸는데, 지금은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면서 이전처럼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금융권의 새로운 경쟁자라고 하면,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들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당초 설립 목적 중 하나가 `중금리대출 활성화`였습니다. 쉽게 설명을 드리면, 10% 안 쪽 금리의 대출은 시중은행들이 취급을 했고, 10%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들이 취급을 해왔는데, 이 중금리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 인터넷은행들이 뛰어든 겁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첫 달 이자지원 마케팅을 진행하거나,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을 접목시키면서 고객들의 실질소득을 분석하고, 대출금리를 싸게 해주면서 고객 끌어오기에 나섰습니다.
<앵커>
인터넷은행들이 중금리대출시장에 이렇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목표치에 맞추지 못 하면서 설립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신시장 진출 제한이라던가 금융당국의 패널티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특히 더 공격적으로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에 나선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토스뱅크입니다. 조금 전에 언급했듯이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한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최초로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3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금액으로는 총 1조4,185억 원 규모입니다.
<앵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입장에선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네, 인터넷은행들이 금리를 낮춰서까지 중금리 고객을 끌어오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대출금리를 마냥 올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대출금리를 인상하면, 현재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금리 마케팅을 하고 있는 인터넷은행들에게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은행은 1금융권에 해당되고,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은 2금융권인 만큼 대출을 받았을 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부분은 결국 금리인 겁니다.
<앵커>
그렇다고 금리까지 낮춰가면서 대출을 해주는 건 건전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그렇죠. 하지만 10% 안팎의 금리를 적용받는 중신용자들은 사실 2금융권에선 우량고객에 해당됩니다. 10% 후반대 대출을 받는 저신용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부실이 낮은 채권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건전성 차원에서도 이들을 선점하기 위해 금리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인 겁니다.
<앵커>
중금리대출시장의 금리 경쟁이 소비자 입장에선 어쨋든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어 긍정적일 것 같은데, 금리 역행이 주는 부작용은 없나요?
<기자>
방금 말씀하신대로 만약 이런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부실이나 수익성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일부 업권만 역행해서 대출금리를 내린다면 당연히 충당금 부담이 높아지고 역마진 우려까지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경우에는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인데, 조달 금리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금리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앵커>
그렇다면 이런 금리 역주행 현상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겠네요.
<기자>
네. 특히 올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이런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결국 금융사들은 신사업 추진이라던가 또 다른 수익원 창출을 해내야겠죠.
게다가 금융사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같은 마케팅을 계속 펼치다보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아주 낮은 저신용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대출문턱이 더 높아지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장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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