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뉴 삼성' 구상…신경영 29주년에 유럽행

양현주 기자

입력 2022-06-07 19:05   수정 2022-06-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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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한미 반도체 동맹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행보에 나섰습니다.

    오늘 12일간에 유럽 출장길에 올랐는데 산업부 양현주 기자와 함께 일정과 의미 짚어보겠습니다.

    이 부회장이 출국장에서 특별한 언급을 했습니까?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오늘 오전 11시 50분경 김포국제공항비즈니스센터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M&A 계획과 유럽 일정 등을 묻는 취재진에는 "잘 다녀오겠다"며 짧게 답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출국한 이후 18일까지 12일간 유럽 출장길에 오릅니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반년만의 해외 출장입니다.

    첫 번째 행선지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본사가 있는 네덜란드입니다.

    <앵커>

    올해 첫 해외 출장 일정인 만큼,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ASML 어떤 기업입니까?

    <기자>

    이번 출장의 가장 큰 목적은 삼성의 최우선 과제인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입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는 EUV, 극자외선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입니다.

    글로벌 독점이다 보니 반도체 파운드리 1, 2위 회사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도 꼼짝 못 하는 슈퍼 갑으로 통하는 회사입니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EUV 수급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비메모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도 EUV 기술을 적용키로 한 만큼, 충분한 노광장비가 필요하죠.

    특히 차세대 파운드리 사업인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에도 EUV 노광장비가 들어가는 만큼, TSMC를 추격하며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고성능 EUV 장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앵커>

    EUV 장비가 향후 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인 건 알겠는데, 현재 공급 현황이 어떻습니까.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인 걸까요?

    <기자>

    일단 ASML이 생산하는 EUV 연간 생산량은 40~50대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는데다 삼성, SK하이닉스, 인텔, TSMC 등의 기업과 이를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이죠.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450조 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죠. 장비가 선제적으로 확보돼야 그에 맞는 생산 설비 계획을 짤 수 있습니다.

    실무라인에서 공급 물량 확대 등을 요청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덜란드 ASML 외 다른 일정도 공개됐습니까

    <기자>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외 프랑스, 독일 등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 지역에는 삼성의 유력 M&A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는 NXP와 인피니온이 있는데 이 두 기업은 모두 차량용 반도체 기업입니다.

    영국에는 팹리스 즉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인텔의 최고 경영자 팻 겔싱어가 방한해 이 부회장을 만났는데 양사가 힘을 합쳐 ARM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삼성은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를 하지 않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A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고 말하는 등 대형 M&A가 가시권 내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부회장의 출국일인 오늘이 고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29주년이 되는 날이라고요?

    <기자>

    29년 전인 1993년 6월 7일은 삼성그룹의 역사를 바꿔놓은 날입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미국과 유럽을 둘러봤는데 삼성 제품들이 매장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이에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삼성 사장단과 주요 임원, 해외 주재원 등 200여 명을 모아놓고 ‘신경영’을 선포하게 되죠.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이 이때 나왔고, 이때부터 삼성은 ‘양`이 아닌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하게 됩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역사적인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유럽으로 떠난 이 부회장의 행보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에 프랑스에서 전략회의를 갖고 삼성의 미래 비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처럼 이재용의 뉴 삼성 구상이 제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이번 유럽 출장길에 이재용 부회장과 동행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도 중요한데 공개됐나요?

    <기자>

    삼성 측은 동행하는 인사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인물을 보면 내용이 보이기 때문에 비공개가 원칙이라도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출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에게 한 사람이 포착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들어오기 20분 전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공항에 나타난 건데, 이 부회장과 함께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고 합니다.

    다만 이 부회장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최근 독일 자동차 메이커 BMW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삼성SDI가 아닌 중국 CATL을 낙점한 것과 관련해 추가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산업부 양현주 기자였습니다.

    신경영 29주년…`뉴 삼성` 선언도 나오나
    #장비 확보가 곧 점유율 # 이재용 뉴 삼성 선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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